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개막' 5가지 예언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관록의 스포츠 저널리스트가 짚은 2018년 프로야구의 다섯 가지 경향. | 프로야구

할리우드의 오랜 금언처럼, 그럼에도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3월 24일 개막하는 2018 시즌 KB0 리그 이야기다. 올해는 또 어떤 경기가, 어떤 플레이가, 어떤 선수가 우리의 가슴을 두근대게 만들까? 이번 시즌 페넌트레이스의 감상 포인트를 다섯 가지만 짚어보자.1.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할 수 있을까?많은 전문가들이 기아 타이거즈의 2연패가 당연한 듯 이야기한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첫째, 기아 타이거즈 선수들은 지난 시즌 ‘지나치게’ 잘했다. 기아의 2연패를 예상하는 주요 근거가 ‘전력 누수가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나는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사실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본다. 이 점이 올해 기아의 성적을 위협하리라 예상하는 까닭은 지난 시즌이 기아에게 워낙 특별했기 때문이다. 선수 거의 전원, 외국인 선수와 주전뿐 아니라 트레이드로 팀에 들어온 선수, 신인까지 대부분 ‘커리어 하이’ 수준의 성적을 거두지 않았는가. 누군가 다른 팀에서 데려왔다 하면 곧바로 주전으로 맹활약했다(이명기, 김민식). 누군가 2군에서 올라왔다 하면 다음 날 곧바로 스포츠 신문 1면을 장식하곤 했다(임기영, 정용운). 올해도 그럴 수 있을까? 확률적으로 힘들 것이다. 부상으로 이탈하는 주전 선수가 등장할 것이고, 2년 차 징크스에서 허우적거리는 신인도 없지 않을 것이다. 악담이 아니다. 올 시즌에도 주사위의 눈이 모조리 6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는 합리적 예상이다.둘째, 다른 팀들의 전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특히 15승 이상 기록할 에이스 김광현이 복귀하는 SK 와이번스, 30홈런과 120타점 이상 기록할 4번 타자 박관록의 스포츠 저널리스트가 짚은 2018년 프로야구의 다섯 가지 경향.병호가 복귀하는 넥센 히어로즈의 전력은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는다. 두 팀의 지난 시즌 약점은 각각 선발투수진과 중심 타선의 무게였다. 이번 시즌 김광현과 박병호는 자신의 팀에서 암세포만 추적해서 없앤다는 획기적인 신약과 같은 몫을 해낼 것이다.한 가지 짚고 싶은 부분은 윤석민이다. 4년간 9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으로 메이저리그에서 기아에 복귀했지만 지금껏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 선수.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와 칼처럼 꺾이는 슬라이더의 소유자가 제 기량을 회복한다면 기아는 내 예상 따위 시궁창에 던져버리고 다시금 정상에 설 가능성이 높다.2. 5강 후보는?일단 기아 타이거즈, SK 와이번스, 넥센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두산 베어스를 5강으로 예상한다. 여기에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가 이들을 격하게 추격할 것이다.지난해 3위를 기록한 강팀 롯데를 5강 후보에서 일단 제외시킨 것은 강민호의 이탈 때문이다. 중심 포수가 빠진 팀이 한 시즌을 꾸려나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롯데는 이번 시즌 뼈저리게 느끼게 될 것이다. 민병헌이 보강됐다지만, 롯데 외야는 손아섭에 전준우, 김문호 등 본디부터 리그 정상급이었다. 민병헌은 아주 좋은 선수지만 롯데가 그의 합류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아주 센 외야’를 ‘더 센 외야’로 만드는 정도다. 따라서 타자들의 성적은 지난 시즌과 다를 바 없거나 약간 좋아지는 데 비해 투수들의 성적이 전반적으로 조금씩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이번 시즌 롯데의 운명은 1, 2선발을 맡을 듀브론트와 레일리에게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LG 트윈스는 성적을 예측하기 가장 힘든 팀이다. 류중일이라는 명감독과 김현수라는 강타자가 보강됐다는 점을 제외하면 나머지 모두가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시즌 LG는 전력 면에서 아주 괴상한 팀이었다. 4번 타자와 마무리 투수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허프가 뒤늦게 합류했음을 감안하면 시즌 초반에는 1선발마저 없었다. 그럼에도 완전히 망가지지 않은 것이야말로 팀의 저력을 증명한다.