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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모든 것을 삼킨다

금융 위기가 오기 전 미국 백화점 시어스의 주...

ESQUIRE BY ESQUIRE 2017.07.25

금융 위기가 오기 전 미국 백화점 시어스의 주가는 2007년 3월 30일 108달러까지 올랐다. 금융 위기가 오자 2008년 11월 말 20달러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2010년 4월 말 73달러까지 반등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금융 위기에서 벗어나 회복되어가면서 많은 미국 기업의 주가가 2007년 고점을 갱신해나간 반면 시어스의 주가는 그렇지 못했다. 반등할 것처럼 보이는 순간들이 있었지만 하락을 거듭했다. 2008년에 저점을 겨우 사수하는가 싶었던 시어스의 주가는 결국 2015년 9월 말에 2008년에 사수한 저점인 20달러 아래로 하락했고, 추락을 거듭하다가 2017년 7월 14일에는 8달러까지 떨어졌다. 2007년 3월 30일에 1억원을 투자했다면 현재의 주식 가치는 750만원이 채 되지 않는 셈이다.

시어스와는 정반대의 경험을 하고 있는 회사도 있다. 2007년 9월 말 93달러를 돌파한 아마존의 주가는 금융 위기 여파로 2008년 말 51달러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미국의 금융 위기가 끝나고 경기회복이 시작되자 아마존은 주가의 고공비행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주식이 되었다. 2014년에 약간 조정을 받는 듯했지만 953달러까지 올랐고, 2017년 7월 14일에는 1001달러로 마감했다. 2007년 9월에 1억원을 아마존에 투자했다면 지금 시장가치는 9억7600만원이 되었을 것이다. 한 회사는 주가가 10분의 1 토막 났고 다른 회사는 10배가 올랐다. ‘명암’이란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리는 경우가 또 있을까?

2007년 아마존의 매출은 148억 달러였다. 2008년과 2009년 미국 경제가 부진했을 때도 아마존의 매출은 각각 29%와 28% 성장했다.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자 아마존의 2010년과 2011년 매출 성장률은 각각 40%와 41%에 달했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의 매출 성장률은 2014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20%대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2016년 아마존의 매출은 1359억 달러였다. 2007년의 매출에 비해 818% 증가했다. 한편 2007년 시어스의 매출은 530억 달러였다. 2008년과 2009년의 매출은 각각 4%와 8% 하락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회복한 이후에도 한번 집을 나간 시어스의 매출 성장률은 돌아오지 않았다. 매년 하락을 거듭했다. 2013년까지만 해도 매출 하락세는 6% 하락했던 2010년을 제외하고는 5% 미만의 한 자릿수대 감소였다. 하지만 2014년에는 매출이 9% 하락했고, 2015년에는 14% 하락했으며, 2016년에는 19%나 하락했다. 매출보다 심각한 것은 순이익의 감소였다. 2007년에 시작된 금융 위기 상황에서도 적자를 내지 않았던 시어스가 2012년 6억2000만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2012년에는 순손실이 16억 달러를 넘어섰다. 또 2016년에는 순손실이 7억8000만 달러였고 주당 손실(EPS)은 8억2000만 달러에 달했다.

시어스의 주주라면 나빠지는 재무제표에 오싹한 느낌을 받다가 아마존의 재무제표를 보는 순간 억울한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시어스가 15억 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한 2007년에 아마존의 순이익은 4억8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2010년에도 11억5000만 달러에 지나지 않았다. 2016년에도 23억8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심지어 2014년 아마존은 1억30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순이익 23억8000만 달러의 200배가 넘는 4788억 달러의 시장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뿐이다. 그것은 바로 아마존의 기술이 세상의 많은 것을 집어삼킬 것이라는, 미래에 대한 압도적인 기대다.

1995년 첫 매출 실적을 내놓은 아마존은 닷컴 버블이 붕괴되기 전까지 매년 세 자릿수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닷컴 버블 붕괴의 여파가 가장 심했던 2001년, 아마존은 창사 이래 가장 낮은 13%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단 한 해도 매출이 감소한 적은 없으며 심지어 단 한 번도 한 자릿수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닷컴 버블 붕괴의 여파가 가장 심했던 2001년, 아마존은 창사 이래 가장 낮은 13%의 매출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단 한 해도 매출이 감소한 적은 없으며 심지어 단 한 번도 한 자릿수대의 증가율을 기록한 적이 없다. 이렇게 높은 매출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지난 순이익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즉 순이익의 마진율은 지난 10년간의 평균이 1.8%밖에 되지 않는다. 즉 아마존은 마진은 거의 남기지 않으면서 높은 매출 성장률을 유지한다.

