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는 법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아디다스 오리지널스가 가장 그들답게 오리지널리티를 만든 방법. | 아디다스,컨소시엄

어떤 협업은 브랜드의 현재를 결정한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협업을 단행했다. 그 순간들이 쌓인 지금,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완전체가 된 것 같다. 그들의 이름으로 완성하는 창작물들이 독창적이며 매력적인 데다 현명하게 상업적이기까지 하니까. 이 정도면 협업을 위한 협업, 실적에 의존한 협업은 다 남의 이야기다.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탄생 당시부터 지금까지 부지런히 협업하며 운동장, 트랙, 필드를 벗어나 사무실, 학교, 길거리에서 누구나 거리낌 없이 입고 신을 수 있는 것을 만들었다. 그들의 협업이 특별한 이유는 모든 협업에서 추구한 공통의 기조 때문.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1960~1970년대에 유행했던 스포츠화를 재현하거나 그들의 역사적인 아이템을 재해석한다. 그러니까 슈퍼스타, 스탠 스미스, ZX, 포럼처럼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는 제품이 현대적으로 다시 태어나는 거다. 원래 있던 것,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만드는 건 참 난감한 일이다. 익숙한 듯 신선해야 하니까. 익숙한 듯 신선하다는 게 얼마나 추상적이고 까다롭고 대책 없는 말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에게는 정말 불가능한 게 없어 보인다. 그들은 파트너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협업했다. 그리고 이렇게 탄생시킨 재미있는 제품에는 따로 이름을 붙였다. 이름을 구분하면 급이 높아지고, 사람들의 호응도 커진다. 스페지알 컬렉션처럼.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스페지알은 그들의 위대한 유산으로 남아 있는 1970~1980년대 아카이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이다. 개별 아이템에서 여전히 빈티지한 면모가 드러나는 점이 흥미로운 부분. 그래서 스페지알 컬렉션은 꼭 스니커즈의 태초 같기도 하고 가장 최신의 것 같기도 하다. 2017 F/W 시즌에는 간결하고 현대적인 야외 활동에 초점을 맞췄다. 출시하는 열 가지 스니커즈 모두 브랜드를 상징하는 삼선을 제외하곤 장식을 최소로 줄였다. 라콤브 스페지알은 고급스러운 면을 부각했고 맥카튼 스페지알은 캐주얼 스니커즈로, 삼바 스페지알은 도심형으로 탁월하다. 1970년대 아카이브에서 영감받은 TRX 스페지알과 윈터힐 스페지알은 활동적인 야외 활동을 돕는다. 스니커즈와 더불어 뒤집어 입을 수 있는 보머 재킷과 패딩 조끼, 첫 스페지알 컬렉션의 아드윅 스니커즈를 닮은 아노락 재킷, 클래식한 트랙 재킷과 팬츠는 스타일에 민감한 남자들이 산이나 들로 떠날 때 마땅히 입어야 할 것들이다.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요지 야마모토, 알렉산더 왕, 스텔라 매카트니, 제러미 스콧, 릭 오웬스, 라프 시몬스 등 패션 디자이너와도 꾸준히 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 컬렉션에는 스니커즈 역사에 영원히 남을 감동의 명작이 많았다. 최근에는 일본의 가죽 브랜드 핸더스킴과 함께 슈퍼스타, NMD, 마이크로페이서를 만들었는데 이것들도 심상치 않다. 핸더스킴의 디자이너 가시와자키 료는 가공하지 않은 천연 소가죽을 손으로 일일이 자르고 엮어 제품을 만든다. 이렇게 완성한 스니커즈는 신을수록 자연스럽게 색이 변하고 표면이 닳는다. 밑창을 완전히 교체할 수 있기도 하다. 이런 건 그동안 가죽 구두에서나 가능했던 이야기다.연이은 협업으로 화이트 마운티니어링과는 이미 관계가 긴밀하다. 화이트 마운티니어링의 디렉터 요스케 아이자와는 늘 그렇듯 이번에도 작업복에 맞먹는 기능성을 담아 범접할 수 없는 재봉으로 옷을 만들었다. 가을 내내 입을 수 있는 옷과 신발, 한겨울에도 끄떡없는 패딩 점퍼가 있고 스니커즈는 NMD_R2, NMD 트레일, 스탠 스미스, 부스트, 보스턴 슈퍼와 씨유레이터 알레도까지 성대하다.시대의 아이콘과 작업하는 방식도 흥미롭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벌써 몇 차례 퍼렐 윌리엄스와 협업했는데 지난 5월에 이어 두 번째로 공개하는 테니스 휴 컬렉션은 스탠 스미스와 포레스트 힐처럼 전통적인 테니스화에서 영감을 받았다. 지금 전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바쁜 사람 중 하나인 대니얼 아르샴과는 제품 공개와 함께 설치미술품 전시도 진행했다. 이때도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방향은 명확하다. 과거가 곧 현재이고 현재가 곧 미래이며, 역사와 현재는 공존하는 것.