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고급시계박람회 기념 시계 토크 2편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18개의 명품 시계 브랜드, 17개의 독립 시계 브랜드, 4일간의 일정, 고급 시계에 대한 이야기. | 시계,국제고급시계박람회

둘째 날Van Cleef Arpels신_ 자, 그래서 월요일의 보메 메르시에까지 끝났더니 SIHH 첫날이 끝났습니다. 끝나고 나서 예거 르쿨트르 파티에 갔죠. 어찌어찌 밤을 보내고 났더니, 다음 날이 또 시작되었습니다. 많은 소개 일정이 있고 많은 시계가 소개되어서 정신 바짝 차려야겠더라고요.박_ 특히 16, 17일에 일정이 몰려 있었어요. 16일에는 5개의 일정과 1개의 독립 시계 일정, 17일에는 7개의 일정이 있었습니다.신_ 많네요. 우리 정말 바쁘게 돌아다녔어요. 그래서 16일 화요일 아침 9시에 시작한 브랜드는!박_ 예, 반클리프 아펠입니다. 사실 큰 감상을 못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남자 시계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요.신_ 굉장히 여성적인 브랜드라는 인상이 강했어요. 시계도 시계지만 보석이라고 해야 마땅할 시계도 굉장히 많았고, 프레젠테이션에서는 하늘과 별 등 태양계가 등장하는 시계가 나왔죠.박_ 반클리프 아펠은 몇 년 전부터 그런 식으로 태양계 전체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시계를 반복적으로 선보입니다.신_ 왜일까요?박_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고 강화하기 위한 것 아닐까요?신_ 이렇게 볼 수도 있겠죠. 우리가 믿는 시간은 태양계의 움직임에 의해 좌우되는 상대적 기준이잖아요. 시침·분침·초침, 아니면 숫자판으로 시간을 보여줄 수도 있겠지만, 천체의 움직임을 통해 보여주는 방법도 있겠죠. 그게 시계의 원형이기도 하잖아요. 세계 최초의 시계는 태양의 원리를 이용한 해시계였겠죠. 그 개념을 기계식 무브먼트로 재현했다고 느꼈습니다. 그걸 보석화했고요.박_ 말씀 그대로고요, 기술적으로 그 시각화가 가능하기도 합니다. 시계의 시침은 60분에 한 바퀴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있다는 의미예요. 달의 움직임을 보여주려면 무브먼트 안에 달의 움직임에 맞춰 한 바퀴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있다는 거고요.신_ 29.5일.박_ 네. 그런 기술을 우리가 구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자랑하는 시계일 수도 있죠.신_ 게다가 가장 큰 자랑은 그 달이 다이아몬드였다는 것. 반클리프 아펠이 어떤 브랜드인지를 한 번에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박_ 굉장히 호화로운 시계였던 거죠.신_ 남성 독자는 반클리프 아펠에 큰 관심이 없겠지만, 를 보는 여성 독자나, 를 보는 남성 독자를 친구로 둔 여성 독자는 반클리프 아펠이 관심사일 수도 있죠.박_ 꼭 남녀로 나누기보다는 반클리프 아펠만의 우아한 시간 표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죠.신_ 그런 독자를 위해서라도 반클리프 아펠과 재미있는 걸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Greubel Forsey박_ 그다음에는 처음 보는 브랜드였을 겁니다. 그루벨 포시.신_ 네, 솔직히 처음 들어본 브랜드였어요.박_ 저도 이런 곳이 아니었다면 본 적이 없는 브랜드입니다.신_ 한국에는 진출해 있나요?박_ 제가 알기로는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설명회에 안 들어온 기자도 있었죠. 관심이 없다면 흥미가 없거나 봐도 모르는 시계일 수도 있고요.신_ 어떤 시계였어요?박_ 지구본이 통째로 들어 있는 시계였죠.신_ 반클리프 아펠이 태양계와 지구를 보여주는 방법과 그루벨 포시가 지구를 보여주는 방식이 너무 달랐어요. 여성적, 남성적이라고 부를 수도 있겠고요.