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극복할 수 있을까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물론이다. | MLB,류현진

류현진을 응원하는 팬들은 지난 6월 조마조마했을 것이다. 이번 시즌의 위상을 결정짓는 한 달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5월 26일 중간 계투로 보직을 바꿔 등판했다가 6월 1일 경기에서 다시 선발로 복귀했다. 이후 6월 29일까지 도합 여섯 경기에 선발로 나서 공을 던졌다. 성적은 1승 1패. 평균 자책점 4.13. 퀄리티 스타트 한 차례. 좋다고도 나쁘다고도 말하기 힘든 어중간한 결과다.시즌 초반 류현진은 몹시 부진했다. 특히 홈런을 많이 허용해 경기를 어렵게 이끌었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예전 같지 않은 빠른 공의 위력이었다. 속도부터 느려졌다. 그 즈음 류현진의 평균 구속은 시속 144km(시속 89.5마일), 심하게 말해 메이저리그에서 치기 딱 좋은 스피드였다. 실제로 시즌 초반 홈런을 허용한 구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빠른 공이었다.빠른 공이 먹히지 않을 때 투수는 승부 시점에서 변화구를 쓸 수밖에 없다. 문제는 그걸 타자도 안다는 점이다. 볼 배합이 노출되면 변화구의 위력이 떨어진다. 변화구를 쳤을 때 장타가 될 가능성이 빠른 공일 때보다 더 높다는 사실은 요즘 상식에 가깝다. 같은 조건에서 타격했을 때 변화구를 친 공이 빠른 공을 쳤을 때보다 4m쯤 더 멀리 날아간다는 미국 연구진의 실험 결과도 있다. 변화구는 빠른 공에 비해 제구도 어렵다. 유인구로 쓸 수도 있지만 타자가 휘두르지 않는다면 볼넷 가능성이 높아진다.아니나 다를까, 류현진은 시즌 초반 홈런과 함께 볼넷도 많이 허용했다. 홈런을 많이 허용하고 볼넷이 많은 선발 투수가 좋은 성적을 거둘 리 만무하다.평균 자책점을 갉아먹던 치명적 단점이 6월에 어느 정도 개선됐다. 공 회전수는 둘째 치더라도 일단 빠른 공이 빨라졌다. 평균 구속 시속 146km(시속 90.8마일). 괄목할 만하다고는 하기 어려워도 그나마 통타당하는 수준은 넘었다. 볼넷이 줄었다는 게 더 고무적이다. 9이닝당 볼넷 허용이 3.75개에서 1.65개로 뚝 떨어졌다. 홈런은 여전히 곧잘 허용하지만 볼넷이 줄며 어느 정도 이닝을 버틸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이 정도로 남은 시즌을 버틸 수 있을까 하는 점. 개인적으로는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리그 평균의 빠른 공, 리그 톱클래스의 체인지업, 리그 평균의 커브’. 그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때 스카우팅 리포트에 쓰인 말이다. 류현진이 구사하는 세 가지 구종이 이미 잘 알려져 있었다. 여기에 올해 6월부터 컷 패스트볼(커터)을 시험 삼아 던지고 있다. 컷 패스트볼이 류현진에게 완전히 새로운 구종은 아니다. 지금 류현진은 슬라이더 그립으로 컷 패스트볼을 던진다. 그는 전부터 슬라이더를 던질 줄 알았다. 체인지업을 잘 던지니까 자신의 구종으로 개발할 필요를 못 느꼈을 뿐이다. 류현진이 지금 던지는 컷 패스트볼은 빠른 공의 위력이 살아나지 않아 떠올린 해결책이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에이스 댈러스 카이클의 투구를 참고했다고 한다. 위력은 나쁘지 않다. 실제로 땅볼 유도에 꽤 효과를 보인다.커터 효과는 삼진이라기보다는 땅볼이다. 커터는 공이 휘는 궤적은 작지만 날카롭고 빠르게 휜다. 자연히 타자의 배트 중심을 피해 나간다. 배트의 중심에 맞지 않은 공은 평범한 땅볼이 되기 쉽다. 좋은 커터는 배트의 손잡이 쪽으로 휘면서 타자의 방망이를 부러뜨리기도 한다. 커터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왕년의 뉴욕 양키스 마무리 투수 마리아노 리베라의 예에서 알 수 있다. 리베라는 배트를 부러뜨리는 방면에서도 최고수였다. 은퇴 경기에서 상대 팀 타자들이 부러진 배트로 의자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을 정도.쉬는 동안 몸을 다듬어 빠른 공의 위력을 키운다면 후반기에는 우리가 예상하는 류현진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류현진의 커터 역시 그런 용도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위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개량형이라 해도 시즌 중 새로운 구종을 개발해냈다는 사실은 적이 놀랍다. 류현진의 재능에 다시금 혀를 내두르게 된다. 다만 아직 던지는 횟수가 잦은 편은 아니니 유력한 구종으로 자리 잡았다고 하기는 시기상조다.대신 커브도 위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본디 류현진에게 커브란 보조 구종에 지나지 않았다. 던진 공 열 개 중 하나가 될까 말까 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빠른 공의 위력이 떨어지고 체인지업의 효과마저 반감되자 열 개 중 두 개 정도로 커브의 빈도를 높였다.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도 커브는 승부구 또는 카운트 잡는 공으로 요긴하게 썼다. 강판 직전 통한의 홈런을 허용한 공도 커브. 워낙 잘 먹히자 마지막까지 승부구로 썼다가 높게 제구되면서 투런 홈런을 허용했다. 공교롭게도 가장 좋았던 구종 때문에 자칫 패전 투수가 될 뻔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날 호투의 결정적 요인으로 커브를 꼽아도 무방할 것이다.가장 나쁜 소식은 류현진이 이 경기에서 타구에 맞았다는 것이다. 4회 투구 도중 상대 타자 앤드럴턴 시먼스가 친 타구가 왼발을 강타했다. 이후로도 투구를 계속해 도합 5.2이닝을 소화했고 경기 후 엑스레이 검진에서 별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명됐지만 통증이 남아 결국 열흘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전반기 등판이 끝났다는 의미다. 7월 8일부터 10일까지 열리는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경기, 다시 말해 다저스의 전반기 마지막 3연전에 등판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좋게 생각하면 잘된 일이다. 쉬는 동안 몸을 다듬어 빠른 공의 위력을 키운다면 후반기에는 우리가 예상하는 류현진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빠른 공. 빠른 공만 살아나면 체인지업, 커브, 나아가 커터의 쓰임새까지 넓어지고 효과도 배가될 것이다. 볼넷이 줄면서 제구력은 안정을 찾았으니 남은 것은 빠른 공의 위력,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