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파괴자' 랄프 로렌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RULE BREAKER | 랄프 로렌

시상식에선 누구나 공작새처럼 차려입는다. 갈고 닦은 결전의 날처럼. 그런데 랄프 로렌은 작정하고 흐트러지기로 결심한 사람 같다. 그렇게 입지 않으면 엄숙한 자리를 견딜 수 없다는 귀여운 투정이랄까. 그의 블랙 타이 공식은 한결같다. 어깨가 광활한 디너 재킷과 턱시도 셔츠에 어린아이 손바닥만 한 실크 보타이를 매고, 낡고 닳은 데님 바지를 대수롭지 않게 섞어 입는 방식. 이 변칙 같은 공식은 그가 창조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후 많은 남자들이 공식 석상에서 이브닝 룩과 데님을 섞어 입기 시작했다. 평소 공식대로라면 검은색 카우보이 부츠를 신었겠지만, 이날은 그가 가장 좋아하는 살로몬의 형광색 운동화를 골랐다. XA 프로 3D 트레일 러닝 슈즈. 대드 코어와 어글리 슈즈 같은 괴상한 유행이 패션계를 뒤흔들기 한참 전에도 그는 살로몬 운동화를 신었다. 런웨이 피날레에서도, 뉴욕의 길거리에서도. 랄프 로렌식 블랙 타이 공식은 이 운동화로 또 한번 전복됐다. 우아하고 세련되고 또 동시대적인 방식으로. 규칙과 통념을 간단하게 비틀어버리는 경지는 정말 영리한 반골적 기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