지난 6월 16일, 아마존은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인 홀푸드마켓을 137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바로 그날, 아마존의 주가는 2.4% 올라서 인수 금액보다 시가총액이 더 늘어났지만 충격은 유통 산업에 골고루 가해졌다. 인수 대상인 홀푸드마켓의 주가는 29% 상승했지만 크로거와 코스트코의 주가는 각각 9.2%와 7.2% 하락했고 월마트와 타깃의 주가는 각각 4.6%와 5.1% 하락했다. 소형 소매 유통 회사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어서 슈퍼밸류와 스프라우트의 주가는 각각 14.4%와 6.2% 하락했다. 아마존의 주가가 상승한 것보다 기존 리테일러들의 주가 하락이 더 심각한 이유는 마진을 줄여서라도 매출을 극대화하는 아마존의 전략이 이들의 마진을 쥐어짤 것이란 우려가 훨씬 더 심각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광대한 물류망과 점점 방대해지는 온라인 사용자에 대한 경험이 오프라인 매장과 결합되면 기존 리테일러들의 매출을 감소시키고 마진이 압착될 것이란 우려는 꽤나 현실적이다. 이미 5월에 몇 개의 소형 슈퍼마켓 체인이 파산했다.

아마존의 위협에 모든 회사가 넋을 놓고 있지는 않다. 최전선에는 월마트가 있다. 월마트는 지난 6월 16일 보노보스를 3억1000만달러에 인수했다. 보노보스는 온라인에서 주로 바지를 팔다가 셔츠, 양복 등으로 판매 품목을 다양화하면서 유명 백화점의 오프라인 매장에도 진출하는 중이었다. 월마트는 작년에도 33억 달러를 들여 제트닷컴을 인수했고, 1억6600만 달러에 슈바이닷컴과 같은 온라인 의류업체들을 인수했다. 제트닷컴 창업자 마크 로어는 회사를 매각한 후 현재 월마트의 온라인 사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로어가 월마트의 최전선에서 아마존을 상대하게 된 것에는 개인적인 감정도 있다. 온라인 쇼핑몰 퀴드시에서 기저귀를 팔던 로어는 아마존의 공격적인 기저귀 가격 인하 정책으로 매출과 이익이 감소하면서 퀴드시를 5억4000만 달러에 아마존에 매각해야만 했다.

