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의 다음 도전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무한할 것 같았던 김태호의 12년이 끝난 뒤. | 무한도전,김태호

의 전신인 2005년 의 초기 시청률은 4% 정도였다. 소수의 진행자가 PD가 정해둔 규칙을 따라 움직이면서 게스트의 웃긴 모습을 뽑아내던 예능의 시대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예능인의 필수 덕목은 순발력이다. 최고 수준의 예능 방송인은 톱 스포츠 선수급의 순발력을 갖고 있다. 김태호는 짐승 같은 순발력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서 시간을 들여 도자기를 빚듯 캐릭터를 만들어줬다. 날렵하고 똑똑한 캐릭터들은 무슨 기획에서든 재미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여섯 남자와 김태호는 영웅이 되기 시작했다.“변화에 민감하게 고민하며 새로운 도전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때인 것 같습니다.” 2017년 8월 김태호는 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인터뷰에서 김태호는 여러 청사진을 드러냈다. “방송국도 플랫폼이면서 동시에 사내 우수 인력을 활용한 콘텐츠 회사로서의 역할도 강조가 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사실 나영석이 이미 다 하고 있는 일들이다. 김태호가 MBC에서 이라는 장르를 만들었다면 나영석은 KBS를 떠난 후 ‘나영석’이라는 장르를 만들었다. 그동안 김태호는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는 도전의 규모를 키웠다. 가장 극적인 경우가 H.O.T.를 재결성한 최근의 ‘토토가 시즌 3’였다. 이 쌓아온 권위가 아니라면 할 수 없는 기획이었다. 감동적이었다. 재미있었다. 대신 새롭다고 하기는 어려웠다.김태호가 을 그만둔다고 하자 는 당장 돈 이야기를 꺼냈다. 이 기사에서 계산한 의 예상 수익은 광고로만 매주 5억원이 넘는다. 김태호가 MBC 매출의 60%를 책임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김태호가 에 있던 때는 MBC의 내부 분위기가 나빠지던 시기이기도 했다. 김태호 역시 김장겸 전 사장을 비판하는 파업 성명서를 낸 적이 있다. 그렇게까지 해가며 예능국 김태호가 어떻게든 조직을 지켰다. 대신 창작자 김태호의 광채가 조금씩 옅어졌다.김태호의 지금은 안타까우면서도 흥미로운 딜레마다. 김태호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도 아니다. 큰 조직 안에서 인생의 전성기를 보냈다. 그동안 조직을 둘러싼 모든 세상이 변했다. 이제 유재석은 강호동이 아니라 대도서관과 경쟁해야 한다. 튼튼한 성 같던 조직도 늙은 코끼리처럼 무겁고 느리다. 등장인물에게 캐릭터를 만들어주던 김태호의 원천 기술을 이제는 모든 예능 PD가 사용한다. 창의성과 실행력을 갖췄던 에이스가 늙으면 다음 행보는 무엇일까. 조직을 떠나야 할까, 조직을 바꿔야 할까. 이제 김태호는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