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과의 전쟁: 투기꾼들의 전성시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정부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 다만 왜곡시킬 수는 있다. | 포트폴리오,부동산 규제,부동산,인구 고령화

시장은 항상 뒤통수를 친다. 그것이 주식이든 채권이든 외환이든 상품이든, 아니면 부동산이든 예외가 없다. ‘이 기업의 향후 1년간 실적은 보장됐다’는 확신이 100% 설 때 신기하게 주가는 곤두박질친다. 아무리 극단적 가정을 해도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은 넘지 못할 것 같아 별생각 없이 환율 변동 파생 상품에 가입했는 데 느닷없이 환율이 달러당 1600원까지 치솟고 회사는 가만히 앉아서 100억원대 손실을 물어주게 된다.부동산도 마찬가지였다. 2009년, 2011년, 2013년 부동산이 오른다, 내린다 식의 끝장토론을 벌일 때면 무조건 약세론자들의 압승이었다. 이유가 확실했다. 논 거로만 보면 대한민국 부동산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저출산과 고령화, 실은 이거 하나만으로도 집값이 더 이상 오를 수가 없었다. 하지만 2015년, 2016년, 2017년 8월까지 서울 집값은 다시 튀어 올랐다. 하방론자들은 “박근혜 정부가 규제를 다 풀 어서 그래” 또는 “투기꾼들이 문제야”라고 했다. 그게 무엇이든 결과는 상방이었다. 시장이 또 뒤통수를 친 것이었다.지난 6·19 대책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가 서둘러 초강력 부동산 규제인 8·2 대 책을 내놓았다. 그리고 시장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상태다. 정부는 추가적인 규제도 준비돼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그럼 이번엔 정말 된 건가? 지금이야말로 40 년 넘게 지속됐던 대한민국 집값 상승의 엘리어트 5파(상승 주기의 마지막)가 완성 된 건가? 그렇다면 이제 대꼭지를 찍고 하락의 기나긴 여정을 떠나기 시작한 것인가?인구 고령화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지난 7월 흥미로운 보고서 하나를 만났다. ‘인구 고령화가 주택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물론 이런 내용의 리포트나 책은 꽤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발 행 주체가 바로 한국은행이었다. 한국은행이 그간 우리의 집값 논쟁에서 1번 타자 로 등장한 ‘노령화 때문에 우리도 결국 일본처럼 부동산 하락기가 온다’는 주장을 심층 분석하고 나선 것이다. 게다가 내용이 여타 고령화의 집값 영향 보고서와는 사 뭇 달랐다. 결론은? 그렇다. 이번 보고서에선 고령화가 심화하더라도 집값이 급격 히 내려가지는 않을 거라고 했다.일본의 경우를 보자. 1992년 이후 2016년까지 일본 전국 평균 주택 가격의 누적 하락률은 53%에 달한다. 말 그대로 반토막이 났다는 얘기다. 이 시기는 일본의 생산 가능 인구가 본격적으로 줄어드는 때였다. 일명 ‘단카이 세대’라는 일본 베이비부머 세대의 집중 은퇴 이슈가 겹치기도 한다. 자, 그런데 공교롭게도 우리 도 2017년부터 생산 가능 인구 비중이 줄어든다. 게다가 1955년 양띠를 시작으로 1958년 개띠, 1960년 쥐띠까지 은퇴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과 정말로 흡사한 상황 이다.그러나 한국은행의 보고서는 크게 세 가지 점이 다르다고 했다. 첫째, 우린 직 전에 일본만큼 부동산 폭등이 없었다. 틀린 소리는 아니다. 1986년부터 1990년까 지 5년간 일본 집값은 2배, 3배가 우스웠다. 우린 집값 이 올랐다고 해도 최근 5년간 강남 재건축 정도에서 약 70% 상승이 나온 정도이다. 즉 폭등이 없으니 당연히 폭락도 없다고 주장한다.둘째, 공급 이슈다. 일본은 1990년대 초 버블 사태 가 터졌음에도 당초 계획대로 주택 공급량을 계속 늘렸 다. 하지만 우린 이번 8·2 부동산 대책처럼 투기 수요를 잡는 데 초점을 맞춘다. 게다가 우리의 주택 공급은 재건 축·재개발 위주다. 공급 과잉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세 번째는 일본은 단독주택 비중이 높고 우린 아파 트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아파트는 매매 회전율이 높고 거주 편의성에 임대도 용이 해 유동성 확보가 좋다. 물론 보고서에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더 있었고, 고령화의 리스크도 짚었다. 어쨌든 결론은 ‘일본과는 다르다’였다. 그런데 내가 이 보고서를 흥미롭게 본 건 발행 주체에 있었다. 