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골드러시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비트코인의 가치가 폭등하고 있다. 이제 디지털 금도 진짜 금이다. | 디지털,비트코인

1848년 겨울, 두 명의 목수가 미국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강 근처에서 목공 작업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이렇게 소리친다. “금이야! 황금이야!” 미국의 골드러시, 황금광(黃金狂) 시대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후 사람들은 황금을 캐려고 서부로, 서부로 몰려들었다. 세계 각지에서 매년 20만 명의 사람이 유입됐는데, 실제 황금을 캔 사람은 극소수였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도 황금광 시대가 있었다. 1930년대였다. 일제강점기였던 그때 온 나라가 금에 미쳐있었다. 수만 개의 진짜 혹은 위조된 금광 채굴권이 나돌았고, 전국의 산이 개발꾼들에게 파헤쳐졌다.A군은 최근 1000만원을 주고 일명 채굴 전문 컴퓨터 3대를 구입했다. 친구들에겐 “곧 전기료가 엄청 싼 몽골로 떠날 거야”라고 떠벌리고 다닌다. A군의 작업은 바로 비트코인 마이닝. 암호화된 문제를 풀며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것이다. 그런데 A군은 아직 초보 단계에 불과하다. B씨의 경우 2억원을 투자해 60대의 컴퓨터를 돌리고 있으니까 말이다. 이들은 일명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비트코인에 미쳐 있다. 그깟 비트코인이 뭐라고 이렇게 난리인가? 미국 경제 전문지 는 지난 2010년경 비트코인이 거래소에 ‘1BTC=0.1달러’로 등장했을 당시 1000달러를 투자했으면 현재 가치가 3000만 달러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7년 전 아무 생각 없이 비트코인에 100만원을 투자했다면 지금 가치로 300억원이 넘는다는 거다. 3억도, 30억도 아닌 300억원이다. 비트코인 러시가 지금 다시 주목 받는 이유다.1BTC, 300만원 벽을 넘었다비트코인의 최근 가격 현황에 정리가 필요하다.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연초에 큰맘 먹고 목돈을 투자했을 경우 6월초까지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상품은 무엇일까? 주식이 먼저 떠오른다. 삼성전자 주가는 1월 2일 180만5000원에서 6월 5일 229만7000원까지 올랐다. 무려 27% 수익률이다. 금도 나쁘지 않았다. 국제 금값은 올 1월 온스당 1150달러에서 6월 초 1297달러까지 올라 반년 만에 11%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비트코인을 따라잡을 수 없다. 비트코인의 1월 1일 가격은 1BTC=997.69달러(약 111만원)였다. 이후 6월 4일 비트코인은 무려 1BTC=2552.81달러 (약 285만원)까지 치솟았다. 거의 150%의 수익 률이다. 7년 전이 아니라 올해 1월에만 투자했어도 두 배 이상 벌 수 있었다.디지털 가상 화폐의 시작은?비트코인은 지난 2008년 10월 사토시나 카모토라는 익명의 프로그래머가 발표한 한 논문에서 시작됐다. 이름만 보면 일본인 같지만 정체는 아무도 모른다. 여러 사람의 공동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논문을 간단히 설명하면, 복잡한 수학 문제(암호)를 풀면 비트코인을 얻게 되는데 앞으로 이것을 디지털 가상 화폐로 사용하자는 콘셉트다. 비트코인은 우선 사토시가 제시한 수학 문제를 풀면 얻을 수 있다. 업계에선 ‘마이닝’이라 하고, 국내에선 ‘캔다’고 한다. 전문 용어로는 ‘블록체인’ 기술이라고 한다. 채굴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중 비트코인 채굴 사이트에 가서 버튼만 누르면 계산은 컴퓨터가 알아서 한다. 물론 깊게 들어갈수록 엄청난 테크닉과 비법이 존재한다. 마이닝도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니다. 일반 PC로 일주일 작업하면 0.0000007BTC 정도 캘 수 있다. 시세로 보면 1원도 안 되는 금액이다. 전기 요금을 감안하면 경제성이 의문시되는 것이다. 