온라인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 월마트와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진출하는 온라인 유통의 강자 아마존과의 싸움에서 승자는 누가 될까? 2016년 기준으로 아마존의 매출은 1359억 달러로, 4788억 달러인 월마트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고, 아마존의 순이익은 23억7000만 달러로 141억 달러인 월마트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7월 14일 현재 아마존의 시장가치는 4788억 달러로, 2301억 달러인 월마트의 두 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지금 시장에서는 궁극의 승자는 월마트가 아니라 아마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형태의 유통업이 등장할 때마다 시장은 혼란을 겪는다. 1930년대에 슈퍼마켓이 등장하면서 동네 상점들이 파산했고, 1950년대에 할인 매장이 등장하면서 슈퍼마켓이 위기에 처했으며, 1970년대에는 대형 창고형 매장이 출현해 할인 매장의 파이를 잠식했다. 가격이 싸면서 쇼핑은 편리한 매장을 거부하는 소비자는 없기 때문이다. 반스앤드노블 같은 대형 서점 체인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의 등장은 대를 이어 운영하던 작은 동네 서점을 파괴했다. 그들이 경험한 비슷한 실패를 반스앤드노블도 겪었다. 반스앤드노블의 주가는 2006년 3월 말 30달러가 넘었지만 2017년 7월 15일 현재 주가는 7.4달러에 불과하다. 1995년 아마존이 처음 등장했을 때 반스앤드노블의 매출은 162억 달러였다. 1994년부터 2003년까지 평균 매출 증가율은 17.2%에 달했다. 하지만 2004년 처음으로 17%의 매출 하락을 기록한 후 한 자릿수의 매출 증가도 힘겨워했다. 2013년 이후 매출이 계속 감소하다가 2015년에는 33%나 감소했다. 2016년 매출은 414억 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한때 반스앤드노블은 혁신적 기업이었다. 지금은 상장폐지된 보더스와 함께 대형 도서 유통 매장의 개념을 만들었다. 반스앤드노블이 보더스와 경쟁하는 동안 많은 영세 서점이 문을 닫았다. 브래드 스톤의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에 의하면, 1996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아마존에 대해 처음으로 보도한 후, 반스앤드노블 CEO였던 렌 리지오는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를 만났다. 리지오는 반스앤드노블이 곧 온라인 서점을 열 예정이며 강한 시장 지배력으로 아마존을 뭉개버릴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협업을 제안했지만 퇴짜를 맞았다. 반스앤드노블은 곧 웹사이트 구축에 들어갔지만 온라인 영업부를 만드는 데만도 여러 달이 걸렸다. 1998년에는 독일의 베텔스만으로부터 2억 달러를 투자받아 온라인 자회사를 설립해 상장했지만 아마존과의 온라인 경쟁에서는 실패했다. 반스앤드노블은 작은 규모에 불과한 온라인 사업에 무리한 돈을 쓰고 싶지 않았다. 스톤에 의하면, 베조스는 반스앤드노블이 온라인 경쟁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베조스의 예상대로 반스앤드노블은 많은 수익을 누리고 있는 오프라인 서점 대신 전망이 불투명한 온라인 서점에 뛰어난 직원을 배치하고 유용한 자원을 사용할 생각이 없었다.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눈앞에 두고 기존 제품에 집착하던 노키아의 실수와 다를 바 없었다. 탁월한 기업이 손안에 쥔 이익 때문에 새로운 시대의 탄생을 외면했다.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한 아마존은 곧 CD와 DVD로 품목을 다양화했고 세상의 모든 상품을 팔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아마존은 오프라인 사업에 진출하면서 온라인 사업의 확장을 시도한다. 특히 본사가 위치한 시애틀에서 실험적인 서비스를 자주 선보이는 아마존은 오프라인 식품 매장인 ‘아마존 고’(계산을 하기 위해 계산대에서 기다릴 필요가 없는, 자동화된 무인 매장)와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 북스’를 열었다. 신선 식품을 배달해주는 ‘아마존 프레시’와 특정 상품을 몇 시간 내로 배송하는 ‘프라임 나우’ 서비스도 시애틀에서 처음 시작했다. 이에 맞서 월마트도 온라인 사업에 진출하며 오프라인 사업의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문제는 월마트가 아마존에 비해 불리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은 방대한 고객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고객의 사용자 경험을 오프라인 비즈니스에 업그레이드해 재현하지만 월마트가 쓸 수 있는 수단이란 지금까지 만들어놓은 현금뿐이다. 지난 6월 21일 <월스트리저널>에 의하면, 월마트는 아마존의 아마존 웹 서비스(AWS)를 사용하지 말라고 IT 협력사들에 통보했다. 2016년 기준으로 아마존의 전체 매출에서 아마존 웹 서비스의 비중은 9%밖에 되지 않지만 매출 성장률은 2015년 70%에 달했고 2016년에도 55%가 넘었다. 특히 영업 수익은 2016년 31억1000만 달러로 전자 상거래 전체에서 벌어들인 10억7000만 달러보다도 크다. 아마존 매출의 대부분은 전자 상거래에서 나오지만 이익의 대부분은 클라우드 서비스에서 나오는 셈이다. 문제는 월마트의 이러한 공격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와 3위인 구글에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아마존과의 싸움에서는 본질이 아니란 것이다.

아마존은 소매 유통업자가 아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의 주가를 설명할 길이 없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마존은 스스로 소매업체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소매업체로 간주됐다. 한때 전자 상거래를 위한 최고의 장소는 아마존이 아니라 이베이였다. 2004년 이베이의 시가총액은 778억 달러로 아마존의 181억 달러에 비하면 4배 이상 컸다. 아마존의 좁은 이익 마진을 불편해하는 투자자들은 아마존에 투자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아마존은 엄청난 투자를 했고 근사한 기술을 축적했다. 이 첨단 기술 기업의 주가는 지난 10년간 10배가 올랐고 현재 아마존의 시가총액은 401억 달러인 이베이의 10배가 넘는다. “아마존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이다. 두 번째로 큰 강보다 몇 배 크다. 다른 강들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제프 베조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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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정 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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