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업 레스토랑 '바이 포잉'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셰프들은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펼치고 대중은 새로운 미식을 경험하는 팝업의 장. 가로수길에 문을 연 푸드코트 ‘바이 포잉’ 이야기다. | 바이 포잉,평화국밥,33 apartment,스시소라 SSB,돈신당

셰프들이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이유는 다양하다. 누군가는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고, 또 누군가는 좀 더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사업 아이템을 찾고 싶다. 물론 단순히 반복되는 주방 일에 싫증이 나서 잠시 한눈팔고 싶을 수도 있다. 이유야 어찌 됐건 우리 입장에서는 셰프의 손길을 더 가까이서, 더 부담 없이 느낄 수 있는 반가운 소식이다. 특히 셰프들의 일탈이 본업에 지장을 주지 않고 기존 업체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말이다.몇몇 셰프들이 선구자가 되어 도전해 성공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많은 셰프들이 오랫동안 품어왔던 아이디어를 풀어내고 싶어 할 터. 그런데 문제는 그럴 만한 장이 없다는 점이다. 이태원에 있는 ‘공공빌라’가 주방과 레스토랑 공간을 한 달 단위로 빌려주며 팝업의 장을 멋지게 열어줬으나 그마저 현재 문을 닫은 상태다.최근 상권이 발달한 동네에서 ‘임대 문의’와 함께 ‘팝업 문의’라는 문구가 심심찮게 보이지만, 셰프 개인이나 소규모 레스토랑이 선뜻 대여하기에는 임대료가 너무 높다. 그렇다고 기존 업장 한쪽을 비워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 새로운 아이디어를 풀어낼 공간에 대한 셰프들의 갈증을 해소하고자 레스토랑 통합 플랫폼 ‘포잉’과 부동산 자산운용사 ‘이지스’가 손을 잡았다.‘포잉에 의한’이라는 뜻의 푸드코트 ‘바이 포잉’은 가로수길 중심가 안쪽에 위치해 있다. 대형 매장 사이로 난 좁고 기다란 통로를 따라 들어가면 모습을 드러내는 바이 포잉은 분위기가 주변 풍경과 사뭇 다르다. 아기자기하고 참신하며 감각적이다.“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잠식하다시피 한 가로수길에 미식의 격을 다시 한번 끌어올리고자 팝업 레스토랑을 기획했어요.”포잉 정인아 본부장의 설명이다. 조만간 보수에 들어갈 건물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하여 임시 영업 공간을 마련했다. 오는 5월 말까지 유효한 바이 포잉은 입점 업체에 권리금과 보증금을 받지 않을뿐더러 인테리어와 설비 비용을 지원해 초기 비용을 거의 제로에 가깝게 했다. 이는 외식업자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거리인 부동산 문제를 의미 있게 풀어내는, 주목할 만한 시도다.현재 바이 포잉에 입점한 다섯 업체 중 예사로운 곳이 없다.“바이 포잉 입점 업체는 두 분류로 나뉘어요. 하나는 그 전까지 강남에서 만날 수 없던 곳, 또 하나는 전과 전혀 다른 시도를 하는 곳이에요.”평화옥, 33아파트먼트(33apartment), 오레노라멘이 전자에, 돈신당, 스시소라 SSB가 후자에 속한다.평화옥은 임정식 셰프가 지난 1월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선보인 대중 음식점으로 양곰탕과 냉면을 주력으로 한다. 미슐랭 별의 합이 총 4개에 달하는 셰프가 만든 곰탕과 냉면이 궁금하지만 멀어서 찾아갈 엄두를 내지 못한 사람에게 바이 포잉은 좋은 선택지다.33아파트먼트는 멜버른에서 온 스페셜티 원두 ‘스 커피’와 앤드유니온 맥주 등 희귀하면서도 감각적인 음료 메뉴를 그대로 옮겨 왔다. 하지만 입점 명단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오레노라멘이다. 실제로 오레노라멘을 설득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정 본부장이 귀띔했다.“강남은 전혀 생각하지 않은 상권이었어요. 방향성이 다른, 미지의 세계로 여겼죠. 무엇보다도 다른 업장들은 이미 강남에서 명성이 높은데 괜히 저희가 껴서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었어요.”오레노라멘 오승윤 점장의 설명이다. “막상 나와 보니 잘했다 싶어요. 손님들 중 맛있다며 강남에도 매장을 내달라고 요청하는 분이 굉장히 많거든요. 어느 때보다 일할 맛이 납니다.”스시소라 SSB는 국내 최초로 서서 먹는 스시 바를 추구한다. SSB가 뜻하는 바가 ‘스탠딩 스시 바(Standing Sushi Bar)’이기도 하다. 국내에도 스테이크 등을 서서 먹는 문화가 들어온 만큼 서서 먹는 행위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일지 모른다. 하지만 셰프가 초밥을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는 행위는 생소하다 못해 놀랍다.“코우지나 스시소라와는 전혀 다른 콘셉트가 필요했어요. 초밥을 그냥 접시에 한데 담아주면 동네 초밥집과 변별력이 없을 것 같았어요. 팝업의 기회가 찾아왔을 때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스탠딩 스시 바를 한번 해보자고 마음먹었죠.”하이엔드 스시집 ‘스시코우지’와 미들급 스시집 ‘스시소라’를 이끄는 나카무라 고우지 셰프의 말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초밥을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는 걸까.“초밥은 온도가 굉장히 중요한 음식이에요. 밥에 온기가 남아 있을 때 먹어야 해요. 그러니 오마카세처럼 초밥을 한 조각씩 주되, 바로 먹도록 손에 쥐여주기로 한 것이죠. 임팩트도 있잖아요.”왼손에는 맥주 잔을 쥐고 오른손으로 셰프가 갓 만든 초밥을 받아 먹는 행위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미식의 즐거움을 안겨준다.돈신당은 ‘톡톡’, ‘식부관’의 김대천 셰프가 고안해낸 새로운 브랜드다. 돼지 돈(豚), 매울 신(辛), 집 당(堂) 자를 조합해 한자 이름을 만든 돈신당은 스파이시 스페어 립이라는 다소 생소한 메뉴를 선보인다. 진부한 바비큐 양념에서 탈피하여 맵싸하게 양념한 돈신당 립은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는다.또 식부관에서 특별 제작한 번은 버터 풍미가 풍성하고 식감이 쫀득쫀득하여 매운 고기 요리와 훌륭한 조화를 이끌어낸다. 특히 번을 반으로 가른 후 잘게 찢은 살코기와 양파 피클을 올리고 화이트 소스를 뿌려 먹으면 달고 짜고 맵고 시고 고소한 게 가히 셰프의 음식답다.바이 포잉은 셰프들이 자신이 품고 있던 생각을 확고히 하고 미지의 상권을 이해하는 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물론 우리 같은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미식을 경험하는 귀한 공간이다. 오는 4월에는 입소문이 자자한 한우 오마카세 전문점 ‘우라만’이 합류하여 빅맥을 오마주한 한우 버거 ‘우라맥’을 선보인다고 한다. 아담한 공간에서 확장되는 미식의 세계가 놀라울 따름이다. 주소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13길 32-1문의 070-4127-8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