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독서 살롱, 청핀 호텔
대만 타이페이에 위치한 청핀 호텔. 이곳을 운영하는 청핀 기업은 1989년부터 서점을 운영했다. 서점 이름은 청핀 서점으로 대만에서 유명한 서점 중 하나로 꼽힌다. 이곳이 유명해진 때는 1999년 3월, 서점을 24시간 개방하면서부터다. 청핀 서점은 대만 독특한 밤 문화의 산실이다. 2015년 청핀 기업은 청핀 호텔을 열었고, 서점을 호텔에 접목시켰다.
청핀 호텔의 콘셉트는 ‘문화 창고’다. 호텔 1층에 위치한 라운지는 이 콘셉트가 가장 잘 드러난 곳이다. 벽면은 약 5000권의 책으로 가득하다. 일반 소설부터 미술, 건축, 음악, 사진, 무용 등 분야도 여러가지. 원목 테이블과 그 위를 비추는 독서 램프, 널찍한 소파, 라운지 체어 그리고 곳곳에 놓인 사이드 테이블로 완성된 공간은 독서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책을 읽으면서 와인이나 칵테일 같은 술도 주문할 수 있다. 와인 한 잔과 책이라니! 상상만으로도 여유가 느껴지지 않는가.
청핀 호텔은 라운지 외에 복도와 레스토랑, 객실에도 책을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레스토랑에는 주제가 무거운 것 보다는 여행, 요리, 다른 나라의 식문화에 관한 책과 잡지가 많다.
이뿐만이 아니다. 책은 객실에도 있다. ‘라이브러리 스위트 룸’에는 투숙객을 위한 전용 독서 공간이 있다. 약 100권 정도 책을 비치했다. 호텔 곳곳에 책을 배치한 덕에 사람들은 자연스레 독서를 하기 시작했고, 그 행위를 통해 낯선 여행지에서 평온함을 느끼게 되었다.
책과 침대 사이, 북 앤드 베드
‘머물 수 있는 책방’이라는 콘셉트로 주목 받은 숙소가 있다. 일본의 북 앤드 베드다. 북 앤드 베드가 도쿄에 문을 연 후, 일본뿐 아니라 CNN, 가디언 등 여러 국가 매체에 소개되었고, 이곳에 가기 위해 부러 일본을 찾는 사람도 생겼다. 그 인기가 지속되자 북 앤드 베드는 도쿄 외에 교토, 후쿠오카에도 문을 열었다.
북 앤드 배드의 모습은 꽤나 파격적이다. 입구의 리셉션을 지나 로비 안쪽으로 들어서면, 좌우로 긴 벽을 따라 책이 가득 꽂힌 책장이 있다. 책장 사이에 침실이 있다. 도서관과 호스텔이 결합한 느낌이랄까? 잠자기 편한 환경은 아니다. 그러나 이곳은 새벽 두 시까지 침대에 누워 만화책을 읽다 잠들었던 투숙객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호텔 공간은 공동 화장실과 샤워실, 책을 읽을 수 있는 로비, 침실이 있다. 침실 종류는 침대 크기에 따라 나뉘는데, 컴팩트, 스탠다드, 더블 세 종류다.
총 1700여 권의 책은 여행자가 읽을 수 있는 주제가 대부분이다. 일본 여행과 맛집, 디자인 관련 책이 많다. 앞으로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외국 서적을 더 늘릴 계획이다.
취향 집결지, 아난티 코브
부산 아난티 펜트하우스와 힐튼 부산을 통칭하는 아난티 코브. 힐튼 부산에는 책을 중심으로 한 취향 집결지 ‘이터널 저니(Eternal Journey)’가 있다. 음식점이나 카페의 공간을 줄여 만든 이곳의 규모는 500평. 길게 세워진 책장을 벽으로 삼아 공간을 나눴고, 군데군데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상과 의자를 두었다. 서점 한 켠에는 오픈형 카페가 있고, 그 옆 창가를 따라 테이블을 두었다. 사람들은 테이블에 앉아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다.
이터널 저니에는 약 2만 권의 책이 있다. 서적 큐레이팅은 아난티 코브를 운영하는 에머슨 퍼시픽 그룹에서 직접 한다. 일반 서점은 분야별로 서적을 구분하지만 이곳은 여행지에서 읽으면 좋을 책을 기본으로, 약 60개의 테마에 따라 책을 소개한다. 책을 검색하는 시스템도 없다.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여행 와서 ‘난 이 책을 꼭 읽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무니까. 오히려 천천히 서가를 둘러보게 되어 좋다.
이터널 저니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저자가 직접 강연하고, 독자와 이야기하는 북 토크 프로그램, 밤 9시부터 다음 날 새벽 6시까지 작가와 이야기하고 독서하는 심야 책방 시간도 있다. 투숙객이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다. 지역 사람이나 다른 호텔 투숙객도 이곳에 와서 여유와 책을 즐긴다. 주말에는 놀랄 정도로 사람이 많다. 그렇게 이터널 저니는 부산의 랜드마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