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 그랜트 같은 남자만 로브를 입으란 법은 없다. 벽난로가 있는 응접실에서 코냑을 들이켤 일이 죽어도 없을 것 같더라도 로브를 입을 수 있다. 안온한 실내 생활이 인생의 목표 같은 요즘 날씨엔 이만한 실내복도 없으니까. 특히 집에서 겹겹이 입는 걸 못 견뎌 하는 사람에게 앞장서서 추천하고 싶다. 속옷 하나 입은 위에 로브를 담요처럼 덮듯이 입으면 발열 속옷이나 극세사 수면 잠옷 따위는 금세 누추해진다. 로브라는 옷의 지위에 괜히 근사해진 기분도 불쑥 들고. 물론 계절에 맞게 부드럽게 가공한 울이나 캐시미어 소재로, 테라스에서 이웃을 마주쳐도 쑥스럽지 않을 색과 무늬의 로브를 골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