한편 2005년에는 아디다스 오리지널스가 진행하는 협업의 영역 안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콘셉트가 탄생했다. 바로 ‘컨소시엄(Consortium)’이다. 컨소시엄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가 세심하게 선별한 전 세계 80여 곳의 스니커즈 편집숍과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을 말한다. Limited EDT, 슬램 잼, 스니커즈 앤 스터프, 더 키스, 서울의 카시나도 함께했다. 판매도 한정된 편집숍에서만 독점으로 이루어진다. 이 콘셉트는 슈퍼스타 탄생 35주년을 기념하는 협업에서 시작됐다. 말하자면 특별 프로젝트 같은 거였다. 그 당시 편집숍과 협업하는 브랜드는 없었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말고는.컨소시엄 컬렉션과 관련해 지난 6월 파리에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쇼룸에 방문했다. 이 흥미로운 컬렉션의 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서였다. 쇼룸 입구와 맞닿은 넓은 홀에는 한스 베그네르가 전성기 때 만든 빈티지 데이베드 소파와 자동차 문짝을 이어 만든 거대한 팝아트 조형물이 함께 놓여 있었다. 그리고 전 세계에서 모인 관계자들이 자연스럽게 소파에 앉거나, 어딘가에 기대 서거나, 툭 걸터앉아 대화를 이어갔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쇼룸에서 그 귀한 한스 베그네르의 소파에 앉아보다니. 말도 안 되는 생경한 경험.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아주 쿨한 태도로 간단하지만 강한 첫인상을 남겼다.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모두 존중하는 태도, 그것들을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탁월한 능력.컨소시엄 컬렉션을 진열한 공간의 한쪽 벽면은 여러 이미지와 문구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는데, 단 몇 장만으로도 메시지가 명확하게 전달됐다. 특히 로고가 그렇다. 악수하는 형상의 컨소시엄 로고는 이 특별한 컬래버레이션이 지닌 의미를 명확하게 표현한다. 동등한 파트너십. 두 파트너가 상대의 행보를 존중하고 협력해 하나의 작업으로 표현하는 것.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컨소시엄을 통해 훌륭한 제품을 만들고, 리테일러들과 끈끈한 관계를 이루고, 진정한 협업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가장 그들다운 방법, 독창적 합작으로 오리지널리티를 만든다. 브랜드와 사람과 문화가 하나이며, 함께 도전하고 공감하면서 그들의 유산을 빈틈없이 지킨다. 세상 누구보다 재미있게.아디다스 오리지널스 by 핸더스킴 협업의 장본인, 핸더스킴의 디자이너 가시와자키 료와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디자인 디렉터 에르만 아이쿠르트를 만났다. 그들은 이번 협업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다고 말했다. 핸더스킴을 만들기 전에는 심리학을 공부하며 구두 수선공으로 일했다. 이력이 독특하게 느껴진다.(가시와자키) 심리학을 공부하는 학생일 때 우연히 구두 공장 앞을 지나가게 됐다. 그 전에는 특별히 관심이 없었는데, 공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 무척 재미있어 보였다.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샘플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 구두 수선공이 되었다. 샘플을 만들 때 특히 즐거웠고, 그때 막연하게나마 내 브랜드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신발로 내 브랜드까지 만들게 되었으니 참 재미있는 일이다.기존 스니커즈를 오마주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만든다. 말하자면 디자인에 제약이 있는 셈인데, 이런 부분이 작업을 방해하진 않나?(가시와자키) 꼭 디자인에 국한해서 생각할 건 아니다. 내가 오마주하는 이유는 신발을 만드는 과정을 잘 보여주기 위해서다. 모두들 아는 디자인을 활용하면 오히려 비교하기 쉬워진다. 오직 가죽으로, 한 가지 색으로 기술력에만 집중해 표현하니까 기존 모델과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핸더스킴은 동양적 느낌이 강하고, 아디다스는 독일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표면적으로는 두 브랜드가 완전히 달라 보인다.(아이쿠르트) 하지만 놀랍도록 비슷한 점이 있다. 모두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넘나드는 브랜드라는 것. 