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 존재하는 그 힘을 명장 류중일 감독이 어떻게 찾아내서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이번 시즌 LG의 성적이 달려 있지 않을까.3. 버림받은 자들의 반격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전례를 찾기 힘든 현상이 벌어졌다. 아직은 효용 가치가 충분해 보이는 베테랑들이 필요 이상의 푸대접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들에게서 ‘여기 아니면 일할 데가 없을까 보냐’며 호기롭게 사표를 던졌다가 진짜로 일할 데가 없는 엄혹한 현실을 깨달은 중년 샐러리맨들의 모습을 떠올린 것은 나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싹싹하게 은퇴를 선언한 이우민을 제외하면 어쨌거나 그들은 마지막 기회를 얻어내는 데 성공했다. 정성훈은 기아 타이거즈에서, 채태인은 롯데 자이언츠에서, 최준석은 NC 다이노스에서 마지막 투지를 불사르게 됐다.세 명 가운데 명예 회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선수는 채태인이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천재’라고 불릴 만큼 타격 감각을 타고났다. 지난 시즌 성적(0.322)도 커리어 하이에 가까웠다. 100경기 이상 출전했을 만큼 몸 상태도 나쁘지 않으며 전성기만큼은 아니지만 수비도 수준급이다. 체력 면에서나 기량 면에서나 올 시즌에도 좋은 성적을 거둘 여지가 충분하다. 넥센이 그를 잡지 않은 것은 기량 탓이라기보다는 어디까지나 박병호의 귀환으로 1루수 자원이 차고 넘쳤기 때문이다.그런 면에서 하위권 팀들이 채태인을 끝까지 외면한 것은 좀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한화 이글스가 그렇다. 주전 1루수 자리에 김태균이 버티고 있지만 백업이 마땅치 않다. 날이 갈수록 허술해지는 김태균의 수비력과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하면 한화는 다른 어떤 팀보다 백업 1루수의 보강에 신경을 써야 했다. 30세의 중고 신인 백창수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현재 시점에서 백창수는 공수 양쪽에서 채태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어쨌거나 롯데는 약점이라고는 나이가 좀 많다는 것뿐인 정상급 1루수를 거저 얻다시피 했다. 그로써 이대호는 수비 부담을 한결 덜 수 있을 것이다.최준석은 그 유탄을 가장 세게 맞은 선수다. 가뜩이나 좋지 못한 상황에서 채태인까지 보강됐으니 롯데가 최준석에게 미련을 둘 리 없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최준석이 무시당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체중이다. 불뚝 나온 배를 보면 최준석이 배트를 휘두르는 그곳이 한국의 야구장인지 일본의 국기관인지 헷갈릴 정도다. 빠르게 달리지도, 민첩하게 수비하지도 못하는 최준석이 야구 선수로서 가진 장점은 오직 하나, 장타력뿐이다. 물론 그게 좀 강력하긴 하다. NC의 김경문 감독이 욕심낼 만큼. 지금 열심히 살을 빼고 있다고 하니 모쪼록 하루빨리 배를 쑥 들어가게 만들어서 명예 회복에 성공하기 바란다.정성훈은 어떨까? 지난 시즌 성적을 살펴보자. 115경기 276타수 86안타 6홈런 30타점. 홈런과 타점을 빼고 타수가 적다는 점을 눈감아주면 준수하기 이를 데 없다. 반면 수비 쪽은 전성기에 비해 수비 폭이 꽤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아무튼 기아 타이거즈로서는 괜찮은 영입으로 보인다. 김주찬 말고는 눈에 띄는 1루수 자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김주찬이라면 프로야구계를 대표하는 유리 몸. 언제 어디서 다칠지 모르는 터라 ‘썩어도 준치’급의 정성훈은 전력에 충분히 보탬이 될 것이다.4. 복귀 선수들의 활약메이저리그로 떠났던 박병호, 황재균, 김현수가 돌아왔다. 비록 바다 건너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들이 이번 시즌 KBO 리그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활약을 펼칠 거라는 데 내 전 재산과 손목 하나까지는 아니더라도 1만원쯤은 걸 용의가 있다.5. 바뀌는 규칙해마다 리그 개막이 가까워질 무렵이면 바뀌는 소재로 이런저런 매체에 글을 쓰지만, 쓰면서도 허망해지곤 했다. 자잘한 규칙 몇 가지가 바뀌는 것을 적시하는 게 얼마나 의미 있을까 싶어서. 올해는 좀 다르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동 고의4구’ 제도의 도입이다. 감독이 심판에게 고의4구 의사를 표시하면 투수가 공을 던지지 않아도 심판이 자동 고의 4구를 선언해 타자를 1루에 보내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 결정이 몹시 못마땅하다. 