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신세계 4편 윌로뜨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돼지, 닭, 오리, 사슴, 양까지, 굳이 소고기를 고집하지 않아도 가능한 육식의 즐거움. 콩피, 룰라드, 투르트, 브레이징 등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하고, 다종다양한 소스와 가니시를 곁들이는 다채로운 향연. 식재료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셰프들의 고민이 끝내 미식의 정수로 승화된 육식의 신세계로 초대한다. | 육식,윌로뜨

윌로뜨 - 사슴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육식의 경계는 어디까지일까? 소, 돼지, 닭이 일반적이고 오리와 양만 해도 호불호가 갈린다. 여기에 경험치에 따라 칠면조, 말, 염소, 메추라기, 토끼 등이 일부 포함될지 모른다.하지만 사슴은 대체로 후보에 오르지 못하는 낯선 영역이다. 서촌에 위치한 프랑스 레스토랑 윌로뜨는 매우 드물게 이 낯선 식재료를 다룬다. 많은 사람들이 사슴 고기를 기피할 듯한데, 지난 크리스마스부터 선보인 사슴 요리가 꽤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그 이유는 ‘투르트(tourte)’라는, 고기를 페이스트리로 감싸는 프랑스 조리법을 취했기 때문일 터. 가운데가 봉곳하게 솟은 파이를 보는 순간, 좀 전까지 품었던 거부감 대신 무한 환영만 남았다. 대체로 이런 모양새의 음식을 먹고 실패한 적이 없으며, 페이스트리가 ‘바삭’ 하고 부서지는 순간 기분 좋은 버터의 풍미를 안겨줄 거라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빨리 입에 넣고 싶은 마음에 칼로 과감히 반을 갈랐다. 그 순간, 얼음이 됐다. 예상치 못한 섬세한 비주얼을 한동안 바라보기만 했다.“페이스트리 생지에 돼지고기, 닭 간 등을 갈아 코냑으로 향을 가미한 소를 깔고 그 위에 적근대를 올린 후 버섯 뒤셀을 바르고 그 위에 사슴 안심을 올렸습니다. 정통 프랑스 기법이죠.”이승준 셰프의 설명이다. 먹기 좋게 자른 투르트를 사슴 주스로 만든 소스에 찍어 입에 넣었다. 달큰한 소스가 혀에서 녹자 버터 향 가득한 페이스트리가 닿았다. 입안 가득 차오른 침을 삼키며 씹자 다양한 풍미와 식감이 미각과 치아에 걸렸다. 그 속에서 사슴 고기를 찾아보려 했으나 복잡다단한 풍미가 뒤엉켜 쉽지 않았다. 비릿한 피 맛이 살짝 난 듯했으나, 그것이 사슴 혹은 닭 간 중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또 다지지 않은 고기가 사슴뿐인 만큼 질깃한 식감을 주는 것이 사슴 고기일 것이라 짐작할 뿐이었다. 그렇게 집중하며 몇 조각을 먹었을까. 어느새 반도 채 남지 않은 투르트를 발견한 순간, 그저 이 요리의 탄탄한 밸런스를 즐기는 게 현명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주소 서울 종로구 옥인길 30-3문의 02-722-0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