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열은 가만히 보다가 슬쩍 추임새를 넣는다. tvN '알쓸신잡'에서 상추쌈을 유난히 즐기는 김영하 작가한텐 이렇게 툭 말했다. “쌈을 굉장히 좋아하시네요.” 김영하가 말했다. “저희 집에 상추와 깻잎이 굉장히 많이 자라는데요, 거의 매일 뜯어 먹어요.” 모두가 웃었다. 유희열이 다시 받았다. “이게(쌈채소) 지금 네 번째인가 바뀌었는데!” 계속 보고 있었다는 뜻이다. '알쓸신잡'에서는 비슷한 장면이 몇 번이나 반복된다. 그는 모두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요약하거나 에둘러 눙친다. 스스로 낮출 수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 일. 강하고 유난한 캐릭터 사이의 전쟁통에서 유희열은 그런 식으로 매끈한 균형추 역할을 한다.
JTBC '비긴어게인'에서도 다르지 않다. 노홍철, 윤도현, 이소라만 나오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가능할까? 유희열이 없었다면 예민하고 뻑뻑했을 그림이다. 유희열은 다른 모든 출연자를 그렇게 한데 묶어놓고 조금 뒤에서 건반을 친다. 돌아보면 'K팝 스타'에서도, '꽃보다 청춘'에서도 그랬다. 양현석, 박진영과 출연자 사이에서 양쪽 모두에게 농담을 던질 수 있는 사람, 그래도 밉지 않은 캐릭터였다. 윤상을 챙기고 이적을 이끌면서 여행을 이끄는 형이자 동생이기도 했다. 그런 채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올해로 9년째다. 엄연한 음악가이자 프로듀서로서 좋은 음악, 훌륭한 음악가를 과연 꾸준히 알리고 있다.
다시 '비긴어게인'. 이소라가 'Moon river'를 부르던 순간, 마법같이 침묵했던 아일랜드의 펍에서 유희열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작은 건반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 작고 낭만적인 소리가 아주 세세한 음의 공백을 똘똘하게 메웠다. ‘프로 베짱이’ 유희열의 연주였다. 그가 사는 방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