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슐랭 별이 셰프를 울리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대체 누굴 위한 미슐랭 별일까? 설마 셰프를 위한 거라고? | 레스토랑,셰프,칼럼,미슐랭,에세이

“아서라, 별 같은 건 따서 뭐 하게.”A가 후배에게 한 말이다. A는 2년째 미슐랭 별을 받았다. 그는 이 제도가 한국에 들어오기 전에 내게 꼭 별을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는 아니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그렇다. 우선 심신이 지쳤다고 한다. 작은 술집이나 하면서 지내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길 가다가 잘되는 돼지갈빗집이나 이자카야를 보면 부럽다고. 매출 구조나 인력 구조가 미슐랭 별을 받아서 유지해야 하거나, 장차 받기 위해 투자하는 집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는 솔직히 별을 안 받아도 좋으니 얼른 10월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즈음에는 ‘인스펙터’라 불리는 미슐랭 평가원이 더 이상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두 발 뻗고 잔다. 그것도 잠깐이다. 곧 미슐랭 발표가 있기 때문이다. 봄부터 가을까지는 언제 암행(이라고 하지만 얼굴은 대충 안다) 팀이 오는지 홀을 들여다보는 게 일과다. 매니저에게 늘 묻는다.“왔니?” 이게 뭔가 싶다. 순서가 뒤바뀐 것 같다고 한다. 손님을 위해 요리해야 하는데 인스펙터가 더 두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별 의미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인스펙터가 온다고 해서 갑자기 서비스가 좋아질 리도, 음식이 나아질 수도 없다는 걸 아는 까닭이다.“저라고 별수 있겠어요? 처음에는 인스펙터가 온 걸 알고는 손이 떨려서 실수를 했어요. 소믈리에는 술을 따르다가 흘릴 뻔했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알레르기가 있어서 빼달라고 한 채소도 그냥 넣고 말이죠.”이걸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노벨상 수상 통보를 받은 한 작가가 흥분해서 그날을 보낸 후 다음 날 아침 “(수상식장이 있는 스톡홀름행) 일등석 비행기에 처음 타본다는 것 말고 그리 좋은 게 뭔지 허탈하더군. 아, 상금은 좋았지” 했다던 일화가 떠오른다. 미슐랭은 상금도 없다. 합성수지로 만든 인증서 하나가 전부다. 물론 그걸로 돈을 버는 집도 있다. 그러나한국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예약은 많은데 실속이 없다고 다른 스타 레스토랑 오너 B는 말한다.“그 전보다 예약률이 늘었어요. 그러나 예상과 달리 예약 몇 달 치가 마감된다거나 하는, 별 셋 받은 레스토랑도 그런 일은 없을 거예요. 다른 도시의 별 셋은 전화 받는 직원만 두 명이 있다거나, 그나마 그들이 하는 일은 대개 예약 거절이라고 하는 말을 들으면 별세계 같죠. 아, 별세계는 맞죠, 손님들에게만.” 말이 나온 김에 그는 이른바 인건비 부담이 훨씬 커졌다고 말한다. 서비스의 질은 어느 정도 인원이 요구된다. 직원 한 명이 세 테이블을 담당했지만 이제는 두 테이블도 버겁다. 30석이 조금 넘는데 홀 직원만 일곱 내지는 여덟이 필요하다. 게다가 주 5일이 정착됐다. 쉬는 직원을 메워야 한다. 한 명은 그의 전화와 예약을 전담하다시피 한다.요즘 직원들은 당연한 얘기지만 돈보다 휴무를 중시한다. 하루 일을 해도 오버타임이 많다. 그 시간만큼 따로 비수기에 휴가를 줘야 한다. 그들에게는 명분도 있다. ‘외국에 나가서 좋은 식당도 돌아보고 서비스를 어떻게 하는지 눈으로 봐야하기 때문’이라는. 그렇게 나가는 짧은 연수 겸 휴가에 주인인 그가 돈을 보태주는 것도 당연하다. 홀 직원도 영어나 중국어를 하는 이를 우대해서 뽑는다. 그러니 페이가 높아진다. “다 좋은데, 그다지 돈이 벌리지 않는다는 게 문제죠. 적자도 납니다. 제가 아는 C, D는 다 적자예요. 저희 집은 ‘똔똔’입니다. 물론 부가세 내는 달이 되면 큰 적자죠.”그는 다른 별 레스토랑 주인들이 어떻게 적자를 메우는지도 잘 안다. 각종 컨설팅을 하고, 백화점에 별도 브랜드를 만들어 입점하거나 심지어 델리도 운영한다. 원래는 추가 수입을 바라고 한 일인데 적자 메우기 용도가 된 집이 많다고 한다.“명색이 별 달린 집이라고, 소문날까 봐 험한 일은 못 해요. 험한 일이 뭐냐고요? 개인 요리 학교를 운영한다거나 요리책을 내거나 하는 거죠. 그게 왜 험한 일이냐 하면 업계에서 겸손치 못하다느니 이런 말이 나오기 때문이에요. 별에 지장을 줄 수 있다더라고요.” 손님이 늘어도 이익이 없는 건 구조상 그렇다. 외국인 손님이 우선 크게 는다. 서양인들은 와인을 곁들인 정찬을 즐기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 별 레스토랑의 외국인은 주로 중국계(싱가포르, 홍콩, 태국 같은 동남아시아 쪽과 그들 나라의 화교를 포함하여)가 많다. 그들은 와인을 별로 즐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비용 때문이기도 하고 원래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프트드링크 한 잔에 8 코스 요리를 먹는 사람도 많다. 고급 레스토랑은 대부분, 특히 미슐랭 레스토랑은 식재료를 아낄 수 없다. 당연하다. 재료비 비중이 50% 가까이 되는 집도 꽤 된다. 보통 레스토랑은 30%나 약간 상회하는 정도인 데 비해 출혈이 크다. 와인으로 벌충해야 하는데 손님 구조가 그게 잘 안된다. 내국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음식값이 꽤 세다 보니 와인을 펑펑 따기 어렵다. 접대가 많은데도 그렇다. 셰프들은 와인 매출을 보면서 경기를 체감한다. 접대는 줄일 수 없다. 대신 총액을 낮춘다. 이게 회사의 요즘 기본 구조 같다고 느낀다. A가 말한다.“그래도 버티는 건 별 세 개 한번 받아보고 싶은 거죠. 다들 같은 생각일 거예요. 예전엔 별 하나만 받으면 그날로 가게 걷어치우고 술집 열려고 했어요. 피곤한 거 아니까요. 그런데 막상 받아보니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끝까지 가보고 싶은 거죠. 고생했으니까, 진짜 힘드니까 보상받고 싶어요. 별 셋이 그런 것이 아닌가?” 별 셋을 받아도 변할 게 없다는 것도 안다고 그는 말했다. 명예는 남을지 몰라도 적자를 메울 생각을 해야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