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프엔 오프로드 DNA가 녹아 있다. 오프로드에서 태어나고 다듬어졌다. 물론 지프 레니게이드는 도심형 SUV다. 평생 흙길보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를 더 많이 밟을 운명이다. 적어도 레니게이드 트레일 호크가 등장하기 전까진 그랬다. 새로 등장한 트레일 호크는 고성능 오프로드 버전이다. 차 옆구리에 붙은 트레일 레이티드 배지가 실력을 증명한다. 이 배지는 아무나 달 수 없다. 세계에서 가장 험난하고 난도 높은 오프로드 코스인 루비콘 트레일의 테스트를 통과한 차에만 사용이 허락된다.
레니게이드는 덩치가 작아서 매력적이다. 보기에도 그렇고 움직임도 그렇다. 오프로드 진입 각이나 이탈각 같은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 그냥 차를 믿고 험로로 들어선다. 운전자가 할 일은 단지 눈, 모래, 진흙, 바위 중에서 적당한 주행 모드를 설정하는 것이다. 그럼 이 똑똑한 지프가 네 바퀴에 토크를 적절하게 분배하면서 험로를 성큼성큼 통과한다. 20 대 1 크롤비의 로 기어는 탁월하다. 쉽게 말해 아주 경사진 노면이나 큰 장애물도 천천히, 입으로 깨물듯이 잡고 넘어간다. 가끔은 커다란 돌이 차 하부를 때릴 때도 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변속기와 구동축, 연료 탱크를 보호하는 기구가 달렸으니까. 그렇게 험로의 끝에 도착했을 때 비로소 이 차의 가치를 알 수 있다. 이 작은 지프는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그러니 단지 시골에 사는 사람을 위한 차는 아니다. 시골을 꿈꾸는 도시 생활자에게 더 어울린다.
글_김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