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후의 보이게 말하는 법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문성후는 기업 소통 전문가다. 기업의 미래가 통장한테 달려 있다고 말한다. | 인터뷰,변호사,문성후,호렌소

통장이란?소통이 되는 리더를 말한다. 덕장이나 지장이나 용장과는 또 다르다.기업 내에서의 소통이란?전형적인 암묵지다. 기업 조직의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수 있다. 기업이나 사람이나 모두 경험으로 배운다. 경험을 통한 지식이 쌓여간다. 하지만 그런 지식을 기록해서 체계화하지 않고 쌓아두기만 하면 거기서 끝난다. 암묵지 상태로 머무는 거다. 특히 한국이나 일본 같은 기업 문화에서는 암묵지를 형식지로 만드는 게 아직 낯설다. 일본만 해도 도제 문화가 강하다. 우동의 국물 맛 하나를 내려고 해도 수십 년씩 몸으로 배워야 한다고 가르친다. 확실하게 배울 수야 있겠지만 아무래도 지식의 효과적인 전수라는 측면에서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기업 경쟁력에서는 중요한 조직의 암묵지를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형식지로 바꾸는 게 중요한 이유이다.한국에서 암묵지를 형식지화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인물은?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라고 생각한다. 며느리한테도 안 알려준다는 음식 맛의 비결을 TV에서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암묵지가 암묵지 상태로 머무는 건 인간이 지닌 지식에 대한 독점욕 탓이다. 소중한 건 혼자만 알고 싶어 하니까.혼자만 알고 있지 않겠다고 생각한 건?더 이상 아낄 필요가 없어서다. 나는 27년 동안 사회생활을 했고 24년 동안 조직 생활의 노하우를 깨우쳤다. 난 이제 조직을 떠났다. 그때 깨달은 경험들을 혼자만 알 이유가 없다. 원래 지식이란 건 암묵지와 형식지의 순환을 통해 증가한다. 내가 알고 있는 암묵지를 형식지로 뱉어놓으면 그걸 보고 배운 사람들이 다시 자기만의 암묵지를 만들면서 지식의 총량이 늘어난다.에스콰이어 라디오의 에서 조직 생활과 자기 계발과 처세 같은 문제에 관해 상담을 한다는 건?암묵지를 형식지화하는 과정이다. 나는 이른바 호렌소 전문가다. 호렌소란 일본 특유의 기업 문화다. 보고하고, 연락하고, 상담하라는 한자어의 앞 글자를 모아 일본어로 발음하면 호렌소가 된다. 호렌소는 또 일본어로 시금치를 뜻한다. 시금치처럼 영양가 높은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바로 호렌소다. 수직적인 기업 문화가 수평적으로 바뀔수록 소통이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 강조될 수밖에 없는 게 바로 호렌소다.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소통이야말로 기업 경쟁력의 척도가 된다. 하지만 정작 회사 내 소통에 관해서는 배울 곳도 가르치는 곳도 없다. 전형적인 암묵지란 말이다. 나는 기업 내부 소통에 관한 암묵지를 형식지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미국에서 MBA와 로스쿨을 나왔다.미국 변호사이면서 국내의 여러 대기업에서 법무실장으로 오래 일했다. MBA에서 수익과 확장이라는 기업적 가치를 익혔고 로스쿨에서 정의와 공정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배웠다. 그런데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진정으로 배운 건 자격증만으로는 결코 공부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건 바로 직장 화법 혹은 기업 언어였다. 수많은 기업 조직이 개인 간, 부서 간 화법의 차이와 언어의 편차 때문에 경쟁력을 낭비하고 있다. 법무실장으로서 여러 부서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이런 그림자 틈새가 생각보다 크고 그 안에 엄청난 암묵지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업을 떠나면서 이런 암묵지를 형식화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설명하기 어려운 암묵지를 형식지화하려면?개념 정리를 잘해야 한다. 좋은 비유를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상사병이라거나 잡담력 같은 적절한 메타포를 계속 찾는다. 상사병은 상사 때문에 받는 직장 내 스트레스. 잡담력은 직장 안에서 자투리 시간에 이뤄지는 대화의 힘. 이런 단어를 발견해내기 위해 맨 처음 하는 게 단어의 어원과 정의를 찾아보는 일이다.최근 찾아본 단어의 어원은?‘꼰대’. 아마 직장 내 뒷담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일 것이다. 꼰대는 프랑스어 ‘꽁데’에서 나온 말 같다. 일제강점기에 친일파들이 작위를 받았다. 그들은 스스로 꽁데라고 으스대고 다녔다. 결국 꽁데는 친일파를 이르는 은어가 됐다는 얘기다. 그게 지위만 믿고 으스대는 존재를 뜻하는 ‘꼰대’가 된 것이다. 명확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론 같다. 난 인과관계를 신봉한다. 모든 일은 다 원인과 결과로 이뤄진다고 믿는다. 이런 단어 하나까지도. 조직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암묵적 사건도 분리하다 보면 원인과 결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평소에 즐기는 언어유희 가운데 하나는?상대방과 대화하다가 상대가 내가 앞서 썼던 단어를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상대가 내 단어를 썼다는 건 내가 정의한 개념을 받아들였다는 뜻이니까. 사람은 좋으면 갖다 쓰니까. 보이게 말하면 누구나 듣게 된다는 말이다.사람이 보이게 말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는?사람은 보이게 말했을 때 그걸 따르거나 실천하기도 쉬워진다. 보이게 말할 줄 아는 기업 조직은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조직 안에서도 끊임없이 살아 있는 단어로 보이게 소통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람의 말은 죽은 단어와 산 단어로 갈린다. 죽은 단어로 얘기하는 사람은 지루하다. 살아 있는 단어는 싱싱한 활어와 같다. 물론 잡어도 있다. 인터넷 용어 같은 잡단어. 통장이라면 활어와 잡어를 적절하게 섞어서 소통을 살아 숨 쉬게 만들어야 한다.기업의 조직원들과 기업의 경영진에게 당신은?기업의 조직원들에게는 소통 전문가지만 기업의 경영진에게는 기업 평판 전문가다. 지금 대표로 있는 1인 기업 후소스의 사업 영역이다. 특히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기업을 상대로 평판 컨설팅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예정이다. 거대한 장치 산업과 달리 외국계 소비재 기업은 평판이라는 브랜드에 기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기업에 대한 대중의 평판은 결국 소통으로 만들어진다.27년간의 사회생활과 24년간의 조직 생활을 거치며 인생에서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세상일에는 남 탓도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남 탓이 클 수도 있다. 기업에 몸담고 있는 후배들에게 이 얘기를 꼭 해주고 싶다. 네 탓이 아니라고. 한국 사회는 무슨 일이든 자기 탓을 하도록 가르친다. 틀렸다. 남 탓도 있다. 그리고 남 탓도 해야 객관화도 된다. 자기 탓만 해서는 객관화가 안 된다. 살면서 실패할 수도 있다. 분명한 건 그게 내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