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 맨, 킴 존스를 만나다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킴 존스는 우리에게 어떤 디올 맨을 보여줄까? | 인터뷰,패션,디자이너,킴 존스,디올 맨

루 드 마리뇽은 파리에서 가장 차분하고 고상한 거리 중 하나이다. 샹젤리제 뒤편에 자리 잡고 있어 르 카레가 은신처로 삼을 만한 장소이기도 하다. 디올이 왜 남성복 오피스를 여기에 두었는지 알 것 같았다. 2018년 6월 어느 날의 따뜻한 오후였다.“킴!”“카니예!”선글라스를 낀 두 사람이 디올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포토그래퍼들이 소리를 치며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경적 소리가 울린다. 분명 행인들의 시선을 끌고 있지만 대놓고 쳐다보는 사람은 없다. 여기는 프랑스 파리니까. 요즘 시대에는 파파라치 캣워크도 중요하다. 디올 하우스가 존스를 불러들인 이유 중 하나도 거기에 있지 않았을까?겸손하고 가식 없는 런던 출신의 이 남자는 오늘날 패션 신을 지배하는 천재적인 디자이너라 할 수 있다. 십수 년 전 스트리트와 런웨이의 경계가 허물어질 것을 예상했을 뿐만 아니라 그가 직접 이를 주도해왔다. 아마도 이전 루이비통에서 재직하는 동안 최고의 업적을 낳을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그는 프랑스 패션 하우스 루이비통과 거리 패션의 제왕 슈프림의 컬래버레이션를 성사시킨 바 있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싫어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카니예는 존스와의 약속에 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타났다. 카니예가 떠나고 내가 위층으로 올라가자 존스가 민망한 눈치였다. “늦어져서 미안해요.” 그가 말했다. “카니예한테 안 된다고 말할 수가 없었어요. 그와 버질은 패션을 배우고 싶을 때 항상 제 소파에서 자곤 했거든요. 이해해주세요.”데뷔가 하루도 남지 않은 시점에 존스를 만나자마자 그가 디올 맨을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시켰다는 직감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딱히 놀랄 게 없는 럭셔리 디자이너 브랜드였다. 젊은 배우들이 레드 카펫에서 입을 법한 핏 좋은 블랙 슈트가 다였으니까. 존스는 날렵한 핏의 블랙 슈트를 과감히 버렸다. 아틀리에 어디를 둘러봐도 보이는 건 오직 파스텔 톤과 부드러운 실루엣의 슈트뿐이었다.“저는 디올 맨이 기품 있고 신선해 보였으면 좋겠어요.” 존스가 다음 날 쇼에 설 모델들의 참고 사진을 가득 담은 보드로 나를 이끌며 말했다. 모델들이 총 49벌의 의상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쇼는 밝고 가벼운 분위기였으면 해요. 지금 남자들의 옷 입는 방식이 저는 더 흥미롭거든요.” ‘흥미롭다’의 의미는 뭘까?“요즘 남성들은 자신감을 갖게 해주는 좋은 옷을 입길 원해요. 때에 따라 느끼는 것도 다르고요. 그걸 섞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요?”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보드에 붙어 있던 사진들을 다시 정리했다. “오늘만 해도 저는 더워서 네 번이나 옷을 갈아입었어요. 다시 괜찮아졌죠. 저는 남성들의 삶을 좀 더 수월하게 만들고 싶어요.”아마도 존스의 가장 멋진 점은 슈트가 얼마나 반항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그의 손으로 직접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가 이끌었던 스트리트 스타일과 애슬레저의 결합이 이 시대를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존스는 테일러링 또한 대담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검은색, 회색처럼 칙칙한 슈트가 아니라 풍요로운 색으로 만든 슈트 말이다.“이제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때예요.” 존스가 말했다. “남성들은 근사하게 차려입길 원하면서도 편안함을 포기하지 않아요.” 디올 하우스는 위대한 유산을 지닌 브랜드이기 때문에 완벽한 재단은 필수예요. 하지만 여유가 있죠. 고상하지만 자연스러운 여유가 있어요.”만약 하우스의 슈트를 해체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존스 말곤 없을 것이다. 그는 격식을 차리지 않는다. 런던에서 자란 그는 음악과 잡지를 통해 패션을 사랑하게 되었다. 친구들과 놀 때 입을 티셔츠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대학 시절에는 물건을 서로 교환하기도 하고, 만들어서 팔기도 했어요.” 그가 말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죠.”그는 패션계의 줄리아드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스 예술대학에 들어갔고 존 갈리아노의 눈에 띄었다. 존스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5년간 운영했다. 그 뒤 2008년 던힐로 스카우트되었고, 그다음은 루이비통, 그리고 오늘까지 이어져온 것이다.그는 컬렉션의 데뷔를 고작 하루 앞두고 있었지만 침착해 보였다. “저는 일에만 집중해요.” 그가 액세서리를 담은 트레이를 살피며 말했다. “그리고 제 직감을 믿어요.”이때 어시스턴트가 끼어들었다. “피팅하는데 도와주세요.” 존스가 인터뷰를 짧게 마무리 지어야 하는 사정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 “할 일이 너무 많네요. 하지만 다 잘 끝날 거예요.”다음 날 존스는 첫 디올 맨 컬렉션을 선보였고 평가는 거의 만장일치였다. 그가 잘 해냈다고. 그리고 이건 시작일 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