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로 쌓아 올린 시간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벽돌의 아름다움은 쌓아 올릴수록 견고해진다. | 건축,경동교회,건축가,김수근,벽돌

경동교회, 1981‘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다.’ 건축가 김수근의 철학이다. 한국 건축계의 한 축 김수근, 그가 설계한 경동교회는 벽돌로 이룬 건축물이 얼마나 견고하고 경건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벽돌을 반으로 자른 뒤 쌓아서 더 촘촘해 보이는 외벽은, 마치 적토 한 덩이를 묵묵히 빚어낸 것도 같다.“김수근 선생은 벽돌을 중량감 있게 사용했다면 저를 포함해 지금의 건축가들은 오히려 시각적으로 가볍게 다루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건축가 황두진이 말했다. 황두진은 2015년 강남에 지상 15층, 높이 63.5m짜리 빌딩을 벽돌로 완성했다. 내진 기술이 개발되어 벽돌로 고층 건물도 지을 수 있는 시대가 온 것이다.벽돌을 시각적으로 가볍게 다룬 예는 이 빌딩의 정면 중앙부에 새겨져 있다. 일명 다공성 벽체다. 다공성 벽체란 아래 줄과 위 줄의 벽돌을 엇갈려 쌓아 완성한 벽으로, 그 사이에 생긴 틈으로 빛과 공기가 오간다. 건물의 속내가 비치는 것만 같다. 특히 이 다공성 벽체는 황두진의 설명대로라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실제 이보다 높은 벽이 없을 만한 게, 일일이 손으로 쌓아야 하는, 웬만하면 애써 하지 않을 수고로운 과정이기 때문이다.벽돌 쌓는 로봇이 개발되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아직 먼 이야기다. 벽돌은 여전히 손으로 한 장 한 장 쌓아야 하는 소재다. 게다가 원앤원 63.5 빌딩의 다공성 벽체는 안전을 위해 벽돌 구멍에 맞춰 철제 봉을 보강하는 새 방식으로 쌓았다. 더 더디고 고생스러운 과정이었다는 말이다.그럼에도 왜 벽돌일까. 왜 30만 장의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렸을까. 황두진이 “사실”이라는 말을 붙인 뒤 이어나갔다. “이만한 외장재가 아직 없습니다. 가격, 내구성, 외관, 나이 들어가는 느낌까지더구나 수공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덤이지요.”벽돌의 아름다움이란 직접 쌓아 올린 벽의 틈 사이로 낮의 햇빛이 일렁거릴 때, 밤의 조명이 거리에 흘러나올 때, 그리하여 손을 뻗어 그 벽을 만져보고 싶어질 때, 그 모든 시시각각에 담겨 있다. 지금도 여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