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경험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사람은 어디서나 배울 수 있다. | 책

뜨거운 극한절대를 찾아서윌프레드 세시저, 우물이 있는 집영국에는 이상하고 괴팍하고 웃긴 게 너무 많지만 보다 보면 ‘이런 자세로 옛날에 그렇게 잘나갔구나’ 싶은 것도 있다. 그중 하나는 가본 적 없는 지역에 나갔다는 점이다. 그곳이 극한 지역이라 해도. 그거야말로 제국주의적 착취일 수도 있겠지만 적지 않은 사람이 목숨을 걸고 어딘가로 나간 것 역시 사실이다. 오늘의 주인공 윌프레드 세시저는 사막으로 갔다. 그는 비가 없어서 계절도 없고 생명도 없는 곳에 이끌린다면서 베두인이 사는 서부 사막을 방문했다. 낙타의 오줌을 마시고 물이 아닌 모래로 손을 씻으면 다행이고 모래 위에 앉아 있으면 보아 뱀이 모래를 뚫고 엉덩이 아래로 나올 수도 있는 곳이었다. 그의 마지막 말이 인상 깊다. “그들에게 진정 위험한 것은 고난에 찬 삶이 아니라 그들이 그것을 포기했을 때 느끼게 될 지루함과 절망감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야기의 극한극한의 경험유발 하라리, 옥당유발 하라리는 왠지 이름에서부터 교양서적을 잘 쓸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근거는 없지만 그럴싸해 보인다는 점에서 ‘총, 균, 쇠’ 같은 이름의 카리스마가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은 유발 하라리의 진짜 전공인 중세사와 군대 역사에 대한 책이다. 하라리는 전작에서 그랬듯 여기서도 훌륭한 질문을 던진다. “인간이 전쟁에 참여하면 무언가 심오한 것을 깨닫는가?” 그가 내는 답도 그의 전작과 비슷하다. “아닌데요.” 하라리는 에서 이야기에 이끌리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말했다. 그는 ‘지식=경험×감수성’이라는 공식을 추출하고 그게 왜 틀렸는지를 이야기한다. 극한의 경험과 교훈의 품질 사이에는 큰 상관이 없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역시 완전히 틀린 말이다. 그러니 와 은 대주제 역시 같다. 겸허하라는 것.의학의 극한생존의 한계케빈 퐁, 어크로스인간은 한계 앞에서 정말 크게 도약할 수 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혹은 의학적으로나. 는 극한 상황에서의 생리학을 연구하는 의학자가 썼다. 그는 저체온 생리학, 심장 수술, 응급 외상 치료, 생명 유지 장치, 성형수술, 노화 등 인간에게 육체적 한계로 여겨지던 것들을 짚어가며 이야기를 해나간다. 인간이 한계라고 여기던 것들과 그걸 극복한 역사를 하나씩 알려주는 여정은 흥미로우면서 무섭기도 한데 또 한편으로 아주 감동적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약 100년 동안 가망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였던 상태를 충분히 살아남을 수 있는 것으로 바꾸어놓았다. 윌프레드 세시저를 움직이게 한 탐험 정신은 영국에 여전히 남아 있다. “우리가 탐험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렇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는 말만 봐도 그렇다.극한의 마감희박한 공기 속으로존 크라카우어, 민음인존 크라카우어는 산악 전문 잡지 의 취재차 에베레스트 상업 등반 코스에 올랐다. 그 출장길에서 크라카우어 팀에서만 4명이 죽었다. 하지만 마감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다. 크라카우어는 그런 상황에서 놀랍게도 1만7000자 분량의 원고를 썼고, 그때의 기사에 여러 내용을 추가해 를 완성했다. 제목의 ‘희박한 공기’는 문학적 수사가 아니다. 높은 고도에서는 산소 밀도가 낮다. 크라카우어는 “높은 고도에 오른 사람의 정신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면서 실제로 기억이 희미한 부분까지 그대로 묘사해두었다. 요즘 춥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이 읽으면 반팔 티셔츠만 입어도 훈훈할 것이다. 잡지 에디터 입장에서는 에베레스트 미디어 출장 중 사망 사고 후 마감을 해야 한다는 게 정말 아찔하다. 마감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