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가 고도를 서서히 떨어뜨렸다. 그러자 구름 사이로 황량한 사막이 모습을 드러냈다. 입이 절로 벌어졌다. “지구에 이런 곳도 있구나.” 놀랍다. 땅속 깊은 곳에서 하늘로 솟구쳐 오른 듯한 돌산과 끝없이 펼쳐진 평지가 보였다. 모든 것이 거친 흙으로 가득 찬 사막의 일부분이었다.
아프리카 모로코였다. <007: 스펙터> <미션임파서블 5: 로그네이션> 등 블록버스터급 영화에서나 보았던 곳이다. 내가 도착한 곳은 와르자자트라는 도시로 아틀라스산맥 남쪽, 모로코 수스마사드라 지방에 위치해 있다. 도시라고 표현하지만 인구 5만6000여 명 수준의 시골이다. 이곳의 분위기는 황량하다. 별거 없다는 뜻이 아니라 ‘압도적’이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다. 드넓은 평야와 40km 떨어진 곳에 있는 거대한 돌산이 보인다. 그런데 모든 것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선명하다. 유럽이나 미국에서조차 본 적 없는 이색적인 풍경이다.
비행기에서 내린 것은 오후 3시였다. 바람이 거세다. 비행기가 착륙할 때는 모두가 심장이 철렁했을 것이다. 뒷바퀴가 땅에 떨어진 후에도 앞바퀴는 땅에 닿지 못하고 시계 2시 방향을 향해 옆으로 계속 날아갔으니까. 활주로에 내려서도 모두가 게처럼 옆으로 걸었다. 한국에서는 태풍이 올 때나 경험할 수 있는 바람 세기였다. 이런 곳에서 과연 모터사이클을 정상적으로 탈 수 있을까? 덜컥 걱정부터 앞섰다.
이번 투어는 브리지스톤타이어의 신제품 두 종을 테스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배틀랙스 스포츠 투어링 T31’과 ‘배틀랙스 어드벤처 A41’이 주인공이다. 둘 다 빠르게 확장하는 프리미엄 레저 모터사이클 시장에 대응하는 고성능 제품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T는 투어링, A는 어드벤처 성격의 모터사이클에 어울린다. 타이어 성능을 최대로 발휘하라는 취지에서 브리지스톤타이어 측은 최고의 모터사이클만 골라서 준비했다. BMW, KTM, 두카티, 혼다, 야마하, 트라이엄프 등 7개 브랜드, 40여 대 모델이 라인업을 화려하게 채웠다. 완벽한 테스트 조건이다. 내 인생에서 다시 찾아오지 않을 기회 같았다.
“이번 이벤트는 브리지스톤 타이어로서도 역대급 규모입니다. 그만큼 두 종의 새로운 타이어에 자신이 있다는 뜻이죠. 라이딩 중 마주하게 될 가혹한 조건에서 두 타이어의 성능을 제대로 느껴보세요.” 브리지스톤 타이어 모터사이클 부서 글로벌 세일즈팀의 교타 푸타미 매니저가 자신하듯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번 테스트는 한정된 장소에서 ‘잠깐 맛보는 수준’이 아니었다. 소비자가 도로에서 만나게 될 가장 가혹한 환경에 직접 부딪쳐보는 것이다.
테스트 첫날, 30여 명의 라이더가 네 그룹으로 나뉘어 모였다. 내가 속한 조는 스포츠 투어링 T31 타이어부터 테스트했다. 포장도로를 따라 약 300km의 주행 코스를 짰다. 모터사이클은 종류별로 준비돼 있었다. 원하는 모델을 먼저 선택하는 사람이 임자였다. 다행히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서 원하던 파트너인 BMW S1000 XR을 차지했다. S1000 XR은 어드벤처와 스포츠 모터사이클 장르가 절절히 결합된 멀티퍼퍼스 모델이다. 999cc 4기통 엔진(160마력, 11.4kg嫥)을 바탕으로 한다. 겉모습은 크고 묵직해 보이지만 속도가 붙으면 라이더의 몸에 착 감겨 민첩하게 반응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한국에서 1400km 이상을 함께 달린 적이 있었기에, 내게는 제법 익숙한 파트너이기도 하다. 그러니 낯선 장소에서 더 의지할 만한 상대였다.
몸을 가볍게 풀고 그룹과 함께 길을 나섰다. 호텔을 뒤로하고 시내를 통과했다. 길거리의 모로코 사람들이 우리를 신기한 듯 쳐다봤다.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10분을 달렸을까? 건물들이 자취를 감추고 갑자기 넓은 평야가 펼쳐졌다. 도로 양쪽으로 대자연뿐이었다. 커다란 바위와 자갈, 모래와 흙이 뒤엉킨 사막이 압도적인 광경을 만들어냈다. 키가 1m 이상 되는 나무가 보이지 않았다. 생명에겐 그만큼 가혹한 환경이란 뜻이다.
