일본이 한국의 미래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지금 일본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 변화를 잘 살펴보면 한국 부동산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

일본 부동산 - 에스콰이어

2016년 여름에 방영한 일본 드라마 <집을 파는 여자>에서 주인공 산겐야 마치(기타가와 게이코)는 어떤 집이든 팔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을 가진 부동산 브로커다. 대규모 단지의 표준화된 아파트 매매를 중개하는 한국의 부동산 브로커들은 특별한 주택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가격 형성에 직접 관여하지도 않는다. 반면 개성이 강한 주택과 아파트를 매매하는 일본의 부동산 브로커들은 주택에 대한 가치 평가에 개입한다. 매수자와 매도자를 연결하는 데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이다. 부동산 브로커로서 산겐야는 모든 문제에는 각자의 해결책이 있다는 개인적 철학을 관철한다. 집을 찾는 고객의 진짜 니즈가 고객이 가진 내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간파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이 드라마의 네 번째 에피소드에서 산겐야의 상사인 야시다 과장은 과거 자신의 고객이었던 요리 전문가 사와키 선생의 집을 좋은 가격에 팔아야 한다. 17년 전 3억 엔에 산 집을 팔아야 할 만큼 선생의 형편이 곤궁해졌기 때문이다. 선생은 집을 살 때 중개인이었던 야시다 과장에게 자신의 집을 팔면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묻는데, 1억 5000엔 정도에 팔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야시다 과장에게 고개를 숙이며 좋은 거래를 부탁한다. 17년 만에 원화로 30억원이 넘는 집의 가격이 반토막 났지만 일본인들은 그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 드라마의 다섯 번째 에피소드에서 산겐야는 나가타초의 4100만 엔짜리 1LDK 아파트(우리의 1베드룸 아파트에 해당한다)를 출판사의 교열 담당 직원에게 판다. 미혼 여성이 집을 사는 것에 대한 터부가 존재하는 일본에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월세를 아끼며 돈을 모아 집을 사는 것에 관한 이야기다. 그녀가 출판사 교열 직원을 하며 모은 돈은 약 2100만 엔이다. 지금 금리로 월 5만 엔씩이라면 대략 35년, 월 7만 엔이라면 대략 25년에 걸쳐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는 산겐야는 “집값은 하락하겠지만 하락한 집값과 지금까지 낸 이자와 내지 않아도 되는 월세를 계산하면 그것이 이득”이라고 덧붙인다.

도쿄의 지가가 꿈틀거리고 있다. 도쿄는 물론 교토와 오사카, 미야기, 후쿠야마 지역이 오르는 중이다. 도쿄의 주거용 지가는 2014년 6년 만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1.4% 상승했고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1.3%, 1.6% 올랐다. 올해도 1.9% 전년 대비 상승했다. 상업용 지가는 더 많이 올랐다. 2014년 역시 6년 만에 처음으로 2.3% 올랐고 2015년에는 2.9%, 2016년에는 4.1% 올랐다. 올해에도 전년 대비 4.7% 상승했다. 최근 들어 상업용 지가가 특별히 빠르게 오르는 곳은 교토와 오사카 지역이다. 관광객의 유입이 크게 늘면서 오사카의 땅값은 2016년에 4.2% 올랐고 올해에도 이미 5%가 올랐다. 얼마 전 긴 5월 연휴를 맞아 일본을 다녀온 이들은 오사카와 도쿄의 폭발적인 관광객 증가에 크게 놀랐을 것이다. 긴자를 비롯한 도쿄의 번화가는 물론이고 오사카와 교토의 유명 관광지는 모두 국내외 관광객으로 인산인해였다. 올해 2분기 일본의 상업 지역 지가는 오름세가 더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부동산 시장에서 최근 지가의 상승 여부가 주목받는 이유는 일본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 때문이다. 1990년 일본의 버블 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한 이후 일본인들은 주택 가격은 하락하는 것이란 사실을 피부에 각인하며 살고 있었다. 버블 붕괴 초반에는 주택 시장이 바닥을 보이고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잃어버린 20년’이 꾸준히 진행되면서 그 기대감은 번번히 좌절되었다.