박_ ‘미적’ 혹은 ‘기계적’ 같은 말을 쓸 수도 있겠죠. 이 시계는 굉장히 고급스러운 시계고요. 이렇게 기계적으로 복잡해 보이는 시계를 화이트 골드로만 만들었습니다. 33개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만들었고요. 보통 이렇게 33개만 만들면, 언뜻 듣기로 거의 살 사람이 정해져 있다고 해요.신_ 리미티드라는 거 참 탐나잖아요?박_ 사람을 애태우는 마력이 있죠.신_ 그렇죠. 굉장히 소수를 위한 시계지만 그 시계에 들어간 기술만큼은 아주 정교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어디에 갔죠? vacheron constantin박_ 바쉐론 콘스탄틴. 이번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브랜드였습니다.신_ ‘화제’라고 표현할 수도 있지만 논쟁적이기도 했고, 호불호가 있었습니다. 저는 비판적이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브랜드 이미지는 까르띠에와 굉장히 비슷했어요. 스위스의 우아함. 날씬하고 군더더기 없는 시계. 남성적이라기보다는 우아한 시계. 그랬는데 이번에 나온 시계는 내가 알고 있던 바쉐론 콘스탄틴이 아니었어요. 제가 몰랐기 때문에 공부를 해야 할 수도 있지만 약간 당황했습니다.박_ 당황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신_ 왜요?박_ 말씀하신 부분이 기존 바쉐론 콘스탄틴의 이미지예요. 그것과 비교했을 때 달라졌다고 볼 수도 있죠. 게다가 올해는 아예 새로운 라인업을 만들었어요. 피프티 식스라는. 이 시계 역시 아까 말씀드린 가설이었던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고급 시계’라고 볼 수 있는 거죠.신_ (한숨)박_ 지금 박람회가 끝났는데 벌써 한국 가격이 나왔어요. 피프티 식스 스테인리스스틸 버전은 1520만원입니다. 들으시는 분들이 깜짝 놀랄 만큼 비싼 가격이고 제게도 비싼 가격이지만 기존의 바쉐론 콘스탄틴보다 저렴해진 건 확실합니다.신_ 이제 설명이 되네요. 반클리프 아펠에서 태양계를 돌고 그루벨 포시에서 지구를 찍었다가 바쉐론 콘스탄틴에서 길을 잠시 잃었는데….박_ 길을 잃다뇨, 새로운 길을 간 거죠. 이러다가 바쉐론 콘스탄틴 광고 못 받으세요.신_ 저도 좋아하는 시계라고요. 사실 박찬용 에디터 이야기처럼 브랜드를 새로 만든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어요.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겠죠.박_ 그런데 그렇게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분들이 전 세계에 적지 않을 거예요. 바쉐론 콘스탄틴은 글로벌 브랜드니까. 이 방향 전환을 다른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예비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 이게 앞으로의 바쉐론 콘스탄틴을 바라볼 때 흥미로운 지점이 되겠죠.신_ 그러면 저를 설득시키세요. 우선 동의했으니까. 바쉐론 콘스탄틴의 새로운 길인 ‘피프티 식스’의 디자인은 어땠어요?박_ 이것도 어린 세대를 노린 거겠죠. 피프티 식스라는 말처럼 1950년대의 분위기와 그때 시계의 외형을 차용한 거래요. 그런데 지름은 40mm입니다. 당시 시계는 36mm를 넘는 것도 많지 않았는데 말이죠. 옛날 디자인을 쓰되 요즘 감각으로 만든 시계입니다. 이 시계가 잘될지 안될지는 시장의 몫이겠죠. 하지만 이 시계가 만약 잘 팔려서 바쉐론 콘스탄틴이 더 많이 알려진다면 그걸 브랜드의 실패라고 볼 수 있을까? 이렇게 본다면 좀 달리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신_ 왠지 바쉐론 콘스탄틴이 좋아지려고 하는 거 같아. Montblanc신_ 그다음은 어디였죠?박_ 점심을 먹고 몽블랑으로 갔죠. 몽블랑도 부스가 굉장히 컸어요.신_ 정말 시계도 많고 부스도 크더라고요.박_ 라인업이 굉장히 다양한 시계 브랜드입니다.신_ 부스라고 하는 게 브랜드 이미지를 참 잘 보여주는 장치 같아요. 