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창끝의 이국종

의료 현장과 한국 사회의 최전선에 서 있는 남자.

BYESQUIRE2017.12.22

이국종은 영웅이 되려 한 적이 없었다. “의사들이 꺼리는 병원 응급실에 떠밀리다시피 갔다. 힘들고, 잘해도 티도 안 나는 일을 ‘의사로서의 책임감’과 같은 큰 포부를 가지고 시작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2016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다. “버틸 수 있는 데까지 버티는 거고 그걸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2017년 12월 1일 에서도 똑같았다. 같은 달 열린 자유한국당 세미나에서는 “목숨 걸고 작전에 임한 장병들이 있는데 (영웅으로 불려) 부끄럽다”고도 했다.

세상이 이국종을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럴 만했다. 총에 맞아 죽기 직전의 사람들을 살린 솜씨. 알고 보니 엉망인 외상외과의 현실. 그럼에도 생명과 약자를 존중하는 태도. “외상은 (중략) 사망률 원인 3위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 (중략) 외상 환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병원이 필요하다.” 2010년 <청년의사>와의 인터뷰다. 나아졌을까? “민망하다. 7년째 얘기해도 (헬리콥터용) 무전기 한 대를 안 주는데 (중략) 무슨 이국종의 꿈이냐.” 자유한국당 세미나에서 이국종은 말했다. 세상에 필요한 건 영웅이 아니라 영웅이 없어도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아직은 그게 잘 안 되는 듯하다.

“우리가 의료 현장의 선봉(spearhead)에 있다.” 이국종은 2007년 런던 연수에서 이렇게 말했다. 아직도 그는 야간 헬기라는 의료 현장의 최전선에서 한국 사회에 투창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인터뷰) 한 번 나올 때마다 5000명의 적이 생긴다” 해도 말이다. “전화해서 예약 잡고 돌봐달라고 얘기할 만한 ‘끈’이 없는” 외상외과 환자들을 위해서, 사회를 지탱하는 블루컬러 노동자라도 다쳤을 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위해서. 그는 “이런 환자 한두 명 죽는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아니다. 올해 수능 만점자 운암고등학교 강현규 군은 롤 모델을 묻는 질문에 이국종이라고 답했다. 그의 삶이 미래의 어른에게 길이 됐다. 이국종이 조금씩은 세상을 바꾸고 있다.

Keyword

Credit

  • 에디터|박 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