그런데도 집을 사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 그들은 드라마 <집을 사는 여자>에서 보듯 설령 집값이 하락한다고 해도 월세로 내는 현금의 합보다 집을 살 때 들어간 원금과 이자의 가치가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집을 산다.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사라진 세상에서 내 집을 갖고 싶은 사람이 부동산을 바라보는 관점이다. 전세 제도가 없는 일본에서는 집이 없으면 월세를 내고 살 수밖에 없다. 월세 가격은 집을 이용할 때 지불하는 서비스의 가치다. 그 가치는 실질적인 공급과 수요의 함수로 결정된다. 반면 주택 가격은 건물과 토지 가격의 합으로 표현할 수 있다. 토지와 달리 건물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진다. 미래에 주택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전혀 없을 때도 주택 가격은 건물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만큼 하락한다.

2012년 12월 중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가 이끄는 자민당이 민주당을 누르고 정권을 찾아오면서 아베노믹스가 시작되었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다양한 자산을 공격적으로 매입하는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본의 자산 시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2012년 9월 말 8870이었던 일본의 니케이 지수는 2017년 5월 현재 19883으로 120% 넘게 올랐다. 아래로 하락하기만 하는 줄 알았던 부동산 시장에도 변화가 생겼다. 도쿄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지가 하락세가 2013년 급격히 둔화되었으며 2014년부터는 상승하기 시작했다.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 125차 총회에서 도쿄가 2020년 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된 것은 일본 부동산 시장에 호재였다. 도심을 중심으로 개발 계획이 이어졌고 통화정책으로 유동성이 유입되면서 2013년부터 도쿄 중심지인 미나토구, 시부야구, 추오구, 지요다구의 아파트 가격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계속 오르고 있다. 지은 지 20년이 지난 아파트를 기준으로 할 때 이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최근 3년 동안 30% 이상 상승하면서 2007년도 고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특히 서울의 청담동과 비슷한 오모테산도가 있는 시부야구가 가장 많이 올랐고 미나토구와 추오구, 신주쿠구가 그 뒤를 이었다. 이 지역의 아파트는 5년 동안 40% 넘게 올랐다.