현재 채굴에 가장 많이 뛰어든 사람은 중국인과 러시아인인데 이들은 전 세계에서 전기 요금이 가장 싼 몽골 지역에서 슈퍼 컴퓨터를 돌리면서 비트코인을 채굴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포인트는 비트코인의 총량은 2100만BTC로 한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중 이미 1300만BTC가 채굴됐다. 사토시가 공급량을 4년마다 반감시켰기 때문. 어쩌면 그래서 비트코인이 대중으로부터 믿음을 얻는 데 일조했을지도 모른다. 막 찍어내는 종이돈과 달리 총통화량이 한정돼 있으니까 말이다. 인플레이션, 즉 화폐가치가 훼손되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인 것이다.직접 비트코인을 캘 수 없는 일반인은 어떻게 접근할까? 대표적인 방식은 비트코인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미 미국과 중국, 일본 등에는 대형 거래소가 존재하고 국내에도 빗썸, 코빗 등 비트코인 거래소가 활동 중이다. 이 거래소에 회원 가입을 한 후 원화를 입금하면 그 액수에 맞춰 시세대로 나의 디지털 지갑에 비트코인을 넣어준다. 웬만한 거래소에선 최소 입금액 2만원부터 시작하는데, 국내 거래소는 일종 의‘환전수수료’를 해외보다 더 뗀다. 예를 들어 1BTC=3000달러라고 할 때 환율이 달러당 1000원이면 300만원을 입금할 경우 1BTC를 받는다. 하지만 국내에선 시세가 약 330만원 정도로 형성된다.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으로 불리는 이유비트코인 관련 정보를 접할 때 대부분의 사람이 이런 질문을 던진다. “비트코인이 왜 갑자기 인기를 끄는 거예요?” 실제 이 대목은 대단히 미스터리적이다. 혜성처럼 등장한 비트코인이 이토록 빠르게 대중화되고, 가격이 튀어오르고, 합법적인 결제 수단이 된 이유를 누구도 명쾌하게 설명할 수 없다. 다만 나는 이 대목에서 상당히 음모론적인 답변을 한다. “달러 다음의 기축통화를 비트코인으로 가려는 ‘그놈들’의 전략 아닐까요?”가령 이런 거다. 모든 기축 통화가 예외 없이 패권을 잃었다. 역사상 제국들이 모두 패권을 잃은 것과 같은 이치다. 로마제국의 데나리우스, 스페인 금화, 네덜란드 길더, 대영제국의 파운드가 그랬고, 그렇다면 미국 달러화도 수명을 다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런 대전환기에 세계시민 위에 군림해 우리를 노예처럼 부리려는 그놈들은 어서 빨리 다음 기축통화를 정해야 한다. 현재 강력한 후보는 금본위제도로 돌아가는 것인데, 그놈들 입장에선 이게 탐탁지 않다. 종이 돈과 실물 금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려고 엄청난 노력을 했는데 다시 금본위제도로 돌아가자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그래서 그 놈들은 수천년간 인류의 진짜 돈이었던 금과 비슷한 구조로된 신종 디지털 화폐를 만들어냈다. 그게 바로 비트코인이라는게 나의 생각이다.그런데 단순 음모론으로 치부할 수만은 없는 이유가 있다. 비트코인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금과 성격이 유사하다. 우선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나 특정 발행 기관이 없이 누구나 생산할 수 있다. 가격도 개인 간 거래에 따라 결정되고 세계적으로 골고루 분포돼 있다. 모두 금과 유사한 특징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쪽에선 비트코인을 채굴하고(금광 채굴), 다른 한쪽에선 이미 생산된 비트코인을 매매하고(금 매매), 마지막 축에서는 이 비트코인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구조도 똑같다(금본위제도). 그러니 ‘디지털 금’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비트코인,달러와 금의 가치를 넘어서야 한다현재 비트코인은 투자와 결제 수단으로 활용된다. 투자 부분을 보면 요즘 비트코인 거래소에서는 분봉 차트 실시간 시세가 나올 정도로 거래가 활발하다. 주식처럼 비트코인 가치가 급등할 경우 매도해 수익을 낼 수 있다. 결제 수단으로서의 활용은 외국에선 이미 대중화 단계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10만 개에 육박하는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비트코인 결제가 가능하다. 