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의 신세계 5편 랑빠스81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돼지, 닭, 오리, 사슴, 양까지, 굳이 소고기를 고집하지 않아도 가능한 육식의 즐거움. 콩피, 룰라드, 투르트, 브레이징 등 다양한 조리법을 활용하고, 다종다양한 소스와 가니시를 곁들이는 다채로운 향연. 식재료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셰프들의 고민이 끝내 미식의 정수로 승화된 육식의 신세계로 초대한다. | 육식,랑빠스81

랑빠스81 - 양랑빠스81은 양갈비 스테이크 일색인 다이닝 신에서 좀 더 색다른 양고기 요리를 제안한다. 양고기 소시지 메르게즈(merguez)와 양 정강이를 장시간 조린 수리다뇨(souris d’agneau)가 바로 그것. 참고로 수리다뇨는 프랑스어로 풀이하면 ‘양(agneau)의 쥐(souris)’로, 양 정강이를 졸인 형태가 쥐를 닮았다고 하여 붙인 이름이다.랑빠스81이 문을 연 이래 쭉 사랑받아온 메르게즈는 많은 식도락가들 사이에서 국내 최고로 손꼽힌다. 메르게즈를 주문하면 스타우브 팬에 필라프와 소스를 얹고 그 위에 메르게즈 두 개를 교차하여 내준다. 소시지 두께가 유난히 가늘다 싶은데, 이는 양의 창자를 쓰기 때문이다.“돼지 창자보다 가는 양 창자를 쓰기 때문에 소시지가 더 가늘 수밖에 없습니다. 양 창자는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뿐더러 돼지 창자보다 가격이 높아 저희가 거의 유일하게 쓰고 있습니다.”수급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양 창자를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전지오 셰프는 어깨를 들썩이며 답했다.“메르게즈니까요.” 양고기 소시지이니 양 창자를 쓰는 게 당연하다는 이야기다. 메르게즈 아래 깔린 필라프와 하리사 소스로 매운맛을 가미한 토마토소스도 별미지만, 칼로 자르는 순간 각종 향신료와 양고기 특유의 육향이 버무려진 복잡다단한 풍미가 느껴져 절로 감탄하게 됐다. 평소 양고기와 향신료 향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온몸에 뒤집어쓰고 싶은 향으로 다가갈 것.한편 수리다뇨는 생김새만 보면 ‘비주얼 쇼크’ 그 자체다. 그릇 밖으로 툭 튀어나온 커다란 정강이뼈 덕분에 유년 시절 봤던 만화영화 이 떠오를 지경이었다. 그런데 질기기로 악명 높은 정강이 부위 육질이 살결대로 쉬이 찢어지는 게 인상적이었다. 육수와 화이트 와인에 담가 6~7시간 졸여 나이프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부드럽게 조리해낸 덕분이다. 무엇보다도 단맛이 거의 없이 매우 직선적이고 묵직하게 떨어지는 소스가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덕분에 한 접시 해치우고 빨리 사냥을 나서야 할 것 같은, 야성적인 느낌이 물씬 난다.주소 서울 마포구 동교로30길 17-1문의 070-7779-8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