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은 협업 콘텐츠로 럭셔리 패션과 교류했다. 스트리트에 한정되었던 협업이 럭셔리 패션으로 옮겨온 것도 H&M의 역할이 컸다. H&M은 판을 바꿨다. 하이와 로우의 만남, 브랜드와 브랜드의 만남 그리고 대중적 이벤트로서 패션의 가치. 2004년 칼 라거펠트를 시작으로 H&M의 협업 컬렉션은 줄곧 어떤 문화적 현상으로 작용했다.
H&M의 올해 파트너는 제러미 스콧의 모스키노다. H&M은 모스키노와의 협업 컬렉션에 ‘MOSCHINO [tv] H&M’이라는 타이틀을 부여했다.
[tv]는 제러미 스콧의 199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향수를 나타낸다. 제러미 스콧은 MTV 세대로서 향유했던 대중문화의 황금기 1990년대를 제러미 스콧의 채널에 방영하고 싶었다. 대중문화의 속물적 화려함, 장난스러움 속에 숨긴 날 선 메시지 등 복합적 현상은 가장 모스키노다운 스타일로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은 모스키노 팬들에게 바치는 선물이에요. 사람들이 제 패션쇼에서 기대하는 모든 요소를 담으려고 했습니다.” 스트리트웨어적인 카툰 쿠튀르, 글래머러스한 힙합풍 컬렉션은 영락없이 모스키노와 제러미 스콧의 것이었다.
론칭 쇼는 지난 10월 제러미 스콧이 가장 사랑하는 도시 뉴욕에서 열렸다. 쇼장이었던 피어36 스튜디오는 어느새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뉴욕의 심장, 타임스퀘어 광장으로 변신해 있었다. 쭉 뻗은 마천루 세팅 사이로 빽빽이 들어선 전광판에는 제러미 스콧의 채널이 정신없이 돌아갔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무대 같았다.
이날만 기다린 듯 기묘한 복장으로 한껏 차려입은 관객들 사이로 지지 하디드, 벨라 하디드, 최소라, 나오미 캠벨 등 톱 모델들이 대거 등장했다. 쇼는 시종일관 유쾌하고 흥겨웠다. 관객들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 대신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 불렀다. 시퀸 오버올을 입고 피날레에 등장한 제러미 스콧은 장대한 런웨이를 단숨에 뛰었다. 모스키노 월드에선 모두가 즐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