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로 세운 아늑한 단단함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완벽한 콘크리트 건물은 아닐지라도 그곳에 삶이 있다. | 건축,아시아선수촌 아파트,건축가,콘크리트,조성룡

아시아선수촌 아파트, 1986“뭘 알고 말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건축가 조성룡이 웃었다. 아시아선수촌 아파트가 80년대 콘크리트 건물을 대표한다는 의견에 그는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고 했다.틀린 것은, 속이 콘크리트가 아닌 현대건축물은 드물기 때문이다. 즉 노출 콘크리트처럼 드러나야 콘크리트 건축물인데, 이 아파트는 외벽에 페인트를 칠해 콘크리트가 직접적으로 노출된 부분이 없으므로 콘크리트 건물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반은 맞는 이유는, 실제로 콘크리트만으로 지었기 때문이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일까.“완전히 콘크리트로 지은 건축물은 드물어요. 콘크리트로 처리하기 어려운 부분에는 벽돌을 쌓거나 다른 자재를 이용해 채우고 시멘트 반죽으로 칠해버리거든. 그럼 그 안이 진짜 콘크리트인지 아닌지 모르는 거지.”조성룡은 전체를 콘크리트로 만든 건물과 아닌 건물의 차이는, 비가 오고 눈이 오면 그 안에 사는 사람이 몸소 안다고 말했다. 때로 튼튼함은 손으로 눌러봐야만 아는 게 아니다.사실 이곳이 여느 콘크리트 건물과 달라 보이는 데에는 더 중요한 배경이 있다. 주차장을 마당처럼 두고 둘러싼 단지, 높낮이를 달리해 능선 같은 옥상, 동네의 흙, 나뭇잎, 주변 집들에서 채집해 만든 ‘환경 색채’를 칠한 벽, 그리고 길.“결국 사람이 사는 동네잖아요. 매일 출근하는 사람도 있고, 시장 갈 때도 있고 다 다르죠. 그럼 길을 똑같이 만들면 안 되잖아요. 길을 택해서 갈 수 있도록 여러 길을 만들어야지. 모두 다르게 사는데 다 같은 길로 가게 할 수는 없잖아요.”그리하여 1동부터 18동까지, 이 큰 아파트 단지는 여러 갈래 다양한 길로 막힘 없이 이어져 있다. 길가에는 당시 처음으로 설계에 조경가까지 참여시켜 심은 나무들이 30년이 지난 지금 더 푸르게 자라나 있다.단지 뒤편의 오솔길을 걷는 동안 나는, 산책하는 세 쌍의 커플과, 벤치에 앉아 이야기 나누는 아주머니들과, 손을 흔들며 각자의 집을 향하는 두 아이를 보았다. 요즘의 다른 아파트 단지도 이런 풍경일까. 알 수 없었다. ‘외부인 출입 금지’라는 푯말이 가로막고 있으므로. 튼튼하고 아늑한 이곳,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