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부터 본다면”
지난 9월 12일 열린 애플 키노트 현장에서 직접 아이폰 8와 아이폰 X을 만져본 솔직한 소감. 실물은 아이폰 8이 훨씬 예쁘다. 하긴, 아이폰 6때부터 고수해온 디자인의 완성형이니 예뻐야 맞다. 뒷면을 유리로 만들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일체감을 자랑한다. 특히 미묘한 컬러감이 끝내준다. 아직 남아있는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것)’와 옆면의 절연 테이프 같은 건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다.
아이폰 7의 블랙이 이제까지의 블랙들과는 사뭇 달랐던 것처럼, 아이폰 8 시리즈의 골드, 실버, 스페이스그레이 역시 또 다른 색감을 낸다. 반짝이는 유리 너머로 색깔이 은은하게 퍼져있는 것이 마치 안개를 뿌려 놓은 것만 같다. (실제로 애플은 이 묘하고 불투명한 색감을 내기 위해 7중 도색 공정을 거쳤다.)
유리라서 쉽게 깨지는 거 아니냐고? 애초에 아이폰은 표면을 강화시켜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일종의 방어막을 만드는 강화 유리를 사용해 왔는데, 이 강화 레이어가 50% 더 깊어졌다. 아직 떨어트려 보진 않았으나 현존하는 스마트폰 유리 소재 중 가장 튼튼하다고 하니 일단 믿어볼 수밖에.
게다가 유분 방지 코팅을 입혀 지문이나 얼룩을 손쉽게 닦아낼 수 있게 됐다. (아이폰 7 시리즈 중 제트 블랙 사용자라면, 그 매끈함에 반해 구입했다가 덕지덕지 묻는 지문과 얼룩 앞에 무너져 본 이라면 이게 얼마나 사소하고도 결정적인 발전인지 알 수 있을 거다!) 물론 예쁘고 튼튼한 게 전부는 아니다. 이 후면 글래스 덕에 아이폰에서 무선 충전 및 고속 충전이 가능해졌다. 드디어!
“홈 버튼이 그립다면”
아시다시피, 아이폰 X엔 홈 버튼이 사라졌다. 이건 단순히 지문 인식인 ‘터치 ID’를 얼굴 인식 ‘페이스 ID’가 대신한다는 것 이상, 조작 방식 자체의 변화다. 메인 화면으로 돌아가려면? 하루에도 열 번씩 눌러대던 캡처는? 멀티 태스킹 화면부터 알림 센터, 제어 센터…. 아이폰 X에도 직관적인 나름의 대안이 마련돼 있으나(이를 테면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리면 메인 화면으로 돌아갈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십여 년간 홈 버튼에 길들여진 몸. 엄지 손가락이 나도 모르게 홈 버튼을 찾게 된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아이폰 8시리즈에는 여전히 홈 버튼이 있다. 이건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아이폰 X와의 차별점, 어쩌면 아이폰 8이 가진 무기다.
“촬영이 취미라면”
매 키노트 때마다 애플은 카메라가 좋아졌다고 했지만 솔직히 좀 아쉬웠다. 특히 아이폰 카메라의 최대 약점? 저조도에서 맥을 못 춘다는 거다. 어두운 곳에만 가면 뭐가 배경이고 뭐가 얼굴인지, 모두 거무튀튀하게 나오던 아이폰 카메라가 달라졌다. 기본적으로 아이폰 7 플러스와 비교해봐도 선명하고 세밀하게 색감을 잡아낸다. 피사체보다 노이즈가 더 많았던 저조도에서 역시 한결 깨끗한 사진을 자랑한다. 이번엔 진짜다. (믿을 수 없다면, 이곳을 클릭하실 것. 사진작가 오스틴 만이 직접 촬영한 아이폰 7 플러스와 아이폰 8 플러스 비교 사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변화는 인물사진 모드의 ‘조명’이다. 아이폰 8 플러스에서는(아이폰 7 때도 그랬듯 아이폰 8 역시 플러스 모델만 인물사진 모드를 지원한다.) 다섯 가지 새로운 조명 모드를 활용할 수 있다. 기본 자연 조명부터 반사판을 댄 것처럼 얼굴을 환하게 밝히는 스튜디오 조명, 광대와 눈썹을 도드라지게 만드는 윤곽 조명, 인물을 제외한 나머지 배경을 어둡게 만들어 버리는 무대 조명, 그 무대 조명 사진을 흑백 사진으로 만드는 무대 조명 모노까지, 총 다섯 개. 즉, 여타의 앱을 사용하지 않아도 손쉽게 좀 더 예쁜 사진을 얻을 수 있게 됐다는 거다.
단, 여기서도 아이폰 X와 아이폰 8 플러스의 선택이 갈리는데 아이들, 풍경, 먹방 등등 셀카 보단 다른 피사체를 즐겨 찍는 이들이라면 아이폰 8 플러스를, 셀피라면 아이폰 X을 추천한다. 아이폰 8 플러스에서는 후면 카메라에서만, 아이폰 X에서는 전면 카메라에서도 인물사진 모드 조명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7플러스가 아닌 사람이라면”
아이폰 X은 분명히 새롭다. 아니, 어쩌면 너무나 새롭다. 때문에 아이폰 6, 6S, 심지어 7 유저라면 아이폰 8 시리즈가 ‘안정적인 신세계’로 느껴질 것이다. (바꿔 말하면, 아이폰 7 플러스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이폰 8 시리즈는 좀 밋밋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소리다.) 이렇게 확신할 수 있는 건 아이폰 X과 아이폰 8에 동일하게 적용된 프로세서 A11 바이오닉 칩 때문이다.
아이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이 프로세서를 두고 애플 스스로 ‘스마트폰 사상 가장 강력하고 스마트한 칩’이라고 소개하는데, 정말이지 A11 바이오닉 칩은 이견 없는 혁신이다. 벤츠마크 사이트 ‘긱벤치(Geekbench)’에 따르면 기존 스마트폰의 2배 이상, 심지어 맥북 프로보다도 파워풀한 성능을 자랑한다.
비주얼 효과, 안정성, 배터리 효율 등 모든 부분에서 압도적이지만 A11 바이오닉 칩이 만드는 가장 매력적인 경험은 매끄럽고 실감나는 3D 게임과 AR(증강현실)이다. 실제 키노트 현장에서 직접 시연해봤는데, 순간 미래를 보았다. 전혀 버겁다는 느낌 없이 눈앞에서 증강현실이 펼쳐졌다.
“성격이 급하다면”
아이폰 X가 우리나라에 출시되려면? 글쎄, 짐작이지만 올해는 아닐 것 같다. 아이폰 8과 8 플러스의 경우는? 11월 3일이면 당장 손에 넣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