박찬용 에디터는 각 부스의 차이를 열심히 찾아봤다고 했죠.박_ 몇 년 다니면서 깨달은 게 있긴 해요. 시계는 기본적으로 작기 때문에 차별화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적어요. 그런데 부스는 시계보다는 크니까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어요. 특정한 장식을 만들 수도 있고, 바닥을 달리할 수도 있고, 아니면 부스에 어떤 사람들을 들여서 뭘 입혀두느냐일 수도 있고요. 부스가 브랜드 이미지의 확장입니다.신_ 부스에 들어가는 건 그 브랜드의 세계에 들어가는 거군요. 피아제는 정말 가운데 연못이 있고, 시원한 분위기에서 건강 음료를 주는 바가 있었죠.박_ ‘건강 음료’라니, 정말 중년 같은….신_ 정말 맛있는 주스를 주는… 호화로운 섬의 휴식처 같았어요.박_ 열대 휴양지 같은 느낌이었죠.신_ 반면 몽블랑은 산이었어요.박_ 몽블랑이라는 이름처럼. 이 사람들도, 이거 안 겹치게 하려고 고생 많이 할 거예요. 자기들끼리 모여서 얘기하지 않을까 싶어요. 이거 내 거니까 하지 말라고.신_ 리치몬트 그룹 안에 있으니까 조율될 것 같기도 한데, 한편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닐 것 같아요. 브랜드마다 경쟁도 있을 거고.박_ 소 닭 보듯 하지 않을까요?신_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그 직전까지 인테리어 준비하느라고 하루 전날까지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근데 몽블랑에 왔더니 산이 있었어요.박_ 산을 주제로 한 신제품도 나왔죠.신_ 지난해 7월호 표지 모델이 박재범이었고, 그때 함께한 시계가 몽블랑 타임워커였어요. 남성적이고, 검은색과 빨간색을 조합해 강렬한 느낌을 주는 시계였죠. 그런데 이번에는 산?박_ 네, 산 사나이 같은 시계를 많이 냈죠. 지금 몽블랑은 아직 브랜드 정체성을 찾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어떤 해에는 타임 워커처럼 세련된 시계도 선보이고, 어떤 해에는 빈티지 산악인 같은 시계도 선보이고. 그런 식으로 조금씩 브랜드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것 같아서 매번 몽블랑도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신_ 그렇다면 몽블랑은 진화하는 브랜드군요.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고.박_ 제가 전표를 본 적이 없어서 실제로 성장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하기는 합니다. 성장을 잘하고 있는지. 동시에 다양한 이미지를 전개하는 것. 이런 전개가 얼마나 훌륭한 성과를 내는지 흥미로워요.신_ 결국 이러다 캐시카우 제품을 찾고, 그 제품을 중심으로 브랜드의 색이 명확해지면 선택과 집중을 하겠죠. 보통 그게 성장 과정이니까.박_ 몽블랑이 생각보다 큰 브랜드예요. 시계만 하는 게 아니고 필기구도 중요하고.신_ 아이고, 알고 있죠. 저도 2개나 쓰는데. 만년필과 볼펜. 몽블랑 M 좋습니다.박_ 그리고 가죽 제품도 많죠. 몽블랑은 시계 전문 브랜드일 뿐 아니라 여러 방면에 걸쳐 전문 분야가 많습니다. 까르띠에와는 다른 느낌의 대형 브랜드예요.신_ 와도 관련이 깊을 수밖에 없는 브랜드인데, 시계업계에서는 도전자인 거죠. hermÈs신_ 몽블랑을 보고 났더니 에르메스에 딱!박_ 에르메스가 데뷔했죠. SIHH에서.신_ 에르메스를 여기서 만나다니.박_ 바젤월드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낫더라고요.신_ 그랬어요? 에르메스 담당자도 굉장한 기대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아직 바젤월드에는 안 가봐서요. 박람회에 따라 브랜드의 위상이 다른가요?박_ 바젤월드에는 시계에 관련된 거의 모든 브랜드가 들어온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분야에 따라 각기 다른 건물에 부스가 있어요. SIHH처럼 한 건물에 롤렉스 부스랑 그 시계 공구 부스가 같이 있는 게 아니에요. 