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파사드ㅣ새로운 얼굴
1970년대 일명 ‘대우빌딩’ 시절, 이곳은 불이 꺼지지 않는 건물로 유명했다. 서울역에 내리면 마주하게 되는 위치라 서울의 얼굴이라고도 불렸다. 그러나 대우의 흥망성쇠와 함께 가로 100m, 높이 80m의 직사각형 몸체는 서울의 얼굴치고는 너무 딱딱한 것이 아니냐는 성토에 밀려 위엄을 잃어갔다.
굳어가던 서울의 얼굴이 다시 펴지게 된 것은 2000년대에 리모델링을 통해서다. 당시 건축주는 모건스탠리 캐피탈로 원래 리모델링 현상 설계안은 건물의 서측면을 더블 스킨(유리 면을 이중으로 설치하여 공기의 대류 현상을 이용하는 친환경적 외피 방식)으로 조성하는 등 외관을 변경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인허가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변경이 어렵게 된 것이다. 당시 리모델링을 담당했던 건축가 김정임이 그때를 회상했다.
“지금의 서울스퀘어 모습인 서측 외벽 전체를 LED 캔버스로 하자는 아이디어는 당시 모건스탠리 캐피탈의 유진형 대표가 낸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모델링 설계안을 수정해 LED를 활용한 미디어 캔버스로 만들자는 얘기였지요. 이렇게 하면 시간이 흘러도 어떤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화제가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기억이 납니다. 상당한 선견지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하여 건물 정면에 가로 1m, 세로 30cm 간격으로 약 3만 개의 LED 소자가 설치됐다. 당시 LED 소자를 활용한 광고판이나 미디어 아트 사례가 있긴 했으나 이렇게 대규모로 적용한 것은 국내 최초였다.
서울스퀘어는, 서울의 얼굴은, 미디어 파사드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말 그대로 꽤 선견지명인 아이디어였다는 사실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제 발전 시대를 향유하는 상징적 건축물의 외형은 그대로 남아 있되, 건축물 외벽의 LED 소자들 덕에 밤마다 새로운 얼굴로 변하니 말이다.
건축물도 인격체와 같다고 믿는 건축가 김정임은 이를 두고 서울스퀘어가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도시와 상호작용을 하며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에 흐뭇하다고 말했다. 가히, 또 다른 의미로 불이 꺼지지 않는 서울의 얼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