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들의 한식 2편 한식공간 | 에스콰이어코리아
CULTURE

대가들의 한식 2편 한식공간

모던 한식 열풍에 흔들리지 않고 정통 한식의 깊이를 더하고자 노력해온 대가들이 있다. 그들이 차려낸 뿌리 깊은 한식을 소개한다.

ESQUIRE BY ESQUIRE 2018.07.03

한식공간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 83

문의 02-747-8104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에 속한 유리 건물은 이곳의 옛 주인인 공간그룹의 3대 대표 이상림 씨가 설계했다. 대선배이자 세간의 존경을 받던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한 구사옥과 창덕궁이 모두 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전면을 투명한 유리로 감쌌다. 그 덕에 이 건물에 들어서면 김수근의 건축물과 창덕궁을 양옆으로 나란히 감상할 수 있다.

고대와 근대의 역사적 건축물을 바라보며 즐기는 음식이 한식이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생각은 보편타당한가 보다. 지난해 12월 이 건물 4층에 한식 다이닝 한식공간이 들어섰다. 심지어 한식 대가로 통하는 조희숙 선생이 주방을 맡았다. 조 선생이 지난 35년간 걸어온 개인의 역사는 한식의 근현대사를 관통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연 소재인 목재로 꾸민 공간이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저녁 특별 코스에 한해 조희숙 선생이 직접 조리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해외의 식문화가 유입되며 뒤안길로 밀려난 한식이 최근 한류의 인기를 등에 업고 새로운 경향으로 자리 잡는 일련의 과정을 선생은 일선에서 경험했다. 부침의 역사 속에서 잠시 물러나 일부 계층에 음식을 가르치고 대접해온 선생이 한식공간을 맡으며 대중 앞에 한 발 나섰다. 선생은 창덕궁 높은 곳에서 식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 공간을 본 순간 마다할 명분이 없었다고 한다.

같은 이유로 선생은 메뉴를 구성하는 데에서도 항상 궁중 음식을 유념한다. 이때 선생이 말하는 궁중 음식이란 박제된 것이 아니라 현대인도 충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궁과 도시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에 감탄하며 자리에 앉으니 부각 바구니가 등장했다. 갖가지 잎채소를 튀겨낸 부각이 식전 빵을 대신한다는 사실이 새롭고 재미있다. 찹쌀풀을 얼마나 얇게 발랐는지 입에서 바삭하고 부서지는 순간 이물감 없이 사라져버린다. 손에 기름도 거의 묻지 않았다. 글라스 와인으로 내준 스펠바운드 샤르도네의 청량한 과실 향과도 잘 어울린다.

멥쌀가루를 넣고 걸쭉하게 쑨 토마토죽은 새콤달콤한 게 입맛을 돋운다. 제주도산 더덕과 여수에서 올라온 키조개 관자를 매실청, 매실식초, 매실절임에 버무린 냉채는 식감이 아삭하면서 쫄깃하고, 맛은 쌉싸래하면서 달보드레한 게 산과 바다를 함께 취한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났다. 오이소박이처럼 칼집을 낸 죽순과 호박꽃 망울에 다진 새우 살을 넣어 튀긴 요리는 한식의 한계로 지적되는 식감을 더욱 다채롭게 한다. 특히 호박꽃은 겉에 새우 가루를 묻혀 한결 더 감칠맛이 난다.

한우 등심과 항정살을 저며 뭉친 고깃덩이에 제철 나물을 올린 떡갈비는 은은한 단맛에 향채의 알싸하고 쌉싸래한 향이 더해져 물리는 법이 없다. 곁들여 나온 민들레잎무침은 처음 먹어본 사람에게 오히려 가장 놀라운 경험으로 남을 터.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곤드레밥에 다섯 가지 찬이 나오는 진짓상의 주인공은 양념장이다. 매콤한 양념장을 밥에 끼얹어 한술 푸는 순간, 부지불식간에 오미를 모두 경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한식공간은 계절에 따라 휙휙 바뀌는 제철 식재료에 맞춰 두 달마다 메뉴를 바꾼다. 밍글스의 강민구, 모수의 안성재, 두레유의 안현수, 주옥의 신창호 등 쟁쟁한 셰프들에게 한식을 가르치는 ‘셰프들의 셰프’인 조 선생이 식탁에 어떠한 여름 내음을 담았는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글_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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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에디터|민 용준,사진|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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