완성된 시계 중에서도 명품 시계가 있는 관이 1관이에요. 업계의 명품은 1관 0층, 한국 개념으로 하면 1관 1층에 들어와 있어요. 태그호이어, 위블로, 제니스, 스와치그룹, 롤렉스, 파텍 필립, 쇼파드, 브라이틀링 등등.신_ 에르메스는 어디 있어요?박_ 제가 본 바로는 에르메스는 1관 0층에 들어온 적이 없어요.신_ 아니, 에르메스는 패션에서는 하이엔드 중에서도 하이엔드인데.박_ 완전 학 중의 학이죠. ‘군학일학’.신_ 바젤월드에서는 그랬는데 제네바에 왔더니?박_ 이제는 18분의 1이 된 거죠. 저는 아주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했어요.신_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리고 부스 자체도 굉장히 에르메스답더군요.박_ 시계는 어땠어요?신_ 제 인상에는 펀 팩터(fun factor), 재미있는 요소가 많았어요. 개구쟁이 같은 시계? 위트 있고 젊고 발랄한 이미지. 나이가 어리다고 젊은 게 아니에요. 나이는 상관없어요. 나이가 많아도 깨어 있고, 열린 사고를 하고, 위트 있고, 밝고 명랑한 남자. 그런 사람을 위해 브랜드를 진화시키고 있어요. 그게 시계에서도 똑같이 느껴졌어요.박_ 패션업계의 거물이 정말 대단한 부분이, 다양한 제품군을 만드는데도 일관된 이미지를 유지하는 일 같아요. 에르메스는 회사 입장에서 보면 사업부가 다를 거예요. 시계 사업부와 의류 사업부, 액세서리 사업부가 다 다를 텐데 그 안에서 ‘우리의 원칙은 이것이니 우리는 이렇게 하자’라는 기조로 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거잖아요. 이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설계의 조건, 생산의 조건, 이미지를 만드는 조건이 다 다를 텐데 그게 다 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건 굉장히 고차원적인 브랜드 운용이라고 생각해요. 바젤월드에서 보실 샤넬도 비슷한 경우인데요, 샤넬도 시계와 의류와 화장품이 다 비슷한 이미지로 모여요. 그걸 모았을 때 ‘이것도 샤넬, 이것도 샤넬, 이것도 샤넬이야’라는 식의 일체감이 들게 하죠. 그게 아주 구현하기 어려운 달성이라고 생각해요. 에르메스 시계도 말씀대로 그 요소에서 벗어나지 않았고요.신_ 대표적인 시계가 뭐였죠?박_ ‘까레’라는 사각형 시계였죠.신_ 맞아요, 까레. 그걸 건축적이라고도 하고 수학적이라고도 했죠. 사각형을 바탕으로 한 시계를 읽는 재미가 있었죠.박_ 가격 면에서도 시간만 보이는 제품 기준으로 1000만원 아래였어요. 그 역시 기존 에르메스의 신제품에 비하면 낮은 가격이에요. 가격을 낮춘 신제품을 낸 브랜드가 한두 개가 아니네요.신_ 에르메스는 특히 스트랩도 인상적이었어요. 가죽 세공으로도 유명한 브랜드니까. 에르메스 스트랩은 가죽의 질도 좋고 예쁘던데요.박_ 아, 달라요. 감았을 때 느낌이 달라요.신_ 맞아요. 사실 흥미로운 게 이번에 소개된 많은 브랜드가 스트랩을 많이 활용했더군요. 그런데 애들용으로 치면 터닝메카드, 어른용으로 치면 변신_ 로봇… 뭐죠?박_ 트랜스포머?신_ 트랜스포머! 트랜스포머가 변신하듯 간단하게 갈아 끼우는 스트랩을 많이 활용했더군요.박_ 굉장히 많이 냈죠. 까르띠에 산토스도 있고, 에르메스에서도 내고.신_ 피아제도 있었어요. 로저 드뷔도 냈고. 그만큼 시계 스트랩을 교체해 시계의 분위기와 느낌을 바꿀 수 있게 하는 것도 인상 깊었어요.박_ 그런 식으로 정품 브랜드에서 정품끼리만 호환되는 줄을 다양하게 만들면 그만큼 사설 스트랩을 덜 사게 되겠죠. 시계에 관련된 모든 매출을 본사가 가져가겠다는 것 아닐까요?신_ 어쨌든 그랬습니다. 에르메스의 재미있는 요소들을 보고, 말도 타고.박_ 말을 타셨어요?신_ 네. 에르메스 부스에 킥보드가 있었어요. 킥보드에 말머리가 달려 있고. 그래서 SIHH 박람회장 안에서 말을 타고 돌아다니는 제 사진도 찍혔죠.박_ 에르메스 킥보드라니, 정말 호화롭네요.신_ 이름도 지어줬는데. 제가 말이라고 지었어요. 한국말로 말.박_ 축하드립니다. 17일로 넘어가볼까요?신_ 네, 그러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