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마동석의 콘트라스트

근육과 유머, 긴장과 이완, 현실과 판타지를 순간에 뒤섞었다. 마동석의 존재감이었다.

BYESQUIRE2017.11.26

“혼자니?” 조선족 깡패 윤계상이 연변 사투리로 물었다. “그래 나 싱글이다, 이 새끼야.” 마동석이 분을 삭이면서 말했다. 객석에선 웃음이 터졌다. <범죄도시> 마지막 장면, 김포공항 화장실에서 벌어진 격투 직전이었다. 웃을 때가 아니었다. 조선족 악당 윤계상은 공포스러웠다. 주저 없이 찌르고 베고 잘랐다. 금천서 강력반 형사 마동석도 무조건 한 방에 상대를 기절시키는 실력자였지만 관객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마동석의 한마디가 그 긴장감을 반전시켰는데, 돌이켜보면 그건 오로지 관객을 위한 거였다. 이길 테니까, 너무 겁먹지 말라는 배려였다. 느릿하고 정확한 리듬, 영리한 위트와 뉘앙스였다. 마동석은 영화 내내 이런 식으로 극 전체를 장악했다. 그렇게 영화 전체에 숨통을 틔워줬다. 결과적으론 그게 금천서 강력반 형사의 주먹보다 강력했다. <범죄도시>가 <군함도>의 흥행을 넘어 700만 관객을 향해 가는 원동력, 마동석이 돋보이는 이유이기도 했다. 누구든 한 방에 기절시키고, 팔꿈치 언저리에 생긴 상처를 스스로는 볼 수도 없는 근육질이면서.

마동석은 늘 그랬다. 큰 덩치와 흔치 않은 인상에서 오는 숱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꾸준히 전복시켜온 사람이었다. 근육은 어마어마한데 마음은 약하고, 그래서 거칠 것 같은데 영리하고 섬세하며, 숨이 턱턱 막히는 순간을 농담 한마디로 뚫어버리는 여유와 배짱까지 가진 사람. 이렇게 품이 넓으니까 대중은 그 위에서 마음 푹 놓고 놀기 시작했다. ‘마블리’도 ‘마요미’도 자연스러웠다. 그가 오레오 하나를 들고 찍은 사진에는 누가 “이걸로는 사람 못 죽일 것 같지?”라고 썼다. “당신을 요만하게 구겨버릴 겁니다”라고 쓴 것도 있었다. 사람이 좋아서 기꺼이 놀이터가 된 남자, 그래도 힘이 세니까 ‘허허허’ 웃으면서 다 지켜줄 것 같은 사람. 너무 착해서 정치도 배신도 모르는 채 선과 악이 명쾌하고, 누가 기대고 싶어 하면 기꺼이 어깨를 내줄 것 같은 사람. 마동석은 그렇게 판타지가 되었다. 몸도 마음도 비현실적으로 넓어 보였다. 그토록 짙은 콘트라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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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 에디터|정 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