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주식시장, 어떻게 흘러갈까?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약세장의 시그널이 아른거리는 2019년 주식시장을 전망해본다 | 경제,칼럼,주가,주식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보통 대세 상승 장을 황소에 빗대어 ‘불 마켓(bull market, 강세장)’이라 하고, 대세 하락장을 곰에 비유해 ‘베어 마켓(bear market, 약세장)’이라 한다. 다 이유가 있다. 황소는 공격할 때 머리를 숙였다가 뿔을 위로 힘껏 쳐올리는데, 이 모습이 주가 상승과 비슷하다.그럼 곰은 왜 하락의 동물인가. 곰 관련 다큐멘터리를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곰은 싸울 때 만세하듯이 팔을 위로 올린 다음 위에서 아래로 팔을 힘껏 내리치면서 상대를 무너뜨린다. 이런 모양새가 급락하는 주가 그래프와 비슷해 여기서 ‘베어 마켓’이란 용어가 만들어진 것이다.그런데 좀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보면 ‘베어 마켓’이란 표현은 주식시장이 최고가에서 20% 이상 하락한 경우에만 사용한다. 그러니까 5%나 10% 정도 빠졌다든지 15~16%의 낙폭에서는 ‘약세장(베어 마켓)’이란 말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2019년 연초 국내 증시는 이미 약세장에 돌입한 것인가.다행히 아직은 아니다. 직전 고점인 2600포인트를 기준으로 잠시 2000선이 깨지기도 했지만 다시 반등에 성공해 일단은 18~20% 하락 폭에서 움직이고 있다. 즉 -20%인 2060~2080선은 지키고 있다. 따라서 ‘베어 마켓으로 갔다’기보다는 ‘약세장 돌입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말이 정확하다고 할 수 있다.다만 문제는 이후 2000포인트가 완전히 깨져 약세장으로 가면 상황이 매우 심각해진다는 데 있다. 이곳으로 들어가는 순간 주가 하락 폭은 폭포수처럼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코스피는 올해 이 잔인한 곰의 앞발 공격을 피할 수 있을까.약세장 빠지면 평균 30~40% 하락 각오해야주식 관련 통계는 역시 미국 증시의 것을 차용해야 한다. 역사도 그렇고 거래 대금 규모와 거래량을 봐도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패턴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1900년부터 2015년까지 115년 동안 미국 증시에서 20% 이상 하락한 약세장이 발생한 것은 모두 34번이다. 평균 3년에 한 번꼴이다.다만 1946년 이후 70년간만 보면 약세장이 발생한 횟수는 14차례, 즉 5년마다 한 번꼴이었다. 따라서 요즘 주식투자자들은 5년에 한 번 정도는 약세장을 ‘필연적으로’ 만날 수 있다고 각오해야 한다. 주가가 매일 오르기만 할 것 같아도 5년에 한 번은 와장창 무너지는 모습이 나온다는 거다.그렇다면 앞서 34번의 약세장 모습은 어땠을까. 20% 넘는 하락 이후 시장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 미국 증시의 S&P 500 지수를 보면 34번의 약세장 구간에서 평균 33% 하락했다. 즉 고점 대비 20% 넘게 빠지면 추가로 13% 정도 더 하락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건 평균이다. 34번의 약세장 중 약 3분의 1인 11번의 경우 증시는 40% 넘는 폭락을 기록했다. 가령 1929년 대공황 초입 다우지수는 고점 대비 무려 85% 대폭락했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때는 고점 대비 60% 넘는 대폭락이었다.이처럼 시장이 60%, 80% 폭락했다면 개별 종목은 10분의 1 토막이 났을 것이다. 무시무시한 공포다. 그래서 베어 마켓은 무섭다. 일단 약세장으로 들어가면 투자자산의 30~40%는 기본으로 사라지고 운 나쁘면 90%까지 없어진다. 내 주식투자금 1억원이 6000만원, 1000만원으로 쪼그라들다니! 이건 정말 진짜 곰의 습격을 받은 것만큼 충격이다.베어 마켓 랠리 vs 추세 전환이제 국내 증시로 돌아오자. 코스피의 전 고점은 대략 2600포인트였다. 따라서 20% 하락을 생각하면 약 2080포인트가 약세장으로 가는 기준점이 된다. 그렇다면 2060~2080 정도를 꿋꿋하게 지켜낸 다음 서서히 반등과 추세 반전을 이뤄낸다면 그야말로 잔인한 곰의 공격을 슬기롭게 피하는 셈이 된다.