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 포드 컬렉션의 동물적 본능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톰 포드 컬렉션은 그의 어떤 컬렉션보다 동물적이다. | 톰 포드,패션,스타일,이브닝 재킷,뱀피

발단은 영화 이었다. 그 영화에서 기억이 선연하게 남은 건 뱀피 가죽 재킷을 입은 니컬러스 케이지였다. 검은색 티셔츠와 검은색 바지에 벨트마저 검은색으로 맞춘 방식도 훌륭했다. 이후 뱀피 가죽 재킷에 대한 어떤 로망 같은 감정이 생겨났다. 넓게는 동물 무늬를 서슴없이 가져다 쓴 옷에 대해. 그런 의미에서 톰 포드 컬렉션은 속이 후련할 지경이었다. 뱀피 셔츠에 뱀피 타이를 더한 충격적인 스타일링, 바지부터 부츠까지 뱀피로 뒤덮인 옷을 입고 아나콘다처럼 표독하게 움직이는 모델들. 연분홍색 뱀피 재킷은 너무 노골적이어서 도리어 순진하게 느껴졌다. 얼룩말 무늬 실크 이브닝 재킷은 이브닝 재킷의 목적을 잊게 만들었다. 그의 어떤 컬렉션보다 동물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애써 일상으로 끌어들이지 않은 기개가 썩 마음에 들었다. 동물 무늬가 이렇게 많았던 계절이 또 있었을까. 드리스 반 노튼, 보테가 베네타, 베르사체, 생 로랑브랜드의 온도와 결에 따른 온갖 동물 무늬 옷이 맹수처럼 도사린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입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