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롤러코스터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보기 드물게 압도적인 영화적 체험, '마더!'. | 영화,마더,대런 애러노프스키

설득력 있는 주제보다도 비범한 화술로 관객을 매혹시키는 이야기가 있다. 형식 자체가 주제처럼 다가오는 작품이 있다.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신작 가 그렇다. 기묘한 주술처럼 시작되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한 치 앞도 짐작할 수 없는 방식으로 굴러가다 끝내 놀라운 마침표를 찍어내는 결말부까지, 는 영화의 형식 자체가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며 궁극적으로는 압도적이면서도 생경한 영화적 체험이다. 는 유명한 시인인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을 둔 한 여자(제니퍼 로렌스)가 겪게 되는, 보다 정확하게는 감당해야 하는 기괴한 상황들에 관한 영화다. 그녀 앞에 펼쳐진 경험이란 것에는 일말의 두서도 없다. 그러니까 어느 늦은 밤 부부가 사는 집으로 한 남자(에드 해리스)가 찾아온다. 남편은 아내와 상의도 하지 않은 채 누군지도 모르는 그 남자를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 재워주겠다고 약속한다. 다음 날 그 남자의 아내(미셸 파이퍼)가 찾아온다. 그러고는 일면식도 없던 손님들의 기약 없는 머무름 속에서 예상 밖의 무례함을 감내하던 여자는 화를 쏟아내지만 남편은 무심할 따름이다. 그 와중에 객식구 부부의 아들들이 찾아와 유산 문제를 두고 갑작스럽게 소란을 피우다 끝내 유혈 사태까지 벌어진다.대체 이게 무슨 영화냐고 묻는다면 영화 속 대사에서 정답을 찾아도 좋겠다. “그러니까 그걸 찾는 게 지금 우리의 일이겠지.” 와 , 와 등을 연출한 대런 애러노프스키의 는 일종의 소품 같은 작품이다. 어떤 광기에 사로잡힌 인물들의 모습을 거듭 탐구해온 그는 이번 작품에서 광기 그 자체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같다. 마치 광기의 카니발을 롤러코스터처럼 사정없이 밀고 나가는 인상이다. 물론 이 작품이 그저 관객의 정신을 탈곡하기 위해 기획한 것만은 아니다. 대런 애러노프스키는 의 모티브를 에서 얻었다고 밝혔다. “빛이 있으라!”라는 신의 말로 세상을 창조했다는 창세기 구절처럼 영화가 시작된다.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요동치는 폭력의 역사를 거칠게 내던지듯 나열하는 은유적인 롤러코스터이기도 하다. 동시에 모성애로 신화화된 여성성을 끝없이 착취해온 남성들의 무심함과 무례함에 대한 극렬한 독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영감을 짜내듯 이야기의 집을 세우는 창작자의 고뇌와 창작자에게 길잡이 역할을 하는 캐릭터의 상호적인 관계를 은유한 신과 피조물의 관계임을 짚어낸다면 더욱 흥미로운 감상이 주어질 것이다. 폭력의 묘사 수위가 만만치 않고, 때때로 혐오스러운 감정까지 전하는 영화의 정서에 불쾌함을 느끼는 관객도 있겠지만 단 한 순간도 영화 밖으로 눈을 돌리거나 귀를 기울일 여지는 없을 것이다. 기괴한 박력과 첨예한 감각 그리고 신묘한 화술, 는 분명 감상을 압도하는, 보기 드문 영화적 체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