반면 2060~2080선을 지켜내지 못하고 이후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2000포인트까지 다시 붕괴되면 이제 1820~1870포인트까지 추가로 더 급락할 수도 있다는 걸 각오해야 한다. 겁주려는 게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그간 수십 년 동안 주식시장의 모습이 평균적으로 이렇게 흘러갔기에 ‘평균적으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코스피가 어떻게든 2060선은 지켜야만 희망을 갖고 일명 ‘물타기’로 불리는 추가 매수에 돌입하는 전략이 가능하다.반대로 코스피가 그대로 무너진다면 지금까지 손실과 하락률이 얼마였던 간에 무조건 손절매를 하고 증시를 잠시 떠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실전에서는 이런 이론을 그대로 적용할 수가 없다. 증시에 존재하는 ‘휩소(whipsaw)’라 불리는 속임수 패턴 때문이다. 시장에는 본격 상승을 앞두고 느닷없이 급락하는 모습을 보인다든지, 3주 후부터 대폭락이 시작되는데 직전 일주일 동안은 주가가 급등하는 괴팍한 모습이 자주 출몰한다. 특히 약세장으로 빠져드는 순간에도 이 휩소 패턴이 존재하는데 바로 ‘베어 마켓 랠리’라 불리는 약세장 직전의 급반등 구간을 말한다.베어 마켓 랠리는 약세장으로 가기 전 갑자기 주가 반등이 나와 투자자들을 혼동의 도가니로 몰아간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코스피가 2060에서 움직이다가 순간 반등을 시작해 2080, 2130, 2180… 이렇게 빠르게 상승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앞서 언급했던 약세장의 기준인 -20%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당연히 투자자들은 ‘하느님이 도우사 약세장으로 가지 않았구나’라고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다시 자금을 끌어와 그간의 손실을 만회하려고 더 공격적인 투자를 하게 된다. 하지만 2200포인트를 앞둔 어느 날 갑자기 다시 급락한다. 그렇게 투자자들의 희망을 짓밟으며 다시 대세 하락의 길로 접어드는 흐름이다.물론 아주 드문 경우에 -20% 언저리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다 완전히 승리하는 경우도 있다. 추가 하락을 멈추고 새롭게 대세 상승을 향해 출발하는 일명 ‘추세 전환’이다. 이렇게 되면 코스피는 2200포인트를 넘어 조금 주춤하다가 다시 서서히 상승의 발동을 걸고 전 고점이었던 2600포인트를 향해 갈 수 있다. 그런데 거의 예외 없이 약세장으로 가는 구간에서는 베어 마켓 랠리(또는 추세 전환)의 모습이 나와 투자자들을 헷갈리게 해왔다.삼성전자와 애플, 그리고 바이오가 달려야 한다물론 이 대목에서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과연 어느 시점이 베어 마켓 랠리이고, 또 어느 때가 상승으로 추세 반전이 나오는 겁니까?” 또는 “이번에 상승이 나온다면 이건 베어 마켓 랠리인가요, 아니면 완벽하게 하락을 끝내는 상승장의 시동인가요?” 솔직히 말해 이 두 가지 흐름을 구분하는 건 신의 영역이다. 다만 이번 2019년 연초 증시에는 꽤 큰 힌트가 존재한다.먼저 미·중 무역 전쟁이다. 가령 미·중 무역 전쟁 관련 협상이 잘 풀려가는지가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 명확하다. 협상이 극적 타결되면 추세 반전, 협상에 다시 문제가 발생하면 베어 마켓 랠리 후 급락이다. 금리(통화정책) 부분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다는 신호는 상승 추세 반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로 느닷없이 금리를 올려대면 이건 약세장 신호다.난 ‘바이오 관련주’를 주목하라고 말하고 싶다.현시점에서 시장이 완전히 약세장을 벗어나려면 가장 낙폭이 컸던 바이오 관련주들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바이오 섹터가 부활하지 않고서는 시장의 반전은 힘들다. 세계 증시가 다 해당된다. 또한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가 힘을 내야 한다. 반도체 경기의 고점 논란과도 연관이 있는데, 일단 올 1분기에 확실한 바닥을 만들어내야 한다.코스피는 역시 삼성전자가 뭔가 해줘야 한다. 급등은 아니더라도 묵직한 큰형처럼 버텨줘야 한다. 바이오 관련주들이 달리더라도 삼성전자가 하락하면 답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에서는 역시 애플이다. 