스로틀을 감아 속도를 높였다. 표지판도 없는 도로를 따라서 일행을 뒤쫓았다. 비현실 같았다. 파란 하늘과 건조한 갈색 땅의 명암 차이가 컸다. 그 사이로 지평선을 따라 길게 뻗은 도로가 나를 인도할 뿐이었다. 처음에는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바퀴와 점점 동화되면서 현실감이 생겼다. 적당히 열을 받은 타이어가 코너에서 노면을 잡고 버티는 게 느껴졌다. 눈앞에 길게 뻗은 코너가 보였다. T31의 능력을 실험해보고 싶었다. 모터사이클이 눕는 각도를 일부러 크게 줬다. 그리고 스로틀을 과감하게 열고 코너의 끝을 향해 출력을 쏟아냈다. 하지만 결과는 자연스러운 움직임뿐이었다. T31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엔진 출력을 모조리 가속으로 연결했다. ‘느낌이 좋은데?’
모로코는 특정 풍경이 지나면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의 풍경이 또 펼쳐진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평야를 가로질러 높은 돌산과 마주했다. 구불구불 U자 형태가 계속되는 헤어핀 코너를 수십 개 지나 가파른 언덕을 올랐다. 그러곤 능선을 따라 달렸다. 도로 좌우에 난간 따위는 없었다. 아찔했다. 코너에서 속도를 줄이다 실수하면 곧바로 절벽이었다. 커다랗고 가파른 돌산을 겨우 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여러 개의 돌산으로 이뤄진 협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과 10분 전에 달리던 곳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또다시 입을 쩍 벌리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저 멀리 아틀라스산맥이 보였다. 최고 높이 4167m로 아프리카 북서부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참고로 백두산은 2750m이다). 그리스 신화에서는 ‘거인의 신 아틀라스’가 천계를 어지럽힌 죄로 신들의 저주를 받았다고 했다. 그래서 세상 끝에서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형벌로 아틀라스산이 되었다는 것이다. 끝없는 평야로 이뤄진 사막에 우뚝 솟은 아틀라스산맥을 보니 신화적 해석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좌우로 연속되는 코너에 진입했다. T31이 장착된 S1000 XR이 안정적이고 민첩하게 반응했다(아주 뻔한 설명이겠지만, 더 정확하게 표현하기 어렵다). 타이어가 노면과 접지하는 감각을 라이더가 정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움직임은 예상 가능했다. 가끔 조작 실수로 불안한 상황에 처해도 접지력을 일정하게 유지하려 했다. 투어 성격에 잘 맞았다. 장거리를 빠르고 편하게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도착해야 한다는 뜻 같았다.
“내일은 더 터프한 하루가 기다리고 있어요!” 저녁 7시. 300km를 달리고 돌아와 녹초가 된 나에게 브리지스톤 타이어 관계자가 웃으며 말했다.
테스트 두 번째 날, 280km에 달하는 어드벤처 루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3분의 1 구간은 어제 달린 코스와 같지만 나머지는 오프로드와 완전히 새로운 포장도로 구간이었다. 내 파트너는 BMW R1200 GS 랠리였다. 1170cc 수평대향 2기통 엔진을 장착한 GS는 이 분야에서는 기준과 같다. 듀얼퍼퍼스란 장르를 개척하고 동시에 가장 성공한 모델. 어드벤처 A41의 성격을 테스트하기에 적합했다.
“벌써 오프로드에 들어선다고?” 호텔에서 출발한 지 10여분 만이었다. 마음의 준비가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비포장도로가 시작됐다. 앞서가는 일행이 뽀얀 흙먼지를 일으켰다. 몸에 힘을 빼야 하는 상황이지만 긴장까지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무게가 200kg 이상 나가는 멀티퍼퍼스로 오프로드를 달리는 건 크게 부담되는 일이니까. 노면과 타이어의 마찰력이 부족한 노면 조건에서 코너링 시 무게를 잘못 이용하면 넘어지는 건 한순간이다.
그런데 막상 달려보니 금방 여유가 생겼다. GS 랠리의 탄탄한 서스펜션과 뛰어난 전자제어 장비가 한몫을 단단히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적으론 A41 타이어가 잘 버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미끄러지지 않았다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정확하게 미끄러졌다. 미끄러지는 동안 접지력을 최대한 유지해서 제어가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포인트였다.