한국은행이 주 는 믿음 때문인지 7년 넘게 부동산 폭락의 대표 논거였던 ‘고령화, 저출산’이 너무 쉽 게 무너진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고개를 끄덕일 정도였으니까. 그렇 다면 이게 바로 역설적으로 꼭지를 찍었다는 신호일까?6·19 대책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가 서둘러 초강력 부동산 규제인 8·2 대책을 내놨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르면 남은 규제 카드를 모두 꺼내 들 것이라고 투기 세력을 향해 엄포를 놓은 것이다.34평 아파트가 19억. 이해가 된다고?작전주를 설계하는 주포들이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다. 주당 액면가 500원짜 리가 1만원이 되면 “비싸다”, “버블이다”, “작전이 곧 끝난다” 같은 말이 돈다. 이 주식 이 10만원 가면 사람들이 “지금부터 시작이다”라며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알아서 그 가격을 이해하고, 그 가격에 이런저런 정 당성을 부여한다. 실은 그때가 바로 ‘꼭지’이고 주포가 빠져나갈 시점이다.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 래미안 퍼스**’ 가격을 보자. 8·2 대책 직전에 형성 된 시세를 보면 20평형은 15억원, 30평형은 18억~19억원, 40평형은 25억~27억 원, 그리고 70평, 80평형대는 30억원을 그대로 상향 돌파해버린다. 30평 아파트가 19억? 당장 강 건너 만나는 동작구에 가면 40평형대 아파트 2채를 살 수 있는 가 격이다. 다만 신기했던 건 올여름 시장의 반응이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전문가를 포 함해 꽤 많은 사람들이 이 가격을 인정했다. 이때의 대표적인 논거는 뉴욕 맨해튼과 런던 첼시 집값의 흐름이었다. 세계 어디에도 부촌이 존재하며, 돈이 생긴 사람들 이 지속적으로 살고 싶은 곳이 존재한다. 경기가 좋을 때도 경기가 나쁠 때도 돈 버 는 사람은 항상 생겨나기 마련이며 이들은 ‘그들만의 리그’로 몰려든다. 그러니 이 런 곳의 가격대는 섣불리 거품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같은 맥락에서 30평형 아파트가 19억원이란 가격이 비싼 게 아닐 수 있고, 실제 이 부동산을 거래하는 사 람들도 그걸 행동에 옮기는 것이라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부동산 전문가들도 “거긴 교육 수요가 받치고 있어서 가격 설명이 돼요”, “주변 재건축이 또 들어가는데 시세가 계속 오를 수밖에 없어요”, “그곳 사람들은 여유 가 있으니 사는 겁니다” 같은 해당 지역 집값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심지어 “아이 참, 우리나라 돈 많은 사람들 많다니까. 금리 인상? 거긴 꿈쩍도 안 해”라는 짜증 섞인 반응도 보였다.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나도 실은 ‘맨해튼 이론’의 신봉자다. 앞서도 말했지만 증시가 폭등해도 벼락부자 가 나오지만 증시 대폭락 시기에도 거부가 탄생한다. 그 리고 그들이 맨해튼으로 향하고, 결국 맨해튼 집값은 중 장기적으로 늘 점진적으로 높아진다. 하지만 여기서 이 상한 게 있다. 중요한 포인트 하나를 놓치고 있어서다.맨해튼은 월세 수입, 즉 렌트 수요가 크다. 그래서 집값이 급락해도 소유주들은 렌트 수입을 통해 유동성 을 확보한다. 30억원 하는 콘도가 20억원이 돼도 이들 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부자이면서도 동시에 월세를 높이면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다르다. 분명 고액 전세 수요가 집값을 버텨주는 건 맞다. 월 300만원씩 내는 반전세도 있다. 하지만 만약 19억원대 30평형 아파트가 13억원이 됐을 때 맨해튼 처럼 담담하게 버틸 수 있을까? 그렇다. 언젠가부터 강남 초고가 아파트와 뉴욕, 런 던, 도쿄, 시드니 집값을 비교할 때 이 ‘월세 유동성’ 부분에 대한 언급이 빠져 있다. 일부러 눈 감는 거라면 이건 그냥 넘어갈 대목은 아니다. 마지막 신호일 수 있기 때 문이다.새 정부, 부동산 꼭지의 신호과거를 돌이켜보면 세계적으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시장에 개입해 성공한 적 은 매우 드물다. 대표적 성공 사례가 1930년대 그 처참했던 미국 대공황을 루스벨 트 대통령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극복한 정도이다. 난 이것도 의심이 간다. 당시 나 타났던 수요 촉진이 루스벨트 때문인지 아니면 전쟁 때문인지 솔직히 모르겠다.