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가구라구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곳곳에 아르네 야콥센의 세븐 체어가 있다. 디자인 가구의 대중화다. | 의자,디자인 가구,야르네 야콥센,세븐 체어,3108 체어

강화도에 ‘도우제’라는 펜션이 있다. 이곳에는 루이스 폴센의 PH 조명, 구비의 플로어 조명, 아르네야 콥센의 세븐 체어와 스완 체어, 찰스&레이 임스 부부의 임스 체어를 둔 방이 있다. 욕망이라 불리는 가구들이다.펜션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적어도 하루 이상 생활한다. 집기는 공공재라고 봐야 한다. 개인이 운영하는 상업 공간에 공공재처럼 쓰는 가구를 비싸고 좋은 것으로 두는 일은 일반적으로 공감하기 힘들다.“가구 수집이 취미였어요. 그것을 여러 사람과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걱정하더라고요. ‘그 비싼 가구가 괜찮겠어?’ ‘누가 알아주긴 해?’ ‘왜 방에 플라스틱 의자를 놨어?’ 하지만 저는 오리지널 가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고 믿어요. 그런 사람들에게 도우제는 분명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일 거예요. 펜션은 낭만과 추억을 만들기 위해 오는 곳이잖아요.”도우제 김인태 대표가 취미를 사업 도구로 활용한 건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1900년대 초 바우하우스를 거치며 1980년대까지 ‘미드 센추리 모던’이라 불리는 이 시기에는 기술과 감성이 모두 풍족해 명작이 많이 탄생했다. 물건을 욕심내서 잘만든 때다. 르코르뷔지에, 핀 율, 한스 베그네르, 아르 네야콥센, 찰스&레이 임스, 마르셀 브로이어, 미스 반 데어로에, 장 푸르베가 모두 이때 활동했다. 거장이라 불리는 이름들이다.파로마와 리바트와 한샘이 지배하던 2000년대 서울에도 오리지널 디자인 가구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있었다. aA 디자인 뮤지엄의 김명한 관장과 카페 mk2의 이종명 대표다. 이들은 각자의 취향대로 열심히 가구를 수집했고, 그것을 카페에서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다. 덕분에 이곳의 손님들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상적이지 않은 가구를 경험하며 새로운 가치를 배웠다. 이종명 대표는 디자인 가구가 많은 카페나 쇼룸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가구는 그림 감상과 달라요. 특히 의자는 앉아 봐야 알죠. 앉아서 자연스럽게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느낄 수 있는 게 있어요. 사람들이 많이 경험하면 좋을 것 같아서 카페에 여러 의자를 두고, 계속 바꿔가며 두려고 해요. 여러 사람이 쓰니까 어쩔 수 없이 부서지거나 금방 낡아버리는 경우도 많은데 어쩔 수 없죠. 괜찮아요. 아주 비싼 건 집에 있어요.”미드 센추리 모던 시대로부터 수십 년이 지났다. 파로마와 리바트와 한샘의 시대에서도 10년 후다. 그 동안 소비 문화의 축이 패션에서 라이프스타일로 이동했다. 가구가 취향을 보여주고 지적 수준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는 걸 나도 알고 옆집, 윗집, 아랫집도 안다. 한국은 이제 아르네 야콥센의 세븐 체어 세계 판매 1위 국가고, 작은 동네 카페에도 디자인 가구가 놓여 있다. 욕망과 질투가 많고 벤치마킹에 탁월한 한민족의 속도는 무려 이렇다. 광교에서 카페와 빈티지 가구 쇼룸 ‘원 오디너리 맨션’을 운영하는 이아영 대표는 작년보다 올해 그 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확신한다.“자영업을 하는 젊은 세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그런 거라고 봐요. 아무래도 사업 자금에 한계가 있으니 카페로 몰리게 되고, 그럴수록 차별화가 필요하잖아요. 그게 디자인 가구인 거죠. 공간에 대한 자기만족이 커야 하는 것도 있고요. 참고하고 응용할 수 있는 공간도 많아졌잖아요. 인스타그램도 영향이 커요. 보이는 것이 아주 중요해졌죠. 그래서 저희도 컬렉터를 위한 가구와 상업 공간용 가구를 분류해 바잉하고 있어요.”지금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상당수가 남들을 따라 하기 위한 의도라도 부정적으로만 보이진 않는다. 밑바탕은 확실하다는 이야기니까. 저변이 확실하면 이 과도기가 지나고 새로운 문화가 안정적으로 정착 할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계속 경험하며 가치를 느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이아영 대표가 오리지널 디자인 가구를 소개하기 시작한 이유는 mk2의 이종명 대표, 도우제의 김인태 대표와 같다. 직접 경험하고 느끼며 문턱을 낮추기 위해. 가구는 내가 어떤 가치를 믿고 어떤 삶을 사는 사람인지를 드러낸다. 디자인 가구는 아직까지 어려운 것으로 취급되지만, 낯설어서 그런 것일 뿐이다. 이케아가 우리 일상에 들어온지도 고작 2년 전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