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인다이닝의 신성-1 무오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경기 불황으로 암흑 같은 시절을 관통하며 사그라진 국내 파인다이닝 시장을 황황히 빛내줄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8개월로, 아직 문을 연 지 채 1년이 안 됐지만 지금 반드시 주목해야 할 신생 레스토랑 세 곳을 소개한다. | 무오키

무오키주소서울 강남구 학동로55길 12-12문의 010-2948-4171유행으로 번지며 그 본질이 흐려졌지만, 오픈 키친을 선택한다는 건 주방 운영에 숨길 것이 없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그리고 실내 전체 면적의 반절을 차지하는 무오키의 오픈 키친은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박무현 셰프는 주방에서 일사불란하게 일어나는 동작을 손님들이 하나의 연극처럼 관람하도록 유도한다. 실제로 주방과 맞닿은 바 테이블에 앉으면 요리사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물론, 주방 깊숙한 곳에서 작업하는 요리사의 발 동작까지 볼 수 있다. 또한 나무에 매달린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복층 룸에서는 요리사들의 정수리가 훤히 내려다보인다.“보통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은 오픈 키친을 두더라도 대부분 손님들이 식사하는 데 방해되지 않도록 정숙함을 유지합니다. 저희는 역으로 여럿이서 협동하여 요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움직임을 그대로 노출합니다. 손님들께 앞으로 맛볼 음식이 어떻게 완성되는지 그 과정을 하나의 쇼처럼 보여드리고 싶거든요.”특히 바에 앉아 식사하면 모든 음식이 나간 후 요리사들이 주방을 청소하는 희귀한 장면도 관람할 수 있다.무오키는 메뉴판에 각각의 요리를 ‘토마토’, ‘갈치’, ‘고구마’, ‘양’, ‘소’, ‘오리’, ‘당근’ 등의 낱말로 표현할 뿐 일체의 설명을 생략한다. 어떤 음식이 나올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어 혼란스러워하던 찰나 음식이 등장했다. 실제 음식의 형태가 메뉴판에서 이름을 읽는 순간 자동적으로 떠올린 재료의 원초적 형태와 너무 달라 흠칫 놀랐다. 아마 이런 반전의 묘미를 위해 박 셰프는 음식 설명을 꼭꼭 숨겼을 터. 특히 토마토, 고구마, 당근 등은 그 자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나 의구심을 품었는데, 그것으로 완성한 요리가 너무나 신선하고 새로워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예를 들어 ‘토마토’는 토마토를 일곱 가지 방법으로 조리한 결정체다. 토마토즙을 추출하여 만든 젤리, 부드럽게 콩피한 토마토, 건조한 흑토마토, 토마토 피클, 토마토 드레싱, 토마토 파우더, 토마토 칩에 향긋하고 시원한 바질 소르베와 하트 모양의 사랑초를 가니시로 곁들였다. 토마토의 감칠맛이 이토록 다채로웠나 싶어 탄복할 때쯤 박 셰프가 훨씬 더 많은 변형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그 뒤를 이어 등장한 음식 모두 셰프의 탄탄한 기본기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대변하듯 프레젠테이션부터 식감, 맛까지 흠잡을 구석이 없다. 무오키의 오픈 키친이 하나의 연극 무대라면, 요리는 낱낱의 미술 작품인 셈이다.기승전결이 명징한 코스에서 클라이맥스에 해당하는 메인 요리는 오리, 양, 소로 나뉘는데 박 셰프는 그중 오리를 가장 앞서 권한다. 박 셰프가 내놓은 오리 요리에는 주인공이 둘이다. 하나는 고전적인 조리법대로 팬 시어링한 가슴살, 또 하나는 오리 살을 갈아 그 속에 버섯 소를 넣고 달걀 껍질에 담아 찐 무스 요리. 오리 뼈를 고듯 우려 만든 덕 주스 그레이비소스를 끼얹은 가슴살이 오리의 풍미를 직관적으로 보여준다면, 샐러리 크림소스를 뿌린 오리 살 무스의 부드러움은 이를 간접적으로 풀어나간다. 홍경식 매니저가 페어링의 마지막 순간에 따라준 ‘레 리옹 드 쉬뒤로’ 소테른 와인 맛은 이 꿈 같은 식사에서 영원히 깨지 말라고 거는 마법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