모로코의 비포장도로는 상상 이상으로 가혹한 환경이었다. 주먹 크기의 돌덩어리들이 앞바퀴와 뒷바퀴를 계속해서 때렸다. 바퀴가 공중으로 끊임없이 튀어 올랐다. 자동차였다면 시속 30km로 겨우 달렸을 노면 조건이었다. 하지만 GS 랠리를 타곤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올렸다. 오프로드에서 이 정도 속도로 달리다 넘어진다면 이후 상황은 예상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순간엔 대단한 자신감이 있었다. 타이어가 노면과 긴밀하게 대화를 나누며 주행 상태를 라이더에게 전달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체 코스의 3분의 1 지점에서 오프로드가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약 200km 가까운 포장도로였다. 어제와 달리 좀 더 짧고, 급하게 회전하는 구간이 많았다. 노면과 접지력이 늘어나자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주행 패턴이 갑자기 눈에 띄게 빨라졌다. 바위산을 헤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산 중간에는 계곡도 보였다. 신기하게도 계곡 주변에는 나무가 우거지고 마을과 밭이 빼곡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산 중턱이든 정상이든 언제나 마찬가지였다. 물이 흐르는 장소라면 어디든 생명의 터전 같았다.
먼저 테스트했던 T31 타이어처럼 A41 역시도 안정감이 좋았다. GS 랠리에서는 유연한 느낌이었고, 중간에 갈아탄 KTM 1290 슈퍼 어드벤처 R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타이어가 모터사이클의 특성을 잘 이끌어낸다고 볼 수 있다.
해가 뉘엿뉘엿 떨어질 때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다. 모두가 건배하며 모로코 사막을 누볐던 지난 이틀간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러곤 참 대단했다고 입을 모아 칭찬했다. 예상보다 엄청 빠르고 과감하게 투어를 진행했음에도 모두가 무사히 복귀했다. 당연한 결과는 아니다. 우리가 탄 모터사이클이 모두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노면에 붙은 타이어가 제대로 실력을 발휘했다는 뜻이다. 배틀랙스 T31과 A41은 그것을 증명해냈다. 모로코 사막을 모터사이클로 달리는 인생 최고의 경험, 이런 타이어가 있기에 가능했다.
완벽한 여행을 위해,배틀랙스 T31/A41
배틀랙스 T31과 A41은 투어링과 멀티퍼퍼스용 모터사이클에 적합하도록 성능, 안전, 내구성을 두루 갖췄다. 더불어 꾸준한 피드백과 재빠른 반응성으로 주행에 자신감을 더한다. 실제로 이번 테스트에서 만난 포장도로는 곳곳이 깨지고 파여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오프로드는 주먹만 한 돌이 널려 있는 흙길이었다. 이런 악조건에서 꽤 장시간 고속으로 주행했음에도 두 종류의 타이어는 거뜬히 버텨냈다.
BATTLAX SPORT TOURING T31
T31은 투어링 장르의 새로운 기준을 꾀한다. 400~600cc 모터사이클에 대응했던 BT 023과 T30 에보보다 성능을 높여 1000cc 이상에 대응한다. BMW R1200 RS와 S1000 XR, KTM 1290 슈퍼듀크 GT, 두카티 멀티스트라다, 혼다 CB1100 RS 등 투어링 대배기량 모터사이클에 잘 어울린다. 실제로 테스트해본 결과 T31은 흠잡을 곳이 없는 주행 성능을 보여줬다. 타이어가 노면을 잡고 버티는 느낌이 강하고 고속에서는 안정감도 좋았다. 핸들링은 가볍고, 동시에 원하는 주행 라인을 정확히 따랐다. 코너에서 스로틀을 강하게 열어서 뒷바퀴가 약간 휘청거릴 때도 ‘갑자기’가 아니라 ‘서서히’ 점진적으로 반응했다.
특징
- 중앙 그루브 각도 재배치로 예열과 배수성을 강화한 앞뒤 타이어 패턴 사용
- 3중 콤파운드 멀티레이어 구조
- 최대 뱅킹 각까지 접지 면적 최대 7% 상승
- 젖은 노면 접지력 3%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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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TLAX ADVENTURE A41
어드벤처 A41은 확장하는 멀티퍼퍼스 시장에 대응한다. 온로드와 가벼운 오프로드를 넘나드는 주행 조건에 적합하다. 온오프로드 주행 조건을 비율로 따졌을 땐 9 대 1. 그러니까 갑자기 만나는 오프로드에서도 실력을 발휘한다는 의미다. BMW GS 시리즈를 비롯해 KTM 어드벤처 시리즈, 혼다 아프리카 트윈 같은 모델에 어울린다. 모로코 사막의 온오프로드 구간에서 달려본 결과 A41은 높은 신뢰성을 증명했다. 무게가 무거운 멀티퍼퍼스 바이크에 맞춰 일정한 피드백, 꾸준한 타이어 접지력, 부드러운 핸들링 감각을 실현했다. 내구성도 뛰어났다. 사막의 비포장도로를 몇 시간 달렸음에도 타이어에 큰 손상이 없었다.
특징
- 트레드 패턴 각도의 변화로 노면과 타이어 접지 면적 이전 모델 대비 5% 증가
- 배수성 강화로 인한 젖은 노면 접지력 9% 상승
- 앞뒤 모두 3중 콤파운드 멀티레이어 구조
- 모노스파이럴 벨트 기술로 내구성 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