현재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매우 강력하게 개입하고 있다. 국토부 장관 이 직접 나서 최근 집값 상승이 투기 세력 때문이라고 규정하고,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르면 보유세 인상, 분양가 상한제, 장기 보유 특별 공제 축소 등 남은 규제 카드를 모두 꺼내 들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토 달지 말고, 집값이 더 오르면 끝장을 낼 테 니까 알아서 기라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솔직히 이런 정부의 정책과 개입이 성공할지는 누 구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정부 는 시장과 상대해 매번 승리하는 건 아니지만, 개입 강 도가 커지면 커질수록 일정 시간 이후 시장이 왜곡된다 는 사실이다. 난 이것이 시간 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가령 집값이 뜨거워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놓고, 또 내놓 고, 조급함에 끝장 정책까지 내놓았다. 하지만 집값은 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게 웬걸, 1년 정도 보 합세가 지속되다 갑자기 급락을 시작할 여지가 있다는 소리다. 이렇게 되면, 이제부터는 앞서 내놓았던 초강력 규제가 급락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대표적 사례가 과거 노무현 정권 때의 부동산과의 전쟁이다. 당시 집값이 폭등한 게 정말 참여정부의 규 제 정책 때문이었나? 아니다. 글로벌 유동성이 세계를 떠돌며 주식과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영향이 훨씬 더 크다. 지금도 비슷하다. 어쩌면 국내 부동산 투기 세력 이 집값을 끌어올렸을 수도 있다. 최근 벌어진 주식과 부동산 상승은 기본적으로 저 금리에 세계를 떠도는 풍부한 유동성에 기인한 현상이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 가 된다. 만약 이런 유동성과 빚잔치가 당장 2019년 초반부터 마무리된다면? 아마 도 정부의 규제책과 상관없이 부동산은 제 풀에 꺾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간 숨 가쁘게 던진 규제들이 하락의 진폭을 키울 것이다. 정부도 국민도 원치 않는 왜곡이 나타난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럴 때 시장은 강한 몽니를 부리는 경향이 있다.난 지금 정부의 규제책이 문제가 될 거라 악담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산 급락 도 절대 원하지 않는다. 다만 부동산 꼭지의 신호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거다. 난 지금 나오는 대책들이 강하다고 본다. 당장은 아니지만 결국 1년쯤 후엔 상당한 효 과를 발휘할 텐데, 부디 그때가 세계 경기의 하강 시기가 아니길 바란다.주식시장엔 확실한 꼭지 신호가 있다. ‘애 업은 아줌마가 객장에 나올 때’다. 2007년 가을엔 스님이 주식형 펀드에 가입했다는 기사가 증권 면 표지를 장식했다. 부동산의 경우엔 긍정론자와 약세론자의 득세로 가늠해볼 수 있다. 약세론자가 세 간의 온갖 비웃음을 받고 있다면 이제 본격 하락이 시작된다는 뜻이고, 10명 중 7명 이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죽었다 깨어나도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내 주위만 해당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난 7월까지만 해도 후배들 사이에서 부동산 관심이 엄청났다. 청약에 대해 그렇게 오래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을 정도 다. 여러분 상황은 어떤지. 혹시 다들 “규제? 그래도 집값은 올라!”라는 대세가 형성 돼 있는지. 아니면 반대로 “이제 본격 하락 시작이다”라는 확신에 가득 차 있는지.골치 아프다면 한 가지만 기억하자. 바로 ‘30-30’ 원칙이다. 실수요자라면 집 값 대비 30% 미만 대출에, 자신의 소득 대비 월 원리금 상환 비율이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것만 지키면 두려움은 없다. 집값이 하락해도 어차피 주 거비라 생각하고 버티면 되고, 집값이 오르면 즐거운 맘으로 하루하루 즐기며 일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사실 이게 가장 힘든 일이다. 인정한다. 그래서 부동산 문제가 매번 이토록 힘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