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취한 차이니스 바 1편 레드문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독한 바이주를 감각적인 칵테일로, 양이 많아 부담스러운 중식을 산뜻한 안주로 재탄생시킨 이색적인 차이니스 바를 소개한다.

초록색 벽면과 ‘참지마라’라는 한자어가 쓰인 빨간색 네온사인이 대비를 이루는 레드문. 폭이 넓은 바에서 술과 함께 음식을 즐기는 경험이 이색적이다.

레드문

홍콩에 소재한 바 ‘핑퐁 129’는 ‘단련신체(鍛鍊身體)’라는 한자 네온사인이 분위기를 지배하는 곳이다. 여러 홍콩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한 핑퐁 129를 보며 이토록 감각적인 바가 서울에도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품은 적이 있다. 그런데 실제로 핑퐁 129를 연상시키는 바가 한남동에 들어섰다. 그것도 쓰촨요리에 바이주를 곁들일 수 있는 차이니스 바다.

레드문은 간판 대신 빨갛게 물든 달을 띄웠다. 그 달을 좌표 삼아 인적 드문 골목에 들어서면 새빨간 문이 등장한다. 그 문을 열고 지하로 내려가면 예상치 못한 너른 공간이 나온다. 그리고 곧바로 정면의 바 중앙에서 불을 밝히는 한자어의 네온사인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참지마라(參知麻辣)’. 쓰촨요리의 대표 향인 마라를 함께 즐기자는 의미를 담아 만든 흥미로운 표어가 이곳의 감각을 단박에 보여준다.

네온사인 불빛에 홀린 듯 바에 앉으면 위스키가 빼곡해야 할 것 같은 선반을 바이주가 차지한 이색적인 풍경에 또 한번 놀라고 만다. 빨간 네온사인과 대비를 이루는 녹색 대리석 바에 앞접시와 커틀러리가 놓인 모습도 굉장히 색다르다.

실제로 레드문은 술보다 음식으로 먼저 이름을 알렸다. 줄곧 프랑스 요리를 해온 김우택 셰프는 쓰촨요리를 이해하기 위해 쓰촨요리의 본고장인 청두에 3주가량 머물며 요리를 배웠다. 그리하여 레드문의 음식은 정통 쓰촨요리에 알게 모르게 프렌치 터치가 가미됐다.

특히 ‘시추안 콜드 누들’, ‘마라 볼로네제’, ‘새우 완탕’, ‘시추안 로스트 치킨’ 등 다양한 재료와 조리법으로 마라를 곁들인 메뉴들이 마라의 다채로운 매력을 일깨워준다.

마라 특유의 중독성에 취해 요리를 이것저것 집어 먹다 보면 얼얼하고 아린 입안을 달래줄 바이주 한잔이 절실해진다. 형형색색의 경극 가면이 그려진 독특한 병에 담긴 ‘쿠오쿠이’는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바이주다. 차게 칠링한 잔에 술을 채워 털어 넣자 파인애플과 같은 새콤하면서도 달달한 열대 과일 향이 가득 퍼지며 순식간에 입안의 폭풍우를 잠재웠다.

5월부터는 칵테일도 선보인다. ‘연태 칵테일’이 연태고량주에 캄파리, 자몽 등을 넣어 바이주의 쌉싸래한 풍미에 집중했다면, ‘밀크 칵테일’은 입안의 불을 끄는 역할을 한다. 분위기부터 음식, 술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레드문에 착륙한 이상 술과 음식의 유혹을 더는 참지 말기를. /글_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대로20길 41-4

문의 070-8865-3112

독한 바이주를 감각적인 칵테일로, 양이 많아 부담스러운 중식을 산뜻한 안주로 재탄생시킨 이색적인 차이니스 바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