캐나다에선 비트코인 현금 자동 입출금기도 설치됐다. 국내에서도 쇼핑몰, 커피숍, 레스토랑, 숙박업체 등 서울 41곳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80여 곳에서 비트코인을 쓸 수 있다.또 하나, 얼마 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바이러스를 퍼뜨린 해킹 세력이 비트코인을 요구한 것처럼 비트코인은 이체와 송금 수단으로도 인기가 높다. 국내에선 주로 해외 송금에 유용하게 쓰이는데, 중간 금융회사를 거치지 않아 환전 수수료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그래서인지 요즘엔 “지금이라도 집 팔고 땅팔아 비트코인에 투자할까?”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그 답을 찾기 위해선 먼저 최근 비트코인 가격 폭등의 이유부터 살펴봐야 한다. 핵심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4월 1일부터 비트코인을 법적 결제 수단으로 인정했고, 7월부터는 비트코인으로 물건 구입 시 소비세를 면제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그래서 엔화 자금이 작년 말부터 집중적으로 비트코인 사재기에 나서며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여기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재검토 발표도 기름을 부었다. 비트코인 ETF 거래가 시작되면 물량 확보가 필연적인데, 이를 노린 선취매가 들어온 것이다.나는 최근 비트코인 가격 대폭등에 대해 이렇게 생각한다. 결국 현재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에 대한 불신이 결정타다. 아니, 꼭 미국 달러화만이 아니다. 유로화, 엔화, 파운드화, 위안화 등 그간 무작정 찍어냈던 종이돈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다. 분명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단기 폭등 영역이다. 하지만 조정이 들어왔을 때 1BTC 정도는 내 디지털 지갑에 넣어두는 것도 필요하다고 본다. 종종 “집에 10만 달러는 있다”라고 하는 분들을 보는데 그 정도라면 300만원 쯤 투자해 1BTC 정도는 보유할 만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디지털 가상 화폐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월 기준 약 210억 달러(약 23조원) 규모로 커졌다. 비트코인 말고 라이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의 가상 화폐도 대중화되고 있다. 반짝 등장했다 사라지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그러나 역설적으로 비트코인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이미 7년간 1200배 오른 비트코인이 현재의 가치를 지키거나 혹은 다시 한 번 1000배가 오르려면 우선 종이돈의 왕인 미국 달러화를 넘어서야 한다. 달러를 이겼다고 해도 끝은 아니다. 그다음엔 인류의 진짜 돈이었던 금과 가치를 두고 한판 승부를 펼쳐야 한다. 그래서 수많은 세계시민이 달러보다, 골드바보다 이 정체불명의 비트코인에 더 많은 믿음을 부여했 을 때만이 비로소 차세대 패권을 가진 기축통화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이 전쟁에서 성공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다시 7년 전 그때로 돌아갈 수 도 있다. 19세기 미국 골드 러시 당시 대박이 난건 금맥을 찾은 사람들이었지만, 실제 부자가 된건 곡괭이 가게 주인들이었다고 한다. 높은 확률로 안정적으로 돈을 번 사람은 금을 캘때 없어서는 안 되는 곡괭이를 판 사람이었다는 거다. 이뿐만이 아니다. 청바지의 대명사 리바이스를 만든 리바이 스트라우스도 처음엔 금광을 찾아 헤맸지만, 몇 번 실패 후 전략을 바꿨다. 금에 눈이 먼 광부들에게 찢어지지 않는 바지를 팔면서 시중의 돈을 긁어모았고, 갑부가 됐다. 비트코인 러시도 같은 시선이 필요하다. 황금광 시대의 교훈처럼 이번에도 돈 벌 기회는 어쩌면 전혀 다른 곳에서 나올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