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 피크닉
Bar Piknic
주소 서울 중구 퇴계로6가길 30
문의 070-8821-6374
회현동에 있는 복합 문화 공간 ‘피크닉’은 지난 5월 문을 연 이래 연일 화제다. 특히 사카모토 류이치의 첫 내한 전시와 샹들리에가 주렁주렁 매달린 카페가 큰 이목을 끈다. 건물 1층에 자리한 카페 피크닉은 저녁 6시면 내추럴 와인 바로 변신한다. 그렇다고 달라지는 점은 별반 없다. 조도를 낮추고, 낮 동안 바깥쪽을 향해 일렬로 나란히 배치돼 있던 의자를 마주 보는 구조로 바꿀 뿐이다. 그럼에도 마치 애초에 내추럴 와인 바인 것처럼 충분히 근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 피크닉은 같은 건물 3층에 위치한 제로컴플렉스가 운영한다. 제로컴플렉스는 바 피크닉이 생기기 전부터 내추럴 와인에 충실한 리스트로 이름이 높았다. 현재 레스토랑이 보유한 와인 150종 모두 내추럴 와인일 정도.
내추럴 와인과 가벼운 안주를 합리적 가격으로 즐길 수 있는 바 피크닉은 내추럴 와인의 새로운 성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제로컴플렉스의 와인 리스트를 내추럴 와인으로 채운 프랑스인 소믈리에 클레망 토마생이 바 피크닉의 와인을, 이성훈 셰프가 주방을 맡았다. 바 피크닉은 갓 생겼지만, 다종다양한 내추럴 와인을 다루고 이와 음식의 마리아주를 다년간 고민해온 제로컴플렉스의 노하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셈이다. 토마생 소믈리에는 내추럴 와인이 파인다이닝의 섬세한 음식과도 잘 어울리지만, 편안하고 부담 없는 분위기에서 즐겨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며 누구보다 바 피크닉을 반겼다. 그런 차원에서 바 피크닉의 와인 셀러를 채우며 가장 앞서 고려한 요소가 합리적인 가격이었다. 실제로 바 피크닉은 4만5000원에서 8만5000원 선의 와인 리스트가 주를 이룬다.
음식 구성과 가격도 눈길을 끈다. 메뉴판에 적힌 음식 이름은 세 단어를 넘지 않으며, 가격도 한우 채끝 스테이크를 제외하면 모두 7000원에서 1만2000원 선이다. 음식들은 짧고 명쾌한 이름만큼 단순한 조리 과정을 거쳤음에도 충분히 감칠맛 나며 계속 와인 한 모금을 부른다. 이성훈 셰프는 바 피크닉이 내추럴 와인 바인 만큼 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조리 과정을 단순화하되, 조리의 기본인 익히고 굽는 정도에 상당히 심혈을 기울인다. 적당히 익혀 속이 촉촉한 닭과 대구의 질감은 보통 바에서 기대하는 음식의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 이는 파인다이닝인 제로컴플렉스와 식재료를 공유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긴 테이블과 그 위에 도열한 샹들리에는 드리스 반 노튼의 패션쇼에서 영감을 받은 결과물이다. 그 화려한 분위기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아름다운 와인, 음식을 나누는 일은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작지만 큰 호사다. 그 광경을 보며 프랑스의 여느 바가 떠올라 마음이 훈훈해진다는 소믈리에 토마생은 내추럴 와인이 낯설다면 잘 훈련된 바의 직원을 적극 활용하라고 거듭 강조한다. 대화를 통해 취향이나 그날의 모임 성격에 맞는 와인을 추천받고, 혹여 와인이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 주저 말고 직원에게 알리기를 권한다. 그런 경우 직원이 디캔팅을 하거나 최적의 온도를 찾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거라며.
바 피크닉은 가성비가 높은 훌륭한 와인 리스트와 기본기 탄탄한 음식, 감탄이 절로 나오는 분위기, 그리고 내추럴 와인을 잘 다룰 줄 아는 인력을 두루 갖췄다. 내추럴 와인 입문자라면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 수밖에 없는 곳이다. /글_이주연(미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