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미래가 급변하고 있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CES,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자동차업계의 미래를 확인한다. 지금은 그런 시대다. | 자동차,CES,통신,기술,라스베이거스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첨단 기술들이 만나 폭발한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리기 때문이다. CES는 정보 통신 기업들의 최신 기술과 동향을 읽을 수 있는 무대다. 겉보기엔 기업들의 축제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론 총성 없는 전쟁터와 같다. 특정 분야의 선두 기업은 기술 혁신을 이루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반면 후발 주자들은 선두가 이뤄낸 길을 따라 매년 격차를 빠르게 줄여간다.정보 통신 분야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몇 개월만 한눈팔아도 순식간에 중심에서 밀려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난 몇 년간 CES에서 보여준 기술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도 지금만큼 정보 통신 기술이 빠르게 발전한 적은 없었다.본디 CES는 TV, 오디오, 비디오 등 일상생활과 밀접한 전자 제품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소니 같은 세계적 전자 회사와 정보 통신 기술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첨단 기술의 장이 됐다.기술의 발전은 경계를 허물고, 또 다른 방식으로 생태계를 확장했다. 2010년 전후로 사물 인터넷(IoT), 스마트 시티, 커넥티드 카, 자율 주행 같은 새로운 기술이 급격하게 주목받았다. 그리고 이때부터 완성 차 업체들이 하나둘 CES에서 모습을 드러냈다.CES에서 신차를 발표한다?2019년 CES는 자동차 분야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자동차 고유 기술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메르세데스-벤츠의 경우 6년 만에 풀 체인지된 CLA를 이 자리에서 발표했다. 전자 제품 박람회에서 세계 최고의 완성 차 회사가 신차를 발표했다? 이건 놀라운 변화다. 메르세데스-벤츠도 모터쇼가 아닌 전자 제품 박람회에서 새 모델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하지만 CES는 자동차라는 제품이 아니라 전자제어와 관련된 기술이 주목을 받는 곳이다. 그동안 참가했던 완성 차 업체들도 콘셉트카나 미래형 모빌리티, 자율 주행 같은 신기술을 주로 발표했다. 따라서 메르세데스-벤츠 신차의 등장은 충분히 주목을 끌 만했다.물론 CES에서 CLA가 등장한 이유가 있다. 두 요소를 잇는 연결 고리는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다. MBUX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다. 이 기술은 자연어 인식, 증강 현실(AR) 기술을 활용한 내비게이션, 사용자의 움직임을 인식하고 주요 기능을 작동하는 인테리어 어시스턴트 같은 스마트 기능으로 구성된다.메르세데스-벤츠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음성 인식 인공지능(AI)은 현재 양산 차에 사용되는 시스템 중에서는 가장 발전한 형태다. 여기에선 운전자가 말하는 단어뿐만이 아니라 문맥을 파악하고 그것과 연결된 기술을 직접 제어한다.가령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 가장 가까운 맛집 찾아줘. 단, 이탈리아 레스토랑은 빼고” 같은 복잡한 대화도 이해할 수 있다. “나 지금 더워” 같은 간접적 명령을 인식하고 에어컨이나 히터도 켜고 끈다.메르세데스-벤츠는 관련 기술을 이미 2018년에 공개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올해엔 CES라는 무대를 통해 이 기술을 세상에 확실하게 알렸다. 개념의 전환이다. 자동차 고유 기술에 첨단 전자제어 기술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본격적으로 전자 기기로 변한다.메르세데스-벤츠 외에도 2019년 CES에는 다양한 자동차업체가 등장해 모터쇼를 방불케 했다. 아우디, BMW, 혼다, 닛산, 토요타, 피아트-크라이슬러, 폭스바겐을 비롯해 현대와 기아자동차도 참가해 새로운 기술과 비전을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자동차 분야의 경우 ‘연결성’이란 주제 아래 그동안 자율 주행 같은 하드웨어 기술이 화두였다.하지만 올해 완성 차 회사들이 강조한 것은 사용자 경험(UX)과 콘텐츠였다. 자동차가 승객의 컨디션을 스스로 파악해서 온도를 조절하고, 음악 볼륨을 바꾸는 것, 그리고 증강 현실을 활용한 정보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기아자동차의 경우 미래 모빌리티의 보급화 이후 핵심 과제가 될 ‘감성 주행’ 기술에 초점을 맞췄다. ‘실시간 감정 반응 차량 제어 시스템(R.E.A.D)’이 그것이다. R.E.A.D는 자동차가 운전자의 생체 신호를 인식해서 상황에 따라 실내 공간을 최적화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머신 러닝과 최신 카메라 및 센서 기술을 쓴다.생체 정보는 스티어링 휠에 달린 전극형 심전도 센서로 추출한다. 운전자의 심장박동 수와 피부 전도율을 데이터화한다. 차가 움직이는 동안 주행 환경에 대처하는 운전자의 반응도 학습한다. 이렇게 얻어낸 정보를 통해 자동차 스스로 주행 패턴을 정하고 실내 분위기를 바꾼다. 실내 온도, 조명, 진동과 향기를 제어하고 음악 선곡에도 개입한다.복잡하고 거추장스러운 기술처럼 보인다. 그러나 본질적으론 감각이라는 무언의 언어를 이용한 직관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플랫폼 영역으로 고민은 시작됐다‘기술은 경계를 넘어서 새로운 개념과 빠르게 융합한다.’ CES 2019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메시지다. 올해 CES의 자동차 기술 동향을 통해서 풀이할 수 있는 결론은 두 가지다.첫째는 기술의 완성이다. 자율 주행 기술 자체는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차세대 기술에 필요한 세부 디테일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는 의미다. 사용자와 맞닿는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 데이터를 만드는 데 업계가 집중하는 이유다.두 번째는 흐름의 정체다. 완성 차 회사가 보유한 기술과는 별도로 실제로 자율 주행이 현실화될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차세대 교통 인프라와 통신망의 속도, 안정성, 보안, 법규와 보험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더 이상 자율 주행의 기술적 경쟁은 무의미하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자율 주행 상황 이후를 대비하는 게 중요하다. 차 안에서 벌어질 일들을 예측하고, 소비자에게 제공할 콘텐츠를 미리 확보해야 한다.이처럼 많은 완성 차 업체가 다가올 미래를 이미 내다보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고민도 여기에 속한다. 자동차 스스로 목적지까지 운전하는 시대에는 이동성 자체의 가치는 중요하지 않다. ‘움직이는 공간’으로 개념이 바뀔 테니까.결국 많은 기업이 자동차란 공간 안에서 사용자가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를 두고 경쟁하게 될 것이다. 불과 10년 전엔 완성 차 업체가 전자 제품 박람회에 참가하는 모습이 낯설게 보였다. 하지만 앞으로 10년이 지난 후엔 상황이 반대일지도 모른다. 모터쇼에 남아 있는 완성 차 업체가 더 소수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