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책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그 책을 만든 8명의 여성 편집자와 1명의 남성 편집자. | 책

여혐의 희생자 마리 앙투아네트엔도 슈사쿠, 기파랑프랑스 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그녀를 둘러싼 스캔들이 혁명의 에너지로 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두 가지 이야기가 상상을 초월한 추문이 되어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퍼졌다. 그런데 그녀의 남편 루이 16세에게는 전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마리가 남자였어도 이런 취급을 받았을까? 그녀에게 동정과 공감을 느끼며 책을 만들었다. 한국어판을 만들며 ‘여혐의 희생자’라는 부제를 달았다. (박정자 편집자, 상명대 불문학과 명예교수)사와무라 씨 댁은 이제 개를 키우지 않는다마스다 미리, 이봄마스다 미리의 ‘고령화 가족 만화’인 이 작품에는 싱글인 40대 딸 히토미가 좋아하는 술 이야기가 나온다. 그녀는 25도짜리 소주 미다케를 좋아한다. 히토미는 왜 이 술을 좋아할까. 편집하면서도 계속 신경 쓰였다. 도쿄에 갔을 때 미다케 한 잔을 시켰다. 아, 이런 거구나. 히토미는 이제 클럽에서 밤새워 놀지 않는다. 흰 머리카락에도 덤덤하다. 남자와의 관계는 사회적인 것뿐이지만 30대 때처럼 애타지 않는다. 쓰다. 하지만 깔끔하게 넘어간다. 미다케는 그런 맛이었다. (고미영 이봄 대표)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러네이 엥겔른, 웅진지식하우스오래전부터 어쩐지 ‘예쁘다’, ‘귀엽다’는 말이 싫었다. 무난한 칭찬이자 달콤한 말인 그 말이 우리를 거울 앞으로 내몰았다. 우리의 재능이 무엇이든 세상이 여자의 아름다움에 집중한다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 책은 외모 때문에 돈, 시간, 에너지를 희생했던 여성이 강박의 악순환을 끊고 어떻게 스스로를 규정하는지를 보여준다. 새해를 맞아 다이어트나 성형을 고민할 여자에게 이 책이 말한다. “예쁠 필요 없어. 예뻐지고 싶지 않다면. 그건 네 의무가 아니야.” (황인화 편집자)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리베카 솔닛, 창비솔닛은 말한다. ‘여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정답은 없으며, 우리가 습득해야 할 기술은 오히려 이런 질문을 거부하는 법이라고. ‘착한 여자는 하늘나라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든 갈 수 있다’는 말을 생각하며 만들었다. 침묵을 거부하고 말하기 시작한 지금 이곳 여성들의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책. (최지수 편집자)우리의 이름을 기억하라브리짓 퀸, 아트북스남성 위주로 기록되어온 역사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이름마저 지워졌던 수많은 여성들을 이제는 기억하고 제대로 평가해야 할 시대다. 비록 책에는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만 담았지만, 예술가 외에도 과학자, 우주 비행사, 건축가, 영화감독, 배우 등 다양한 분야로 눈을 돌려 위대한 여성들을 찾아볼 때다. 그들은 지금도 삶을 창조하고 있다. (임윤정 책임편집)나다운 게 아름다운 거야케이트 T. 파커, 시공아트“여자는 모든 것이 가능해요. 말괄량이면서 예쁘고, 부드러우면서 강하고.” 어쩌면 이 한 문장에 반해 이 책을 작업하는 내내 행복했는지도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카메라 앞에 드러낸 소녀들을 만나다 보면 처음에는 미소가, 그다음에는 놀라움이, 마지막에는 내 인생의 선배 같은 존경심이 들 정도다. 세상에 나만큼 아름다운 존재는 없음을 기억하자. (한소진 편집자)로켓 걸스나탈리아 홀트, 알마나탈리아 홀트는 자신의 딸 이름을 짓다가 우연히 엘리서 프랜시스 헬렌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나사 소속 제트추진연구소에서 800개가 넘는 소행성과 혜성을 발견했지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역사에서 사라진 이름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나탈리아는 1940~1950년대에 ‘인간 컴퓨터’로 불린 여성 과학 기술자들의 삶을 그들의 가족과 동료 직원들의 인터뷰, 보고서와 서신 등의 자료 분석을 통해 촘촘히 복원했다. (안지미 알마 대표)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사노 요코, 을유문화사아직 인생의 반타작도 살지 않았지만, 사는 거 참 별거 없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이렇게 평범하고 무료하게 매일같이 엄습하는 우울을 끌어안고 똑같은 일상을 보내야 하는 것인지 말이다. 그럴 때마다 이 책을 펼쳐 보곤 한다. 가끔 현실도피인가 멍하니 생각하지만, 실컷 욕하고 뻔뻔하게 사는 그녀에게 공감하며 늘 한 수 배우고 간다. 냉소적이면서도 따뜻한, 시답잖으면서도 특별한 사노 요코의 세계에 오랫동안 젖어 있고 싶어진다. (최은정 편집자)그레이스 호퍼커트 W. 베이어, 지식함지컴퓨터 역사에 관한 책 작업을 하면서 항상 아쉬웠다. 대부분의 자료가 남성 위주였기 때문이다. 최초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는 여성이었다는데 말이다. 그러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선구자 그레이스 호퍼의 책과 마주쳤다. 그녀는 기억할 만한 사람이다. 그녀는 컴퓨터 분야의 선구자일 뿐 아니라 인생을 용맹하게 주도적으로 살아간 여성이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낀 반가움과 놀라움을 나누고 싶었다. (이재범 지식함지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