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신세계 3편 프렙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돼지, 닭, 오리, 사슴, 양까지, 굳이 소고기를 고집하지 않아도 가능한 육식의 즐거움. 콩피, 룰라드, 투르트, 브레이징 등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하고, 다종다양한 소스와 가니시를 곁들이는 다채로운 향연. 식재료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셰프들의 고민이 끝내 미식의 정수로 승화된 육식의 신세계로 초대한다. | 육식,프렙

프렙 - 닭닭고기를 메인 요리로 내는 레스토랑은 의외로 드물다. 닭은 프랑스의 상징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프랑스 레스토랑에서는 닭 요리를 잘 내지 않는다. 그 이유는 치킨이라는 형태로 우리의 기호가 너무도 굳어진 탓일 듯싶다. 하지만 부암동에 위치한 프렙은 2014년 문을 연 이래 줄곧 메인 메뉴에 닭 요리를 올린다. 이름도 ‘부암동 치킨’.“같은 동네에 있는 유명한 치킨집 ‘계열사’를 이겨보자는 마음으로 장난 삼아 이름 지었어요.”이영라 셰프가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프렙의 닭 요리는 친숙한 이름과 달리 조리법은 정통 프랑스식이다.“르 코르동 블루에서 수학할 때 선생님은 랍스터나 스테이크를 가지고 연습하는 건 무의미하다며 항상 닭으로 연습시켰어요. 그 영향으로 줄곧 닭 요리를 했는데 형태나 조리법은 계속 변했죠. 지금의 버전은 치킨 룰라드(roulade)예요.”룰라드는 프랑스어로 ‘롤(roll)’을 의미한다. “닭 껍질로 돌돌 만 닭 살코기를 수비드해 골고루 익힌 후 표면을 팬시어링해 껍질에 바삭한 식감을 더한 요리예요.”접시 한가득 초록 소스가 펼쳐져 있고, 그 위에 김밥처럼 일정한 크기의 단면으로 자른 치킨 룰라드 다섯 점이 비스듬히 놓여 있다. 독특한 색감에 이끌려 소스부터 살짝 퍼먹어봤다. 예상치 못한 신맛에 고개가 뒤로 젖혀지면서 반사적으로 입안에선 침이 고였다. 침에 의해 신맛이 희석되자 향긋한 풀 내음이 훅 올라왔다. 파슬리로 만든 소스와 완두콩 퓌레를 섞은 것. 입안 가득 고인 침을 삼키며 재빨리 닭고기를 썰어 입에 넣었다. 고기를 이로 짓이기는 순간 그 안에서 육즙과 기름, 육향이 터져 나오면서 소스의 시큼털털한 맛이 상쇄됐다. 닭고기 식감도 특이했다. 치킨 룰라드는 주로 가슴살로 만든다고 알고 있었는데, 고기가 꽤 기름지고 중간중간 연골, 힘줄 씹는 느낌이 나 물으니 다릿살이라고 했다. 봄이면 봄나물로 소스를 만든다니, 백석동천에 새순이 돋으면 닭 요리에 화이트 와인 한잔하러 다시 찾아야겠다.주소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12길 2문의 02-332-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