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 존스, 하이패션의 최전선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킴 존스의 디올 맨 2019 프리폴 컬렉션은 가장 현재적인 쇼였다. | 패션,스타일,디자이너,디올,킴 존스

킴 존스의 디올 맨 2019 프리폴 컬렉션은 맥거핀의 연속이었다. 쇼에 앞서 킴 존스가 흘리는 힌트를 수집했다. 도쿄로 가기 직전 전달받은 티저 영상에는 메탈릭한 로봇의 일부와 미래적으로 바꾼 디올의 로고가 의문스럽게 등장했다. 쇼 전날 디너에서는 망가와 특촬물, 일본적 색채가 뒤섞인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이 정도면 일본에 대한 판타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겠다는 의도 같았다. 쇼가 임박해서야 쇼 장소가 공개됐다. 오다이바의 도쿄 텔레콤 센터. 킴 존스는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걸까. 정말 도쿄를 배경으로 하이패션 특촬물이라도 찍을 심산이었을까.절반은 맞는 셈이었다. 도쿄 텔레콤 센터에 마련된 원형의 쇼장에 들어서자 한가운데 거대한 로봇이 설치되어 있었다. 영락없이 출전을 앞둔 격납고 속 로봇 같았다.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수없이 본 장면이었다. 로봇은 그 유명한 일본 일러스트레이터 소라야마 하지메의 섹시 로봇이었다. 그림으로만 존재하던 섹시 로봇은 높이 11m, 무게 1톤이 넘는 거대한 설치물로 세상 밖으로 나왔다. 관중은 섹시 로봇을 둘러싸고 앉아 관능적 여체를 감상했다. 섹시 로봇은 여성의 신체를 신격화하고 찬양했던 무슈 디올에 대한 오마주였다. 섹시 로봇이 설치된 쇼장은 마치 성전 같았다.섹시 로봇 주변으로 모델들이 걸어 나왔다. 옷은 힌트를 조합해서 짐작한 것과 비슷했다. 일본적 색채와 레트로 퓨처적 이미지가 폭발하듯 쏟아져 나왔다. 디올과 일본의 인연은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무슈 디올은 일찌감치 일본의 의상에 매료되어 연구하고 자신의 의상에 적용했다. 그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아시아 중에서도 특히 일본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킴 존스도 일본 문화를 초현대적 방식으로 수용했다. 전통적인 쿠튀르 기법에 최첨단 기술을 접목해 전통과 미래를 혼합했다. 하이브리드였다. 특히 로봇의 물성처럼 오색찬란한 실버와 블루 컬러로 번쩍이는 기계적 광채의 패브릭은 현대 패션의 위대한 성과처럼 느껴졌다. 킴 존스는 콘셉트를 실제로 구현했다.디올 하우스의 아카이브를 적극 수용한 부분도 보였다. 실용적 테일러링을 기반으로 완성한 유니폼 형태의 옷에 하운즈투스, 핑크색, 팡테르 프린트를 활용했다. 이 세 가지는 디올을 대표하는 요소다. 전체적인 색은 펄 그레이로 일관되었다. 이 역시 디올 하우스를 상징하는 색이다. 새들 백은 또 한번 변신했다. 폴리싱 처리한 메탈 소재로 만든 새들 백은 마치 SF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 같았다. 하우스의 헤리티지와 현재적 터치는 능청스럽게 얽히고설켰다. 킴 존스는 그렇게 하우스와의 연관성을 강조했다.협업은 새로운 디올 맨의 중요한 키워드다. 앰부쉬의 윤 안은 로봇의 부품처럼 보이는 액세서리를 제작했다. 그녀의 작품은 액세서리와 의복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알릭스의 매튜 윌리엄스는 메탈 버클 장식으로 인더스트리얼한 뉘앙스를 줄곧 덧붙였다. 모자 디자이너 스티븐 존스가 완성한 스틸 소재의 캡은 금속의 물성을 극대화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소라야마 하지메는 로봇과 벚꽃을 조화시킨 프린트를 창조해 컬렉션 의상 다방면에 적용했다. 킴 존스는 각 분야의 고급 인력을 끌어 모아 집단을 만들고 분업하고 협업하며 세력을 키웠다. 이렇게 구성된 ‘팀 킴 존스’는 시계의 무브먼트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었다. 그는 능숙한 지휘자이자 감독이었다. 사이키델릭한 조명이 눈이 멀 정도로 내리쬐고 섹시 로봇이 온갖 색을 흡수했다 내뿜으면서 쇼가 끝났다. 쇼는 일종의 여정처럼 느껴졌다. 킴 존스가 구축한 세계관으로 빨려 들어갔다가 불현듯 현실로 복귀했다. 서사는 견고했고 관객은 설득당했다. 온갖 문화적 콘텐츠와 현상이 융합된 이곳은 완연한 킴 존스적 세계였다. 그 세계에서 하이패션의 가장 현재적 방식을 체험했달까. 킴 존스는 여전히 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