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 어디에든 있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82년생 김지영'은 일본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 일본,82년생 김지영

지난 12월 8일 일본 치쿠마 쇼보 출판사에서 판권을 구입한 이 현지 출간됐다. 일본판은 박민규의 소설 로 제1회 일본번역대상을 수상한 사이토 마리코가 번역했다. 출판사는 이틀 만에 매진, 증쇄를 발표했고 다시 이틀 후 3쇄를 결정했다. 발매 나흘 만인 12일 3쇄를 기록했고 아마존 재팬 아시아 문학 부문 1위에 올랐다. 이처럼 을 향한 뜨겁고 빠른 반응만큼 흥미로운 건 아마존 재팬의 평점. 수십 개의 후기는 별 1개와 5개로 확연히 나뉜다. 그중 몇 개의 댓글을 읽어봤다. “은 갑자기 태어난 것이 아니고, 한국에는 문학이 사회에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작가가 많다.” “말은 못 했지만 불편하고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던 게 의외로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 충격을 받았어요. 그동안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을 지적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딸과 주위 사람들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도 82년생입니다. 이 소설에 나오는 여성 대부분은 국가가 달라도 일본의 많은 여성들이 겪는 경험과 비슷해요. 도쿄 의과대학 입시에서 여성에게 불이익을 준 내용을 보도하는 뉴스를 보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전혀 공감하지 않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이 뉴스를 조금이라도 혹은 강렬하게 느낀 사람들에게는 크게 들리는 작품입니다.” 물론 공감의 메시지만 있는 건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 지영은 처음부터 끝까지 항상 수동적인 사람. 한 번도 주체가 되려 하지 않는다.”“여성을 지극히 가련한 존재로 묘사하면서 남자들은 지극히 사악한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 (중략) 이런 자신의 망상으로 얼룩진 소설을 보고 있으면 욕이 나온다.”“한국인으로서 이 책이 번역되어 일본에 도착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이 어쩔 수 없는 쓰레기에 사용된 나무나 잉크에 진심으로 사과한다. 그리고 이 테러를 자행한 출판사는 반성하라.”별 1개를 매기고 분노와 조롱을 담은 댓글을 남긴 이는 모두 한국인 남성일 것이라는 SNS상의 여론은 차치해두더라도 이 상황 자체가 드라마다. 조남주 작가가 처음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이렇게까지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을 테니까. 누군가는 깊이 공감하고 누군가는 차가운 조소를 날린다. 한국에서도 열렬한 논쟁을 이끌어낸 텍스트는 바다를 건너서도 여전히 유효한 힘을 발휘한다. 인터넷으로 빈정거려도 살 사람은 사서 읽고, 말과 글이 번져나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댓글의 표현이 격할수록 ‘82년생 김지영’은 어디에나 있다는 확신만 깊어진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조롱으로 가득한 댓글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현실을 분석하고 차분히 공감을 표현한 쪽에 마음이 더 기운다. 앞으로도 이 책이 어디까지 흘러가서 어떤 흐름을 만들어낼지 계속 지켜볼 참이다. 92년생 김지영, 2002년생 김지영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