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예산안 날림 통과 후폭풍은?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내가 낸 세금, 누구 주머니에 갔나. 2019년 예산안 통과 ‘꼼수’ 전쟁. | 경제,칼럼,정치,국회의원,예산

2014년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매년 예산 처리 법정 시한이 정해져 있다. 12월 2일이다. 새해 대한민국 살림안이라고 할 수 있는 469조5752억원 규모의 ‘2019년도 예산안’은 약 일주일이 지난 12월 8일 새벽에야 겨우 통과됐다. 내내 파업을 하던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들이 왜 예산안 보이콧을 했는지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한다. 명분이 없었다는 뜻이다)이 뒤늦게 예산안 심의에 참여하면서 이번에도 졸속 심사, 밀실 심사는 반복됐고 그마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하는 야3당(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의 불참 속에 여당과 자유한국당만 참여한 채 예산안이 통과됐다.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다른 야당들을 모두 배제한 채 다름 아닌 자유한국당과 손잡고 예산안을 통과시키자 당장 ‘더불어한국당’이라는 냉소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괜찮다. 그들은 ‘챙겼으니’ 말이다. # 내 돈, 누구 손에 들어갔나이번에 통과된 2019년도 예산안(469조5752억원)은 전년도 예산보다 약 4000억원 많은 규모다. 당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470조5016억원에 비해 9264억원가량 순감됐다. 총액으로 봤을 때 0.2%가 줄어 전체 규모에서 큰 차이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자세한 내용은 오른쪽 하단 참고).문제는 국회가 정부로부터 넘겨받은 원래 예산안에서 5조2000억원을 감액하고 4조3000억원을 증액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우리 피부에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는 보건복지고용 예산이 1조2000억원 줄고 대신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1조2000억원 늘어났다는 점이다(교통 및 물류 1조1000억원 + 국토 및 지역 개발 1000억원).청년, 일자리, 복지 등에 투입될 예산을 줄이면서 놀랍게도 딱 그만큼의 돈을 흙 파고 도로 깔고 건물 짓는 등의 사회간접자본에 넣겠다고 국회의원들끼리 결정한 것이다. 지역구 민원 사업과 직결되는 곳으로 돈을 끌어갔다고 볼 수 있다. 피해를 본 것은 청년들만이 아니다.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대표적 ‘문제의 제도’로 지적됐던 일명 ‘줬다 뺏는’ 기초연금제도 개선도 수포로 돌아갔다.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750만 명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 달하는 약 500만 명의 노인이 기초연금을 받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서도 가장 형편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 노인 약 40만 명은 별도로 생계급여가 지급된다. 문제는 생계급여를 줄 때 기초연금 받은 만큼을 공제해서 주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생계급여 40만원을 받는 노인의 경우 기초연금으로 이미 입금된 25만원을 공제한 15만원만 받게 되는 시스템이다. 정부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약 4100억원을 편성했지만 국회의원들이 논의한 끝에 다 없애버렸다. 앞으로도 계속 ‘줬다 뺏겠다’는 의미다.# 실세들, 이렇게 챙겼다에 따르면 여당 대표인 이해찬 의원 지역구인 세종시에서는 국립세종수목원 조성 예산 253억원이 증액됐다. 이 대표는 국립세종의사당 건립비 10억원, 세종 산업기술단지 조성 사업비 5억원, 세종 지역의 위험 도로 구조 개선비 3억1300만원 등 각종 지역구 예산을 추가로 확보했다. 총 271억1300만원이다. 서울 강서을이 지역구인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성태 의원의 경우 서울지하철 9호선 증차 예산 500억원가량을 서울시 예산에 넣는 식으로 ‘우회 증액’했다. 또 김포공항 부지 내 국립항공박물관 건립운영에 관한 예산 명목으로 60억3800만원을 증액했다. 김 원내대표가 제정을 촉구한 ‘해외 건설인의 날’에 대한 예산 3억원도(대체 이건 무슨 날인가. 해외 건설 노동자 출신인 김성태가 원안에도 없는 예산을 요구해 관철시켰다고 한다) 증액 심사 과정에서 추가됐다. 총 568억3800만원이다.잠시 여기에서 두 실세가 가져간 예산의 숫자를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과적으로 여당 대표보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두 배를 더 가져갔다는 사실이다. 야당 대표, 원내대표들의 목소리가 예산 시즌만 되면 두 배로 커지는 이유를 대략 추정해볼 수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안상수 한국당 의원(인천 중동강화옹진)은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비 16억7700만원, 계양~강화 구간 고속도로 조사 설계비 10억원, 무의도 휴양림 조성비 10억원, 인천 수산기술지원센터 청사 신축비 10억원 등 도합 58억7300만원을 늘렸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측 간사인 조정식 의원도 시흥 시민의 숙원 사업인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시화엠티브이∼안산 구간’ 조사 설계비 10억원을 확보했다고 홍보했다.