경기가 좀 더 빨리 진행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티끌만큼도 반대하지 않지만 그 의욕이 지나쳐서 야구 정신을 훼손하는 지경까지 이르러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고의 4구도 볼넷이다. 투수가 공을 네 개 던져야 한다는 뜻이다. 그 과정 동안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 이것이 야구의 핵심이며 묘미다. 보라, 당장 기아 투수 양현종이 말하지 않는가.“환영한다.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질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고의로 볼을 던지는 것은 스트라이크 존에 던지는 것과는 밸런스가 다르다. 고의 4구 다음에는 병살타나 중요한 타자와의 승부를 염두에 둬야 한다. 갑자기 세게 던지면 밸런스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선수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밸런스로 던지는 투수라 민감한 편이다.”고의 4구는 상대 팀의 강타자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얄미운 작전이다. 하지만 그 서슬에 투수의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면 도리어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것이 야구다. 자동 고의 4구 제도는 그 여지를 없앰으로써 야구가 주는 재미 하나를 원천 봉쇄시키고 있다.그뿐이랴. 투수가 고의로 볼을 던질 때의 멋쩍은 표정, 그와는 대조적인 타자의 허탈한(또는 성난, 또는 흐뭇한) 몸짓, 야구장을 가득 메우는 야유(또는 응원)를 떠올려보라. 자동 고의 4구는 그 모든 것을 없애버림으로써 야구라는 스포츠에 포함돼 있던 중요한 낭만 하나를 없애고 있다.자동 고의 4구 제도로 경기 시간이 퍽이나 단축된다면 긴 말 않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투수가 고의 4구를 던지는 데 걸리는 시간은 투수마다 다르겠지만 대략 1~2분 안팎이다. 고의 4구가 나올 확률은 어떨까? 시즌마다 리그마다 차이가 나지만 대략 계산하면 한 경기에 0.3개, 서너 경기에 한 번꼴이다. 결국 자동 고의 4구가 단축시키는 경기 시간은 경기당 20초 안팎에 지나지 않는다. 그 시간을 줄이겠다고 야구의 중요한 과정 하나를 몽땅 생략하겠다는 발상에 나는 도저히 찬성 표를 던질 수가 없다. 걱정이다. 이러다 시간 줄이겠답시고 경기 자체를 취소하는 지경까지 이르지나 않을지.그 밖에 종전과 달리 감독이 더그아웃에서도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수 있으며, 판독 시간이 5분을 넘을 수 없다는 등의 규정이 새로 만들어졌다. 특히 비디오 판독 영상을 구장의 전광판에 띄우기로 한 건 좋은 결정이라고 본다.되돌아본 이대호 효과는 2017년 3월호에도 그해 야구 판도를 점쳤다. 그해의 이슈는 소프트뱅크 호크스와 시애틀 매리너스를 거쳐 롯데 자이언츠로 복귀한 이대호였다. 이대호는 롯데로 복귀하며 4년 총액 150억원짜리 계약을 맺었다. KBO 역대 최고 연봉이었다. 글을 쓴 칼럼니스트 김유준은 롯데와 이대호의 계약은 거의 모든 면에서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유는 크게 둘, 성적과 흥행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돌아보는 이대호와 롯데의 성적표는 이렇다.이대호의 개인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좋지도 않았다. 타율 0.320, 34홈런, 111타점. 타율 0.339, 37홈런, 117타점을 기록한 윌린 로사리오(현 한신 타이거즈, 2017년 당시 한화 이글스)에 비해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 성적으로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팀 성적은 준수했다. 이대호의 활약에 힘입어 롯데 자이언츠는 정규 시즌 3위를 기록했으며,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다. 자이언츠는 지역 라이벌 NC 다이노스에게 밀려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이대호는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1타점을 기록했다.팀의 흥행 성적은 반등했다. 자이언츠의 2016년 홈경기 관객 수는 총 85만2639명이었다. 울산구장을 빼고 자이언츠에 상징적인 사직구장 경기 관객 수는 총 80만6254명이었다. 2017년의 사직구장 관객 수는 98만9044명이었다. 약 18만 명이 늘었다. 울산구장 관객 수까지 합치면 자이언츠의 홈경기 관객 수는 100만 명을 넘는다. 자이언츠는 2017년 100만 관객을 돌파한 5개 구단 중 하나다. 이걸 다 이대호 덕이라고 볼 순 없다. 다만 이 정도면 자이언츠의 모기업 롯데가 이대호에게 준 돈을 별로 아까워할 것 같지는 않다.editor 박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