나는 일본의 주택 가격이 2020년 올림픽 전후까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도쿄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과 거의 비슷하지만 월세는 2배 이상 높다. 일본의 월세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보다는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흥미로운 것은 도쿄 지역의 아파트 월세 가격은 아직도 2008년의 고점을 회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도쿄 지역의 아파트 월세는 2012년부터 반등을 시작했지만 상승 폭은 전년 대비 3%를 넘지 못해서 5년 동안의 상승률이 11% 정도다. 특히 도쿄 교외 지역의 아파트 월세는 2016년에야 오르기 시작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상승했다기보다 하락을 멈추었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5년 동안의 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은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른 시부야구가 아닌 지요다구라는 것이다. 지요다구에는 국회, 총리 관저, 야스쿠니 신사, 황궁과 도쿄 역이 있다. 지요다구의 렌트 가격이 다른 지역을 압도하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도쿄와 황궁 사이에 위치한 마루노우치 재개발의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에 시작한 마루노우치 재개발이 성공적인 도시 재생으로 이어지면서 마루노우치 나카도리는 뉴욕이나 유럽의 어느 도시 못지않은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마루노우치 파크 빌딩의 이치고칸, 일본 우정국 건물을 이용한 쇼핑몰 ‘키테’(우표라는 뜻의 일본어), 마루노우치 빌딩의 레트로 건축은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반면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시부야구의 5년간 렌트 상승률은 5% 정도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 도쿄 부동산을 움직이는 것은 미래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란 사실을 설명한다. 아파트 가격의 상승분에서 렌트 가격의 상승분을 빼고 감가상각률을 더하면 미래에 대한 기대를 대략적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4월 도쿄에서 만난 일본의 부동산 전문가는 일본의 부동산 전망을 밝게 보면서 몇 가지 사실을 설명해줬다. 첫째, 많은 일본인들이 여전히 부동산 투자 실패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4년에 가까운 강세장에도 불구하고 주택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이번 강세장은 더 진행될 것이다. 둘째, 현재 일본의 아파트를 구매해서 임대할 경우 투자 수익률은 5~7%에 달하는데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임대 수익률이 높다. 감가상각은 생각보다 더 잔인하기 때문이다. 미나토구에는 지은 지 15년이 넘어 가격이 반토막 난 아파트가 많지만 월세는 30%도 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15년이 지나면 아파트는 다시 반값이 될 수 있지만 (대개는 대지의 가치 때문에 절반까지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때 월세도 30%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결국 오래된 아파트일수록 싸게 사서 비싸게 세를 줄 수 있다. 오래된 아파트는 추가적으로 가치가 떨어질 여지도 많지 않으며 심지어 지진이 나도 땅은 남는다. 셋째, 일반적으로 도쿄 중심에 위치한 아파트일수록 수익률이 좋고 유동성이 좋으며 미래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넷째, 작은 아파트가 큰 아파트의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우월한 수익률을 낸다. 스튜디오 아파트의 평균 수익률은 7%에 육박하지만 방이 3개인 아파트의 경우에는 5%가 채 되지 않는다. 결혼을 하지 않는 일본 사회의 변화와 외국인의 유입이 늘어나면서 작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도쿄의 주택 가격은 1990년 버블이 붕괴되기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도 되지 않는다.

나는 일본의 주택 가격이 2020년 올림픽 전후까지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아카사카에 있는 외국인 부동산 회사로부터 매주 새로 등장한 주택과 아파트의 매물 리스트를 받고 있는데, 도쿄의 아파트 가격은 서울과 거의 비슷하지만 월세는 2배 이상 높다. 일본 경제가 아베노믹스를 통해 비교적 성공적인 경기 회복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내 관점에서 볼 때 일본의 월세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보다는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2% 물가 목표를 통해 디플레이션 함정에서 벗어나려는 일본 입장에서 보면 좋은 소식일 것이다. 최근의 경기 회복과 호전되는 기업 실적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여전히 임금 상승이 물가 하락 압력을 완전히 없앨 만큼 충분히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일본의 변화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될까? 첫째, 최근 3~4년간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일어나고 가장 주목할 만한 현상은 서울 강남과 강남에 준하는 지역, 그리고 강남에 대한 접근성이 좋은 지역들의 주택 가격 상승이다. 도쿄에서의 집값 상승이 도쿄 도심의 구에 집중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현상이다. 둘째, 일본의 경우 인구 감소와 노령화로 인해 지방 소도시에는 여전히 빈집이 많고 향후 일본 경제가 더 회복된다고 해도 이런 지역의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세대는 늘고 가족 수가 줄고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늘면서 도쿄의 작은 평수 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셋째, 잃어버린 20년을 겪으면서 일본 부동산 시장은 자본 이득에서 고정 수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일본의 임대 시장에는 레오팔레스 21과 다이토우켄타쿠 같은 기업이 진입했고 현금 흐름에 집중해서 성공적인 임대 사업을 하고 있다. 미래 한국의 모습일 것이다. 넷째, 일본의 도심 재개발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서 마루노우치와 시오도메의 풍경이 급격하게 변화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새로 들어선 정부가 인식을 하든 못 하든 한국도 시행착오를 거쳐 이런 종류의 개발로 전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집을 파는 여자>는 5월 26일 속편으로 돌아온다.

지금 일본 부동산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그 변화를 잘 살펴보면 한국 부동산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