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의 낮과 밤에 관한 책 | 에스콰이어 코리아 (Esquire Korea)

전혀 다른 질감으로 겨울밤이 뜨거워지는 책 두 권을 골랐다. | 책,신간,독서,서적,사진의 용도

사진의 용도아니 에르노, 마크 마리 ㅣ 1984BOOKS"그것은 우리가 나눈 비밀이며 일종의 새로운 에로틱한 훈련이다."“저녁 식사 후에 치우지 않은 식탁, 옮겨진 의자, 전날 밤 섹스를 하다가 아무 데나 벗어 던져 엉겨버린 옷들, 나는 줄곧 우리 관계의 시작부터 잠에서 깨어나 그것들을 발견하며 매료되고는 했다.”아니 에르노와 그의 연인 마크 마리는 섹스 후에 매번 다르게 펼쳐지는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끓는점을 진작 넘겨버린 감정도 아니 에르노의 문장을 거치면 더할 나위 없이 건조하고 객관적인 상태로 변한다. 온도가 떨어졌다는 말이 아니다. 타인을 의식한 솔직함이 아니라 누구보다 자신을 끝까지 밀어붙여서 나온 정직한 기록이기 때문이다.이들의 섹스가 지나간 상황을 눈으로 보는 건, 생각보다 그리 자극적이지 않다. 어떤 쾌락이 있었든 이미 과거고 끝난 일이니까. 섹스 후 풍경을 남기는 동안 유방암 투병 중이었던 아니 에르노에게서 자기 연민은 찾아볼 수 없다. 남기려는 시도가 더 중요할 뿐이다.다만 그들이 촬영한 사진을 보고 글을 읽을수록 SNS를 위한 기록이 아닌 나의 욕망을 한 발짝 떨어져서 보고 싶어졌다. ‘욕망과 우연이 낳은, 결국은 사라져버릴 이 배열’이 나의 것이 된다면 과연 어떤 장면이 남을 것인가. 상상은 멈추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현재를 사는 사람이라서.AFTERAFTER 안나 토드 ㅣ 콤마"이 입술… 많은 걸 할 수 있을 텐데… ."단도직입적으로 이 책을 펼치면 아주 빠른 속도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2년 사귄 연하 남친 노아와 키스 다음 단계로 가본 적 없는 철벽녀 테사가 매력적인 나쁜 남자 하딘에게 순식간에 빠져드는 연애 소설이라고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연애의 중심에 에로스가 있다.여기까지만 읽으면 흔한 연애 소설 같지만 는 전 세계적으로 1000만 부 이상 팔렸고, 올해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도 개봉할 예정이다. 설정이 흔하고 유치한 듯 보이지만 의외로 이야기는 탄탄하고 모두가 예상 가능한 지점에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틀어버린다. 도대체 하딘이라는 이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그리고 절대 나쁜 남자에게 휘둘리는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닌 테사의 당찬 면모 덕분에 책장은 계속 넘어간다.를 베스트셀러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 꽤 수위가 높은 키스 신과 베드 신도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물론 ‘본격 애간장 연애 판타지’라는 수식어가 붙은 두 남녀의 연애에 너무 큰 기대도, 엄격한 기준도 어울리지 않는다. 길고 추운 겨울밤, 이불 속에서 가출했던 연애 세포가 잠시 되돌아온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