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적은 이적이었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이적은 '새로운 꿈을 꾸겠다고 말해요'라고 노래하고 싶었다. | 음악,뮤지션,이적,전인권,김동률

“전인권 선배가 부른 ‘걱정말아요 그대’의 원곡에는 마지막 가사가 없어요. 제가 꼭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라는 가사를 넣고 싶었어요.”무대 위에서 이적이 말했다. 문득 참 이적답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연말 이적의 ‘거울’ 콘서트에 갔다. 서울에서 열린 마지막 날 공연이었다. 2018년 1월호 ‘듀오인터뷰’에서 이적과 마주 앉았던 기억이 스쳤다. ‘나침반’을 발표한 즈음이었다. 그때 이적이 말했다.“저는 되게 미래지향적이었어요. 그게 40대가 되니까 변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심심함은 있어도 외로움은 모르던 사람이었어요.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고독을 느끼기 시작한 건 40대부터였어요.”‘거울’ 콘서트는 고독을 털어낸 중년의 이적이 스스로를 거울로 비추어 보고 마침내 발견한 희망 같은 공연이었다. 적어도 오랫동안 이적의 음악을 들어온 팬의 한 사람으로서 그렇게 느껴졌다. 패닉 시절의 곡도 꽤 많이 불렀다. ‘달팽이’를 라이브로 들어보긴 처음이었다.젊은 시절 자신이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르는 이적의 모습은 결코 과거 회귀적이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를 재해석하며 쉼 없이 앞으로 전진하는 완숙함이 느껴졌다. 어쩔 수 없이 얼마 전 갔던 김동률 콘서트와 대비됐다. 문득 김동률이 배트맨이라면 이적은 슈퍼맨 같다는 생각을 했다.김동률이 끊임없이 내려가며 자기 안으로 깊어진다면 이적은 끊임없이 비상하며 자기를 초월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 이적은 언제까지나 새로운 꿈을 꾸는 존재로 우리 곁에 남을 거란 믿음이 생겼다. 이렇게 감상을 하다 보니 어느새 콘서트가 끝날 즈음이었다. 이적이 마지막 곡을 부르기 시작했다. 패닉 4집에 실린 ‘로시난테’였다. 가슴 한편이 뜨거워졌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열정이었다. 이적은 이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