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브롱’ 르브론 제임스의 미친 활약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농구팬들 사이에서 르브론 제임스를 화나게 하면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 그를 화나게 하지 말 것. 그가 ‘빡브롱’이 됐다면 경기를 포기하는 것이 상책이다.

결국 ‘빡브론(롱)’이 해답이었다.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20일(한국 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퀸큰 론즈 아레나에서 벌어진 2017-2018 NBA 플레이오프 동부 컨퍼런스 결승 3차전에서 르브론 제임스의 대활약에 힘입어 보스턴 셀틱스를 116-86으로 제압했다. 적진에서 2연패를 당한 뒤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향후 동부 결승 시리즈의 예측은 더욱 쉽지 않을 전망. 사실 2차전 패배 직후 르브론 제임스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3차전은 전면 재설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1차전 패배 후에도 “나는 어떠한 걱정도 없다”가 말한 것에 비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는 듯 보였다. 그러나 오랜 NBA 팬이라면 잊지 말아야할 사실이 있었으니 바로 빡브롱(론) 모드. ‘빡친 르브론 제임스’의 줄임말로 평소 즐기듯 농구하는 르브론이 진지한 태도와 완벽한 경기력으로 상대팀을 압도할 때를 말한다.(상대팀 선수의 실수로 르브론의 헤어밴드가 벗겨진 적이 있는데 그 경기는 정말 무시무시할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준 바 있다. ‘뭐 그런 걸 가지고’라 생각할 수 있으나 탈모가 진행되던 시기에 헤어밴드를 건드렸으니 화낼 만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처음 빡브롱 모드가 탄생된 것도 6년 전 지금의 상대팀 보스턴 셀틱스와의 동부 컨퍼런스 결승 시리즈에서였다. 시리즈 전적 3-2로 밀리고 있을 때 웃음기 싹 뺀 표정으로 경기에 임한 르브론은 45득점 15리바운드 5어시스트에 야투 성공률 74%의 미친 활약을 보여줬고 결국 그 시즌 NBA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바 있다.

빡브롱 모드를 제대로 켠 르브론은 1쿼터부터 적중률 높은 야투를 성공시켰고 32-17로 크게 앞섰고 이후 경기 종료까지 단 한 차례의 리드도 허용하지 않았다. 작정하고 골밑에 파고드는 르브론을 알 호포드, 애런 베인즈 등이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카와이 레너드를 제외하면 내가 르브론 스타퍼”라 입을 놀렸던 마커스 모리스 역시 ‘빡브롱’ 앞에선 고개 숙인 남자였다. 외각에서 던지는 슛은 내주더라도 골밑에선 점수를 주지 않으려 했던 보스턴 셀틱스는 ‘닥돌(닥치고 돌파)’하는 르브론을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클리블랜드의 다른 선수들에겐 손쉬운 찬스가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르브론의 최종 성적은 27점 12리바운드 5어시스트 야투 성공률 75%. 자신의 공격 뿐 아니라 팀 동료들의 공격 작업에도 모두 관여할 만큼 훌륭한 성적이었다. 또한 2스틸 2블락을 기록할 만큼 수비에서도 만점에 가까운 활약이었다.

JR 사랑은 그만. 러브는 혼자 두지 말자. 타이론 루 감독은 통계를 볼 때가 제일 아름답다.

타이론 루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 감독 역시 이날만큼은 다른 모습이었다. 데이터를 믿지 않고 자신의 직감을 더 믿는 것으로 국내 NBA팬들의 질타를 받는 타이론 루 감독은 늘 고집하는 비정상적인 포워드 빅 라인업이 아니라 가드-포워드-센터의 정석적인 스타팅 라인업을 꾸렸다. 늘 혼자 포스트를 지키느라 고생하던 케빈 러브 옆에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서 활약이 좋았던 트리스탄 톰슨을 ‘보디가드’로 두었고 로우 포스트 수비에서 한결 자유롭게 된 케빈 러브 역시 13점 14리바운드의 더블 더블로 보답한 것. 시즌 중에 벤치 에이스 역할을 하던 노장 3점 슈터 카일 코버 역시 플레이오프에선 스타팅 라인업에서 활약했으나, 이날만큼은 본연의 업무인 식스맨으로 돌아갔고, 수비에 부담을 덜 느끼는 2~3쿼터에 주로 출장해 14점을 기록했는데 3점슛은 4개 던져서 100% 기록할 만큼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이밖에 플레이오프 들어 주요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던 래리 낸스 주니어를 비롯해 호세 칼데론, 세디 오스만, 안드레 지지치 모두 출전시키며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안배했다.

4차전은 또 다시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홈에서 열린다. ‘까짓것 르브론이 한 번 더 빡브롱 모드가 나오면 클리블랜드가 쉽게 이기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팬들도 많겠지만 올해 나이 서른셋의 그에게 경기 연달아 미친 활약을 펼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르브론은 2차전에서도 42점 10리바운드 12어시스트를 기록해 스탯상으로는 3차전보다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경기 후반에 체력이 방전되면서 꾸준한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고 팀의 패배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빡브롱 모드도 중요하나, 3차전처럼 팀원 모두의 고른 활약이 동시에 터져줘야만 클리블랜드는 다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을 것이다. 이미 2승을 거둔 보스턴 셀틱스는 이번 4차전을 잡으면 자신의 홈에서 유리하게 펼칠 수 있기 때문에 총력전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 과연 22일 열릴 4차전에서 승리의 여신은 누구를 위해 손을 들어줄까?

투입되는 경기마다 좋은 활약을 펼친 서른일곱 카일 코버(위쪽)와 '공격 리바운드 머신' 트리스탄 탐슨. 남은 시리즈에서도 활약이 기대된다.

농구팬들 사이에서 르브론 제임스를 화나게 하면 안 된다는 속설이 있다. 그를 화나게 하지 말 것. 그가 ‘빡브롱’이 됐다면 경기를 포기하는 것이 상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