모든 가치의 정상에 장인 정신이 있는 것. 우린 늘 또렷하고 첨예한 영감을 찾는다.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에 욕심이 있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장인 정신을 놓쳐서는 안 된다. 이런 점들이 아디다스와 핸더스킴이 앞으로 이어나갈 대화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협업을 통해 슈퍼스타, 마이크로페이서, NMD를 만들었다. 이 모델들이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나?(가시와자키) 슈퍼스타와 마이크로페이서는 협업 전에 핸더스킴을 통해 이미 만들어봤다. 그땐 이렇게 협업하게 될 줄은 전혀 몰랐지만. 아무튼 이번 것은 핸더스킴에서 만든 것들의 심화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더 정교하고 세세해졌다. 물론 아디다스 로고도 넣었고. NMD는 내가 제안했다. 내 시선에서 세 모델의 특징이 완전히 다르다. 가죽으로 표현했을 때 모두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는 최적의 라인업이라고 생각했다.개인적으로는 새롭게 탄생한 슈퍼스타가 가장 멋지다. 특히 셸터(슈퍼스타를 상징하는 앞코)가 아주 생생하게 표현된 것 같다.(아이쿠르트) 이제는 장식에 가깝지만, 슈퍼스타가 처음으로 등장한 1960년대에 셸터는 농구장에서 신발을 보호하는 용도였다. 점프하고 착지하는 동작에서 앞코가 특히 잘 닳기 때문이다. 발이 밟힐 때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테니스에서는 슬라이딩을 더 잘,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셸터는 슈터스타의 기술을 응집한 혁신이다.파리에서 만난 아디다스 오리지널스 수석 이사 다니엘 바우어는 컨소시엄이 무척 아름다운 협업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헷갈리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컨소시엄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줄 수 있나?컨소시엄은 말하자면 마케팅 콘셉트다. 일반적인 협업과 달리 인물이나 브랜드가 아닌 스니커즈 편집숍과 흥미로운 작업을 이어간다. 2005년에 시작해 벌써 12년째인데 브랜드 내부적으로도, 함께하는 파트너들 사이에서도, 소비자에게도 반응이 좋다. 컨소시엄이 특별한 건 여러 편집숍과 작업해 한 시즌에 아주 다양한 콘셉트와 스타일이 공존할 수 있다는 거다. 동시에 긴밀하고 진솔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스니커즈에 혈안인 사람들에게 컨소시엄은 꼭 최종 스테이지 같지 않을까? 이걸 가져야만 비로소 완전체가 된다는 느낌이랄까?컨소시엄이 탄생하게 된 배경 중 하나도, 스니커즈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 스니커즈업계는 협업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도 스스로 한계에 부딪힌다. 그럴수록 컨소시엄의 의도가 명확해진다. ‘협업에 대한 경계를 허물다(Pushing the boundaries of collaboration).’ 제품이 얼마나 팔리는지 숫자에 연연하는 건 우리답지 않다. 사람들에게 콘셉트를 전달하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12년간 이런 부분을 잘 유지해오고 있으며, 컨소시엄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도 점점 늘고 있다.새 시즌을 준비할 때 파트너를 먼저 찾나, 제품을 먼저 정하나?둘 다. 함께 밥을 먹다가 문득 “우리 같이 재미있는 것 좀 만들어볼까?” 하고 가볍게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너무 무심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파트너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얘기다. 어떤 때는 시즌 주력 제품을 정해놓고 이걸 멋지고 새롭게 만들어줄 파트너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서울에도 컨소시움 파트너 ‘카시나’가 있다.카시나는 무척 실력 있는 파트너다. 아시아 시장에서의 영향력도 크다. 카시나 덕분에 아시아 문화와 특징을 알게 됐다. 카시나가 우리 제품을 바라보는 색다른 관점, 색다른 태도가 좋다. 각 도시의 스니커즈 편집숍들은 자신의 고객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 그 부분이 협업 과정에서 무척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우리가 놓치는 부분까지 세세하게 짚어나갈 수 있다. 협업이라는 것 자체가 우리가 몰랐던 우리를 발견하는 과정이다. 이건 무척 아름답고 값진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