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김관영 의원도 지역구인 전북 군산의 노후 상수관 망 정비 예산 22억4900만원 등을 포함해 총 59억5900만원가량을 챙겼다.# 국회의원 세비 14% 인상 의혹...사실과 달랐다‘내 지역구 챙기기’라는 실세들의 개인기에 분노한 국민들은 국회의원 세비를 2000만원(14%)이나 올린다는 일부 보도가 나오자 걷잡을 수 없이 폭발했다. ‘시급 만원에 나라 망한다더니국회의원 내년 수당 2000만원 인상’ 등의 제목은 전 국민을 분노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실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와 관련된 ‘분노의 청원’이 100여 건이나 올라왔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국회의원들의 수당(연봉 개념)이 내년에 증액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공무원의 보수 증가율 1.8%를 적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 1억290만원에서 2019년 1억472만원으로 인상된 것이다. 이 수당과 별도로 ‘의정 활동비’가 있다. 하지만 이 항목은 변화 없이 동일하게 4704만원으로 책정됐다. 두 항목의 총액은 1억5176만원으로(2018년 1억4994만원), 결과적으로 1.2% 증가한 것이다.물론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것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무실 운영비, 차량 유지비, 유류대 등을 운영 경비를 받는다. 국회 사무처는 ‘엄밀하게 말하면 국회의원 개인 수입과 무관하다’고 주장하지만 어쨌든 지급되는 돈이다. 그런데 이 운용 소요 경비는 오히려 지난해보다 약 3.3% 감액됐다(1인당 2990만원에서 2890만원으로). 따라서 일부 보도에서 주장했듯 14% 증액이라는 근거를 찾기는 어렵다(우리, 이 대목에선 이제 그만 분노를 놓아주자).# 초법적 기구 ‘소소위’환상의 밀실 공간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들이 비공개로 진행하는 회의체가 있다. 일명 ‘소소위’라고 한다. 많은 인원이 함께 모여 예산안을 논의할 수 없기 때문에 예결위 밑에 조정소위원회라는 소규모 회의체를 구성해 예산 심사를 해왔다. 그런데 이 회의체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자 국회는 어느 순간부터 ‘소소위위원회’라는 회의체를 구성했다. 소위원회보다 더 작은 버전이다. 통상 교섭 단체 간사들이 참석해 예산 증액을 논의한다.문제는 이 소소위라는 것이 어떤 법률적 근거도 없는 회의체일 뿐만 아니라 말 그대로 밀실 회의이기 때문에 속기록은 물론 단 한 줄의 기록조차 남기지 않는다. 지역구를 챙기기 위한 의원님들의 ‘쪽지 예산’이 오가기에 최적화된 곳이 되어버린 이유다. 과거 소소위에 참석했던 한 의원에 따르면, 지역구 의원들 민원 등에 더 집중하다 보니 정교한 심사는 뒷전이고 의원들끼리 말다툼을 벌이느라 난장판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토로했다. 의원들 스스로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다.이런 밀실 회의, 깜깜이 예산을 막기 위해 소위원회라는 공식 기구를 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자 일부 전문가들은 더욱 암울한 얘기를 꺼낸다. “15년 전에는 소위원회도 기록이 안 됐다. 하지만 이걸 기록하고 투명하게 공개하고 나니 소소위가 생긴 것이다. 소소위를 공개한다 하더라도 또 따로 만나서 그들끼리 심사를 할 것이다”(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감시망을 피해 가는 국회의원들의 일탈 행위가 불 보듯 뻔하다는 한숨이다.한편 이번에도 반복된 ‘날림 심사’에 비판의 목소리가 거셌다. 지난 11월 30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안상수 위원장은 조정소위를 시작하면서 테이블에 스톱워치를 올렸다. 그러면서 말했다. “시간 줄이는 게 쉽진 않지만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봅시다. 4분 넘으면 후하게 한 것이고 간단한 건 2~3분 안에 끝냅시다.” 사실상 마지막 날인 이날 시간에 쫓기다 보니 ‘4분이면 후하다’는 믿기 어려운 말이 나왔다. 실제 의원들은 수백억의 세금이 들어가는 사업을 최대 4분 만에 심사했다. 2~3분 안에 각 기관의 수십억 예산이 쉽게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대부분의 국가가 예산안 심의에 최소 4~5개월을 소요한다는 걸 감안하면 거의 블랙코미디와 같은 장면이다.우리나라는 정부에서 9월에 넘어온 예산안을, 처리 시한(12월 2일)을 앞두고 사실상 한 달 동안 대충대충 처리하는 게 거의 관행처럼 굳어버렸다. 470조원가량의 예산을 고작 한 달 동안 논의했다는 것은 사실상 논의를 안 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2018년 말도 결국 이렇게 끝났다. 우리가 낸 돈은 이런 우여곡절과 꼼수를 거쳐 지역구 의원들의 품으로 들어갔다. 이 좁은 나라에 더 이상 팔 곳도 없을 것 같은 땅으로, 길바닥으로, 온갖 건물로 또다시 무려 1조20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흘러갈 예정이다. 2019년엔 달라질까?예산, 어디로증액 분야 교통 및 물류 1조1029억7700만원 환경 2495억5300만원 문화 및 관광 1387억2000만원 공공 질서 및 안전 1220억4000만원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1152억9000만원 국토 및 지역 개발 1014억8100만원 농림수산 877억400만원 과학기술 354억3600만원 보건 318억1400만원감액 분야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 5962억8800만원에서 223억1300만원 감액 청년 구직 활동 지원금 2019억3600만원에서 437억5000만원 감액 취업 성공 패키지 지원 예산 4122억2700만원에서 412억6700만원 감액 청년 추가 고용 장려금 7135억4300만원에서 400억3500만원 감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