애플은 요즘 아이폰이 안 팔리고, 중국에서도 비전이 없고, 혁신도 없고, 설상가상이다. 당연히 주가도 최악이다. 따라서 애플이 다시 힘을 내고 달려야만 감히 ‘추세 반전’이라는 말을 꺼낼 수 있다.현재 시장 분위기는 어떨까. 다수설은 아직 약세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가령 애플과 관련해서는 “살아 있는 ‘투자의 전설’ 워런 버핏이 올인한 종목인데 이게 망할까요?”라는 기대감이 지배적이다. 워런 버핏이 뭔가를 알고 애플에 투자했으니 애플은 살아나고, 그렇다면 결국 미국 증시가 살고 다시 세계 증시는 달릴 것이다, 이런 분석이다.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올 1분기 실적이 바닥이고 주가는 작년 12월에 바닥을 찍었습니다”라는 설명이 많이 나온다. 주가는 3~6개월 정도의 ‘선행 지표’라고 한다. 6개월 후 실적이 나빠진다면 주가가 먼저 하락하고, 반대로 실적이 아무리 나빠도 이게 바닥이라 확실하면 주가는 ‘귀신처럼’ 먼저 상승으로 방향을 잡는다.바이오 관련주에 대한 집념도 대단하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한 주식 바이오! 현재 40~60%의 손실을 떠안고 있지만 다수의 투자자들은 “바이오밖에 없고, 결국 바이오는 승리할 것이다”라는 비장한 각오를 하고 있다. 이런 바람대로만 가면 분명 시장은 추세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반등을 준다면 탈출하는 게 정석그럼 이 대목에서 향후 그 존재감을 키울 악재를 꼽아보자. 우선 ‘러시아 스캔들’ 관련 로버트 뮬러 특검의 등장과 이에 따른 트럼프 탄핵 이슈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된다는 뜻이 아니다.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을 싫어한다. 어쩌면 탄핵이 되는 순간 폭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슈 자체로는 엄청난 악재이다. 브렉시트도 경우에 따라 세계 증시에 암운을 드리울 수 있다. 받아놓은 최종 날짜가 3월 29일인데, 2월 초에는 이게 호재가 될지, 아니면 약세장으로 빠뜨리는 핵심 악재가 될지 판명 날 것이다.국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가 정말 중요하다. 계속 말하지만 북한의 비핵화가 긍정적으로 흘러갈수록 한국 증시가 받고 있는 디스카운트(할인)도 해소될뿐더러 새로운 성장 동력 모멘텀으로 ‘코리안 랠리’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난 어떤 경우에도 정말 반등이 나와서 2130~2180 정도까지 튀어 오른다면 이때는 무조건 빠져나오라고 권한다.“상승 추세 반전이면 어떡해요?”라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반등을 준다면 주식을 모두 파는 것이 정석 투자이다. 그렇게 현금을 들고 다시 곰이 앞발을 내리치는지, 아니면 깊은 겨울잠에 빠져드는지 확인해야 한다. 만약 곰이 사라지고 추세적 상승이 나온다면 그때 다시 들어가도 충분히 먹을 수 있다. 물론 수익 폭은 작을 수 있다. 그래도 이렇게 해야 반대 상황에 당할 파국을 면할 수 있다.물론 “난 절대 손해 보고 주식을 팔지 않아!”라며 버티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연초부터 희망을 말해달라”, “힘 좀 내고 싶다”라는 요구도 있을 줄 안다. 그래서 찾아본 자료를 소개한다. 다들 알겠지만 약세장은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1970년대 이후 미국의 약세장에서는 평균 1년 정도면 곰의 공격에서 살아났다. 물론 약 2년(694일)간 이어진 적도 있었지만 3개월 정도에 상승 추세가 나온 사례도 있었다. 그러니까 ‘한 3년 버티면 본전은 찾는다’는 증권 TV 방송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터무니없는 건 아니다.그러나 진짜 중요한 게 있다. 바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곰이 내리치는 앞발 공격으로 사망하면 후에 찾아오는 기회는 무용지물이니까. 손절매는 정말 너무 아픈 선택이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오는 5월까지는 ‘죽은 척’을 하면서 곰의 시야에서 벗어나 있는 게 더 현명한 선택으로 보인다. /글_정철진(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