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스피릿은 진, 보드카 등 오크통에 숙성시키지 않은 투명한 술을 통칭한다. 청담동에 위치한 화이트바는 대한민국 최초이자 유일한 화이트 스피릿 전문 바다. 화이트 스피릿 중에서도 최근 진의 위세가 대단하다. 숙성시키지 않아도 되어 제조가 용이한 데다 주니퍼베리만 넣으면 얼마든지 변주가 가능한 진이 다양성의 시대를 맞아 다채롭게 개발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크래프트 비어에 이어 크래프트 진이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재료와 증류 방식에 따라 풍미에 얼마든지 개성을 입힐 수 있는 진의 인기가 위스키를 위협할 정도. 화이트바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100여 종의 진을 들여놨다.
두 개의 철제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 화이트바는 스위스 은행의 지하 금고를 콘셉트로 했다. 금고 손잡이를 닮은 장식이 달린 바와 철창을 두른 벽면의 술 진열장이 진정 은밀한 금고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프라이빗 룸, 홀, 바를 두루 갖춘 화이트바는 특이하게 바가 두 개다. 하나는 누구나 쉬었다 갈 수 있는 퍼블릭 바, 다른 하나는 프라이빗 바에 해당한다. 프라이빗 룸과 별도로 프라이빗 바를 둔 이유는 화이트 스피릿이 칵테일의 대표 기주인 만큼 바텐더와의 대화를 통해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칵테일을 즐기는 일이 이곳의 진정한 묘미이기 때문이다.
일본 향신채 시소를 넣은 칵테일부터 트러플과 바질로 풍미를 더한 칵테일, 케이크의 질감을 연출한 칵테일까지 창의성이 돋보이는 시그너처 칵테일은 물론 다양한 클래식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진을 기주로 한 칵테일 중 가장 사랑받는 진토닉의 다양한 변주를 경험할 수 있는 테이스팅 메뉴도 흥미롭다. 참고로 화이트바에서 진, 토닉, 얼음, 가니시, 잔 등의 조합을 달리하여 만들어낼 수 있는 진 토닉의 수는 6만5000가지에 달한다고 한다.
화이트바 장동은 대표는 진을 위스키처럼 스트레이트로 두어 모금 마시며 음미한 후 얼음을 넣고 온더록스로 즐기기를 권한다. 또 거기에 토닉과 가니시를 조금씩 첨가해 마시며 한 종류의 진이 시음 방법에 따라 어떻게 맛과 향이 달라지는지 느껴보라고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여태 몰랐던, 이제는 알아야 할 진의 세계에 한 발짝 가까워질 것이다. /글_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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