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식가의 비밀식당 <트라토리아 오늘편>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가정식은 어디서든 저렴해야 하지만 한국에서 유러피안 가정식은 비싸다. ‘서민이 먹을 수 없는 유럽의 가정식’의 모순을 통렬히 깨부순 곳. 바로 ‘트라토리아 오늘’이다. | ESQUIRE,에스콰이어

회기역 주변엔 경희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가 있다. 물론, 고려대학교와 동덕여자대학교도 지척에 있다. 대학이 깔린 캠퍼스 타운에서 유럽의 정통 가정식 요리를 맛볼 수 있은 식당이 있다면 믿겨지는지. ‘가정식’이라 써 있는 메뉴라도 지중해를 건너 온 요리다 보니 대부분 도산 공원 주변과 청담동 일대의 레스토랑에선 비싼 값으로 매겨진다. 가정식 요리를 서민이 먹을 수 없고 결국 더 비싼 파인다이닝에서 더 비싼 값의 가정식 코스 요리로 둔갑한다. 가정식 요리의 묘한 악순환을 통렬히 깨부순 곳. 바로 서울 동부권의 비밀식당 트라토리아 오늘이다.‘트라토리아 오늘’은 이탈리아에서 ‘지방의 특색 음식을 중심으로 하는 소규모 식당’을 총칭하는 ‘트라토리아(Tratoria)’와 ‘~위에’를 뜻하는 전치사 on, ‘고결함’을 뜻하는 스페인어 ‘el’을 합성해 결국 소중한 집밥을 취급하는 식당을 뜻한다. 식당 입구의 메뉴판에도 써 있듯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럽 속 다양한 국가의 가정식을 대접한다. 이탈리아의 오소부코와 트리빠, 프랑스의 콩피 드 카나르와 라따뚜이, 독일식 포크밸리는 이곳에선 쉽게 먹을 수 있는 메뉴다.오소부코는 밀라노의 대표 가정식이다. 송아지의 정강이 부위에 화이트 와인을 붓고 푹 고아낸 일종의 찜요리다. 트라토리아 오늘의 김동기 셰프는 국내 식재료 사정상 송아지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을 알고 대체할 재료를 고민하던 중에 밀라노 지역의 다른 소도시에선 소꼬리 부위를 사용한다는 걸 알고 구하기 위해 애썼다.트라토리아 오늘의 오소부코는 흔히 말하는 ‘단짠’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메뉴였다. 단맛과 짠맛이 잘 어우러진데다 전체적으로 간이 강하지 않아 좀 더 부드러운 이탈리아식 갈비찜이라고 생각하면 잘 맞을 것이다. 긴 시간에 걸쳐 약불에 천천히 조리했기 때문에 고기 역시 부드러웠다. 갈비찜과 비슷한데 고기도 부드럽다면 사실 쉽게 질릴 수도 있다. 그래서 곁들여 나온 이탈리아식 리조토와 사우어크라우트가 신의 한수라 할 수 있다. 흡사 고기에 밥, 김치를 먹는 한식과 비슷하다고 하면 가장 맞는 표현일 것이다. 고기 한점을 리조토 위에 올려서 한입, 그리고 새콤한 독일식 양배추절임 사우어크라우트를 입가심으로 먹으면 질릴 틈 없이 숟가락이 입에 들어가고 어느새 그릇을 싹싹 비우게 된다.김동기 셰프는 만화 그리는 것을 업으로 생각하던 만화 학도였으나 뜻하지 않은 병으로 더 이상 펜을 잡을 수 없었고 마음을 못 잡고 방황하다 칼을 쥐게 됐다. 20대 중반의 나이로 요리를 시작해 요리로 성공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김동기 셰프는 스스로에 대한 도전을 선택했다.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을 돌며 유명한 음식 대회를 출전했다. 지난 5년간 그가 출전한 대회만 60여개. 그 중에서 Bocuse d’or(2015), 독일 요리올림픽, 룩셈부르크 요리 월드컵에서 상을 휩쓸었다. 그는 그런 과정 속에서 강해졌고 대회에 참석할 때마다 만난 셰프들, 음식점, 게스트 하우스 등에서 보고 먹고 마시며 요리를 익혀 나갔다. 그렇게 해서 배운 요리들이 콩피 드 카나르, 뜨리빠, 오소부코였다.‘트라토리아 오늘’엔 주변 대학의 교수는 물론 학생, 주민들 사이에서 소문이 자자한 맛집이다. 최근엔 외국에서 온 손님들로 북적이고, 직접 먹어보고는 고향 생각이 난다고 엄지척을 날리고 간 외국인들도 종종 있다.  ‘트라토리아 오늘’엔 오늘도 집에서 한 집밥을 먹고 싶어 발걸음을 한 사람들로 북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