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으로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손과 몸을 쓴사람들이 느낀 것. | 책,손

생활하는 손산속 생활 교과서오우치 마사노부 | 보누스오우치 마사노부는 국도에서 2km 떨어지고 집 앞에 차를 댈 수 없어서 짐을 나르려면 등에 지고 날라야 하는 해발 600m 산에 산다. 미국식 핸드메이드 판타지와 반대의 삶인 셈. 그는 이 책에서 잔가지를 치는 기본자세, 돌담 복원 순서 등의 실질적인 산촌 생활 방법을 제시한다. 정보를 귀엽게 가공하는 일본인 특유의 능력 덕에 직접 해보면 엄청나게 고될 생활도 책 안에서는 예쁘고 귀여워 보인다. ‘주걱은 대나무로 직접 만들자’고 아무렇지 않게 써놨지만 아니 그게 보통 일인가.환기하는 손캐빈 폰자크 클라인, 스티븐 렉카르트, 노아 칼리나 | 판미동캐빈 폰은 ‘오두막 포르노’다. 푸드 포르노처럼 오두막 이미지로 사람을 자극시킨다는 의미다. 이 책은 보고만 있어도 빨려 들어가고 싶은 외딴 오두막을 올렸던 홈페이지의 종이책 버전이다. 책 속 사람들은 천천히 공들여서 자기 손으로 자기만의 오두막을 만든다.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자크 클라인은 동영상 사이트 비메오의 CEO다. 인터넷으로 돈을 잔뜩 번 사람이 손으로 만든 오두막 책을 냈다는 건 그 자체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기 식당 밥 안 먹는 식당 주인이 떠오른다.깨닫는 손그녀는 왜 돼지 세 마리를 키워서 고기로 먹었나?우치자와 쥰코 | 달팽이출판‘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온 고기를 먹고 있을까? 알 듯하면서도 실상은 아무것도 모른다.’ 이 책을 쓴 우치자와 쥰코는 이 질문에서 시작해 진짜 돼지를 키운다. 시골에 집을 빌려 우리를 설치하고 양돈업자들에게 배워가며 돼지 세 마리를 들여 잘 키우고 도축장으로 돼지를 보낸 후 그 고기를 먹는다. 압도적인 체험이다. 키우고 죽이고 먹어본다는 실질적인 경험 앞에서는 감상을 끼울 자리가 없다. 말로만 하는 생명윤리 같은 이야기보다 실제 현장에서 일하는 양돈업자를 존중하고 자기 돼지를 열심히 키워서 먹은 작가가 훨씬 우아하다.생각하는 손손으로, 생각하기매튜 B. 크로포드 | 사이이번에 소개하는 책은 모두 일본과 미국 책이다. 소비문화가 극심한 나라라는 특징이 있다. 한국에 이런 책이 나왔다는 건 한국의 소비문화 역시 고도로 성숙했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이 책이 좋은 예다. 는 한국에서 신간이지만 미국에서는 2009년에 나왔고 한국에서도 2010년 라는 이름으로 나왔다가 절판됐다. 한국 출판계가 내 손으로 뭔가 해보자는 주장을 다시 불러낸 셈이다. 책 내용은 예나 지금이나 훌륭하다. 우리가 손을 쓰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를 철학적으로 규명한다. 알랭 드 보통의 노동판이라고 봐도 되겠다.주장하는 손내 손 사용법마크 프라우언펠더 | 반비칼럼니스트 마크 프라우언펠더는 2003년 닷컴 거품이 꺼지면서 일이 끊겼다. 그는 그 참에 거대 자본의 홍보 시스템을 비판하며 온갖 것을 다 손으로 만들자고 주장했다. 프라우언펠더는 벌을 치고 밭을 가꾸고 닭을 기른 후 그 경험과 소감을 실은 을 냈다. 그는 우리를 바보로 만드는 시스템을 비판하며 손으로 뭔가를 할 때의 느낌을 되찾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소박한 삶은 근본적으로 사치스럽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가치 있는 자원인 시간을 비숙련공인 개인이 비효율적으로 쓰기 때문이다. 그 역설에 대한 고민은 없다. 미국인들이 어려운 문제를 대할 때 으레 그렇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