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아픈만큼 성숙해지고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이용은 늘 간절했고,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 인터뷰,스포츠,축구,월드컵,선수

2018 KEB 하나은행 K리그 우승 축하해요. 올해 누구보다 바쁘게 보낸 선수가 아닐까요?감사합니다. 축구를 시작한 이래로 올 한 해가 가장 바빴던 것 같아요. 몸은 힘들어도 무척 기쁘고 행복했어요. 피곤해도 빨리 회복되는 기분이 들 정도로요. 월드컵부터 시작해서 쉬는 날이 거의 없었는데, 10월에 소속 팀인 전북 현대 모터스의 우승이 확실시되면서 여유가 생겨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이 첫 출장이었죠? 그때 마음가짐이 기억나요?모든 축구 선수들이 꿈에 그리는 무대가 월드컵이고 저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엄청 설어요. 좋은 성적을 내야 하니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았죠. 러시아와 첫 경기를 치르기 위해 선수 입장을 하기 전, 그때가 떠올라요. 기쁘고 신나서 떨렸는데 막상 경기장에 들어가니까 몸이 무척 무겁게 느껴졌어요. 나도 모르게 긴장을 많이 했구나 싶었어요. 4년 만에 다시 돌아온 월드컵에서는 좀 더 여유가 생겼나요?사실 2014년은 결과적으로 실패한 월드컵이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해서 부담이 많이 됐어요. 한 번 경험이 있으니까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여러 가지로 고민도 했습니다. ‘이용’이라는 선수를 축구 팬들이나 세계 무대에 더 전략적으로 보여주겠다는 계획은 없었나요?브라질 월드컵에서 제 장점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했어요.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응원해주신 만큼 많은 걸 발휘하지 못했지만 저보다 국가대표팀 성적이 더 중요했어요. 공교롭게도 제일 고참 선수였기 때문에 감독님이 제게 원하는 점을 우선시해서 실행하려고 노력했어요. 러시아 월드컵에서 자신의 활약에 점수를 준다면요?음, 아주 후하게 쳐서 100점 만점에 70점입니다.(웃음) 월드컵 이후 K리그에서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보여줬어요. 우선 브라질 월드컵을 마친 후에 스트레스가 크고 자포자기하는 심정까지 들었어요. 컨디션도 경기력도 떨어지고 운동 자체를 많이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때의 실패를 경험 삼아서 올해는 복귀 이후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어요. 근력을 키우기 위해 보강 운동도 철저하게 하고요.팀에서 허리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요? 고참인가요? 허리보다는 좀 더 높은 가슴?(웃음) 다른 팀에서라면 고참일 텐데 이동국, 조성환 같은 형들이 있어서요. 지난해 부상으로 1년을 거의 통으로 쉬었기 때문에 올해는 반드시 팀에 도움이 되고 싶었어요. 몸이 힘들어도 좋은 팀 성적을 위해 더 열심히 경기를 뛰었어요.데님 셔츠, 바지 모두 오디너리 피플. 신발 우영미. 블랙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축구 선수의 실력이 성장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져요. 주위에 실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있을 때 각 선수의 장점을 유심히 봐요. 그리고 같은 포지션의 선수가 팀마다 두세 명씩 있는데, 나와 어떤 점이 다른지, 강점은 무엇인지 살펴보죠. 전북 현대 모터스로 옮긴 이후에 수비력이 많이 좋아졌는데, 같은 포지션인 최철순 선수를 보고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수비력이 굉장히 좋거든요. 그리고 전북 현대 모터스는 응원해주시는 팬도 많고, 덕분에 선수들도 자부심이 커요. 지난해부터 세 차례에 걸쳐 탈장 수술을 받으며 그라운드에 서지 못한 시간이 꽤 길었습니다. 그 시간을 어떻게 이겨냈나요?간절함, 간절함이 가장 컸죠. 일본에서 수술하고 독일까지 갔는데 성과가 없었을 때 가장 크게 좌절했어요. 축구를 정말 그만두게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죠. 한데 감사하게도 주위에 좋은 사람이 많았고, 도움을 여러 번 받았어요. 오랜 친구이자 에이전트인 동현이, 절친으로 지내는 오디너리 피플 디자이너 형철이 형, 팀 소속 트레이너 지우반, 최강희 감독님까지 모두 본인의 일처럼 신경 쓰고 아껴주고 회복을 도와줬기에 버텨낼 수 있었습니다. 너무 힘들 때는 타인의 위로도 들리지 않죠. 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일단 다 해보고, 그래도 마지막까지 낫지 않는다면 치료를 그만둬야겠다 싶었어요. 한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컸어요. 지난해 내내 팀 치료실에 누워서 지냈는데, 창밖으로 운동장이 보이거든요. 경기를 뛰지 못해도 훈련만이라도 같이 하고 싶어서 매일 동료들을 부러워했어요. 선수로서 그라운드 위를 달릴 수 있는 시간이 진정한 행복이라고 깊이 느꼈죠. 성공적인 복귀였네요. 경기에서 중요하지 않은 포지션은 없지만, 가장 강렬한 기억을 주는 것은 스트라이커의 몫이에요. 저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넣고 싶어요. 하지만 수비수로 오래 뛰어서인지, 골을 넣어서 주목받는 것도 좋겠지만 제 역할을 100%를 해냈을 때 느끼는 만족, 희열이 더 커요. 최강희 감독의 중국 진출이 결정됐고, 국가대표팀도 파울루 벤투 감독 체제로 변화를 겪을 텐데요. 매년 시즌이 끝나면 함께 뛰는 선수들이 달라지는 것처럼 프로 선수라면 새로운 감독을 맞는 상황은 낯설지 않아요. 개인적으로 아쉬움은 크지만 프로 선수로서 감독마다 달라지는 디렉션에 빨리 적응하고 스며드는 것이 더 중요해요. 새 환경에 맞출 수 있어야 좋은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국가대표팀도 평가전을 하며 좋은 흐름을 타고 있어서 아시안컵까지 이 분위기를 잘 유지하도록 하고 싶어요. 다시 태어나도 축구 선수를 하고 싶어요? 네. 지금보다 더 잘하는 선수로, 호날두나 메시 같은 선수로 태어나고 싶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